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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도 마스크가 부족할 텐데 내가 어떻게 구해달라고 하겠어. 냄비에 끓여서 다시 사용하면 괜찮아요."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 혼자 사는 김모(64)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는 16일 "집에 몇 장 보관하던 (필터 기능이 없는) 일반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끓는 물에 마스크를 소독한 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재사용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계속 급증하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정보 부족 등 이유로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스크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이달 9일부터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으나 독거노인 등은 여전히 마스크 수급 사각지대에 있다.
최근 용산전자상가 인근에서 만난 70대 A씨는 "지난해 미세먼지가 심할 때 사둔 마스크 10장을 재활용하며 버티고 있다"며 "마스크 때문에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최대한 외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을지로의 건물을 돌며 폐지를 수거하던 정창수(81)씨는 "마스크가 없어 며칠째 못 쓰고 나왔다"며 "비싸기도 하고, 약국을 돌아다녀 보니 줄을 한참 서 있어야 해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했다.
정씨와 같은 만 80세 이상 노인의 마스크는 대리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등록등본상 동거인만 할 수 있어 독거노인은 어차피 직접 가야 한다.
젊은 층은 그나마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약국을 찾지만, 디지털 기기에 서툰 고령층은 매진된 약국을 전전하다 허탕 치기 일쑤다. 서울 명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34)씨는 "공적 마스크 판매가 이미 끝난 후에 (약국에) 와서 '여기도 없냐'고 묻는 노인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며 "가능하면 마스크 판매 시간을 약국 입구에 써 붙이는 등 노인들이 '정보 경쟁'에서 밀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김모(65)씨는 '마스크 재고량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이 있다'는 말에 "다운로드해서 사용법을 좀 설명해 달라"면서 "이런 정보가 진짜 필요한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배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와 자치단체도 이런 사각지대를 고려해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에 나섰다.
현재 서울의 일부 자치구들은 임산부, 노약자, 장애인 등을 상대로 마스크를 무상 배부하고 있다. 정부도 3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3월 말, 4월 초까지는 사회복지시설과 양로원 등에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취약계층(장애인, 저소득층, 고령층, 농어민) 중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활용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본질적으로 이들이 '디지털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만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마스크를 전달하고, 중장기적으로 이들의 디지털 활용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의 온라인 미디어 리터러시(온라인 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보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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