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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조주빈의 언급 의식한 듯
“내가 얼굴 좀 알려졌다고
이렇게 뜯어먹으려는 사람이 많나”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십니까?”
25일 4시 서울서부지법 308호. 재판을 심리하던 박용근 판사의 물음에 법정엔 약 10초간 정적이 흘렀다. 증인으로 출석한 손석희(64)JTBC사장은 “만감이 교차한다”며 입을 뗐다. 손 사장은 “지난 세월 동안 저의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2017년 4월 16일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나비효과가 계속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손 사장에게 불법 취업 청탁과 금품 요구를 한 혐의(공갈미수)를 받는 프리랜서 기자 김웅(49)씨에 대한 제2차 공판에 이날 손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 사장은 형사소송법 제294조의 3(피해자 진술의 비공개)에 따라 재판부에 증인신문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필요한 부분에 한해 극히 일부만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는 공개했다. 이날 손 사장은 증인지원절차에 따라 주 출입구가 아닌 별도 동선으로 이동했다.
이날 손 사장은 할 말이 많은 듯, 사건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길고 상세한 답을 늘어 놓으면서 “미안합니다. 얘기가 길어져서”라고 덧붙였다. 검사가 질문하면 약 10여분간 손씨의 말이 이어지는 식이었다. 10년 전 오토바이와 부딪쳐 합의를 본 사건에 대해 묻는 변호인에게는 “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물으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계 생활 36년을 이렇게 마무리하게 될 줄 (몰랐다)”며 김씨와 고소전을 벌인 것을 두고 “아무것도 아닌 일 갖고 서로 속이 끓은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웅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보도자료 2개 이외엔 낸 적이 없다… (김웅이) 절 항상 선배라고 불렀는데, 선배라는 사람이 똑같이 트집 잡고 싶진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떻게 하면 (증인신문에) 안 나올까를 생각했다”고 했다.
손 사장은 지난해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일식집에서 김씨 얼굴과 어깨를 치는 등 폭행 혐의로 약식 기소됐고, 김씨는 2018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손 사장에게JTBC채용과 2억 4000만원의 금품을 요구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선 손 사장과 김씨가 수차례 만나서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공개됐다.
손 사장은 지난해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일식집에서 김씨를 만났다. 손 사장 말에 따르면 이날 피고인(김웅)은 굉장히 화가 나있었다. 2018년 12월 말쯤부터 지속적으로 정규직·계약직 등 취업 청탁을 요구했던 김씨에게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못을 박자 김씨는 “선배님도 똑같다. 복수하겠다. 복수는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한 것”이라며 흥분해서 말했다.
이를 말리려던 손 사장이 김씨 옆자리로 옮겨 “진정하라”면서 어깨와 볼 부분을 쳤는데 갑자기 김씨가 “이건 폭행이다”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손 사장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런 식으로 하면 이 세상에 전과자가 대부분일 것 같다”며 “제가 이 사람을 폭행해서 남는 게 뭔가요?” 검사에게 되물었다. “제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나중에 변호인께서 이야기해주시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7일 밤 김씨 거주지 근처 맥줏집에서 만났을 때 상황도 언급했다. 손 사장이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이었지만, 김씨가 “사과하라”면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왔다. 손 사장은 험악한 상황을 예상했지만, 막상 만난 김씨는 양팔을 벌리면서 손 사장을 꼭 껴안고는 “언론계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불렀다는 것이다.
손 사장, 김씨, 당시 김씨를 대리한 양 모 변호사와 함께 술자리가 이어졌다. 손 사장은 “2시간 이상을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생각이 짧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양반이 생각을 바꿨나 보다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양 변호사가 김씨에게 “웅아, 너는 손 사장에게 바라는 게 뭐니?”라고 묻자 김씨가 “나는 손 선배 밑에서 같이 일하길 원해”라고 답했고, 이에 손 사장은 “그건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손 사장은 “세상에 그렇게 좋았던 분위기가 180도 바뀌면서, 내일까지 고용계약서 만들어와라. 아니면 변호사 대라”면서 ‘접촉사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손 사장은 “온 세상에 얼굴이 알려진 사람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라면서 당시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알겠다. 내일까지 한번 생각해보마”라고 둘러댔다. 그러자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손 사장은 “(이 둘이) 새벽 1시에 ‘선배님 노래방을 갑시다’라고 해서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다음날 양 변호사 집에서 만난 셋은 김씨 취업과 관련해 심하게 다퉜다. 그 다음날 양 변호사가 손 대표에게 연락했다. 김씨 측이 “한 달에 1000만원씩 24개월 동안 2억4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면 다 잊는 걸로 하겠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한편 손 사장은 이날 재판에서 10년 전 있었던 오토바이 접촉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성(性)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 대한 심정을 토로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도대체 나란 사람한테, 내가 얼굴 좀 알려졌다고 이렇게 뜯어먹으려는 사람이 많나. 오늘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많은가…”라고 했다.
이에 앞서 손 사장은 “조주빈에게 위협을 받아 금품 요구에 응했다”고JTBC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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