경희대 의대 남학생들 단톡방서 성희롱 대화
조사 받은 뒤 "카톡 대화 지우자" 제안도
가해 학생 3명에 공개사과문 등 징계
학내 일각선 "교내 처벌로는 부족" 공론화 요구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 남학생들은 공개 사과문을 올렸지만 일각에선 "학내 처벌로는 부족하다"는 반발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경희대 등에 따르면 경희대 의대 학생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 대응위원회’(인침대위)는 단톡방에 참가했던 한 남학생의 ‘양심 제보’로 지난 9월부터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최근 사건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남학생 8명이 대화방에 모여 있었으며, 이 중 A·B·C씨 등 3명이 동아리 동기 여학생과 선배 등을 상대로 성희롱과 모욕적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톡방에서는 "○○는 빈약해서 내 취향이 아니다" "○○가 위를 좋아하네" "○○○ 중에 저런 각선미 없음" "핥고 싶다" "○○○랑 ○○○랑 모텔 가나 보지" 등의 대화가 오갔다. 이런 사실은 단톡방에 참여했던 남학생 D씨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인침대위는 "가해 학생들은 본인들의 발언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성희롱과 모욕을 지속했고, 추후 카톡 내용이 유출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주기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지난 달 19일 조사를 받은 뒤 다른 7명에게 연락해 "내일 모여 카톡 채팅 내용 중 문제될 내용을 다같이 삭제하자는 발언을 했다"고 인침대위는 전했다. 또한 제보자 D씨에게도"동아리 담당 교수를 통해 인침대위의 사건 처리를 무산시키도록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침대위는 지난달 29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공개 사과문 작성과 동아리 회원 자격 정지, 학사운영위원회 및 교학간담회 안건 상정 등의 징계를 의결했다. 또한 가해자들과 같은 학번으로 해당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남학생 전체에게 경고 처분도 내렸다.
A씨는 이후 공개 사과문을 내고 "조사 당시 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인했으나, 조사를 받고 난 뒤 대화방을 처음부터 읽어보니 저희가 저지른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면서 "같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들었을 피해자들이 가지게 됐을 배신감과 모욕감을 짐작조차 못하겠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B씨도 공개 사과문에서 "저급한 용어 사용으로 학우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면서 "무릎꿇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임을 망각한 채 험담을 했고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가해자 C씨의 공개 사과문은 올라오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교내 처벌로는 부족하다면서, 지난 28일 페이스북 ‘의학과·의예과 대나무숲’ 페이지에 사건보고서를 올리며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참으로 추하다", "저런 X들이 의사가 되다니", "형사처벌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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