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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공개된 채널A 기자와 일명 ‘제보자X’지모(55)씨의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한MBC가 그간 보도하지 않은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2월 25일 두 사람의 통화에서 채널A 기자는 “민감한 부분이어서 약간 결탁하는 거 같이 비칠 수 있을 거 같다” “제가 녹음하고 이런 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 부분을 제가 하면 이게 저한테도 상당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씨가 먼저 요구한 검찰 고위 간부와의 통화 녹음은 힘들다는 말이다. 이에 지씨는 “저희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으면 (제보)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며 이를 재차 요구한다. 이에 채널A 기자는 “제가 브로커는 아니다” “제가 판사도 아니고 중간에서 ‘이거는 반드시 이렇게 된다’ 그런 말씀은 못드린다”고 했다.
3월 13일 두 사람의 만남에서 지씨는 기자에게 “출정을 불렀다”고 했다. 구속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검찰이 청사로 불러 조사를 했다는 말이다. 지씨가 “그 친구 부탁은 한 일주일만 좀 시간을 벌어달라는 것”이라고 하자, 채널A 기자는 “일주일 벌라는 건 우리가 취조하지 말게 해달라? 그런 건 못해요”라고 했다. 지씨가 다시 “일주일 정도만”이라고 하자, 기자는 “아, 그거 못해요. 그거는”이라고 거절한다.
기자는 “검찰과의 거래는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이라며 “선생님(지씨)께서 말씀하셨다시피 ‘검찰과 같이 진행하고 싶다’ 이거는 굉장히 위험한 워딩”이라고 했다.
MBC가 제기한 ‘검언유착’ 의혹 관련 채널A 기자의 실제 구상도 녹취록에 드러났다. 채널A 기자는 검찰 고위 간부와의 통화 내용을 지씨에게 설명해 주며 “(검찰 고위 간부 말은) 언론에 보도하고 언론이 제보 내용을 검찰에 말해주는 형식 자체가 왜 문제가 되느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 형식은. 얘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얘기가 될 거 같으면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 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MBC는 채널A가 취재 내용을 검찰에 제보하려 했다는 이 부분은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이 보도 내용을 수사 기관에 제보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n번방’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9일에도 한국경제신문은AI기술을 악용한 연예인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현장을 취재 과정에서 포착했다며 이를 기사로 내보낸 뒤 관련 내용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3월 18일 두 사람의 통화에서 지씨는 “금요일날 만날 때 제가 필요하면 채널A (광화문 본사)가서 만나도 돼요”라며 “제 입장에서는 지금 기자님 말고 윗선에서도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도 좀 확인하고 싶고 그래서”라고 한다.
지씨는 “어찌됐든 검찰도 목적이 그렇고 기자님도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어차피 유시민 정도는 치려고 하시는 거잖아요”라고 먼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언급했고, 채널A 기자는 “사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유를 쳤으면 좋겠고…” 하는 발언을 이어간다.MBC는 지씨의 질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3월 22일 두 사람의 만남에서 채널A 기자는 검찰 고위 간부와의 통화 내용을 설명해주며 “(검찰 고위 간부 말은) 이 사람은 무조건 무죄, 기소 안해 이렇게 약속을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약속은 안하지만 당연히 수사를 하면서 사회 통념상으로 배려가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채널A 보도를 통해 범죄 내용을 자백하고 관련 자료를 먼저 검찰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선처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피의자가 수사 기관에 협조할 경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상 사유가 참작되는 건 통상 있는 일이다.
기자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사람(검찰 고위 간부)이 약속을 했다고 말씀하지 마세요. 저희는 이게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합법적으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지, 이게 불법적인 ‘여기까지 수사한다’ 하는 약속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라고 했다.
지씨가 “실질적으로 아까 그분들(검찰)하고 기자님이 도와주시고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라고 묻자, 기자는 “근데 도와준다는 게 약속이 아니다. 약속이란 말은 저희한테 진짜 아니에요”라고 했다.
이에 대해MBC측은 “검사장 추정 인물이 채널A 기자에게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현 수사정보기획관실) 가서 000 수석을 만나라. 믿을 만한 친구다. 내가 이야기해 주겠다. 수사팀에도 의견을 전달하겠다. 언론이 (유시민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하면 수사에도 도움 되고 양쪽에도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채널A 기자가 ‘이철이 채널A에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의향이 있다’고 하면, 검사장 추정 인물이 ‘그래? 그럼 가서 계속 이야기 들어보고 나한테도 이야기해줘’라고 한다.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공모”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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