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통계에 의하면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52만2286명, 사망자는 2만283명으로 급증했는데요.
이렇게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미국에서 역대 최대 구매치를 기록한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총기입니다. 마스크나 각종 생필품보다도 총기 사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죠. BBC 등 외신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미 연방수사국(FBI)의 지난달 총기관련 범죄경력 조회건수는 374만68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10만건 정도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총기 구매시 총기관련 범죄경력을 조회해야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총기 구매치를 알려주는 통계로 활용되곤 하죠. 지난달 21일에는 하루만에 21만건 이상이 조회돼 하루 조회건수 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하루만에 총기가 20만정 이상 팔렸다는 것인데, 전시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엄청난 양의 총기가 판매된 셈입니다.
코로나19와 관련돼 보통 다른 나라들에서는 마스크 사재기가 가장 심하고 소독제나 휴지, 각종 생필품의 물량차질이 발생하는 일은 많이 보도됐지만 미국은 특이하게 총기 사재기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요인으로 미국인들은 총부터 사들이고 있는 것일까요?
미국 총기사업을 연구하는 티모시 라이톤 조지아 주립대학교 법대교수는 총기구매 급증의 요인은 크게 2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다보면 언젠가 자기가 사는 지역의 경찰, 의료, 소방서 등 치안 유지 조직들이 약화돼 지역의 치안이 매우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총기를 가지고 스스로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여러 다양한 비상대책을 펼치면서 개인의 자유권이 침해될 수 있는데, 총기 역시 구매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리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치안이 크게 악화되거나 역으로 치안이 너무 강화돼 독재체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서로 다른 시나리오 속에서 미국인들은 대량으로 총기 사재기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전미총기협회(NRA) 등 미국 내 총기사업자들도 총기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죠. 에이미 헌터 NRA 대변인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규모로 출소시키고 있고, 이것이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정부의 총기 규제에도 계속 총기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 매사추세츠, 뉴멕시코 등 일부 중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더 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총기 판매업소들의 영업을 중지시킨 상태입니다. 총기 업체들은 여기에 크게 반발하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 주에서 총기는 마스크, 생필품과 함께 필수용품으로 규정돼있고 총기 판매업소들도 대부분 정상적 영업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군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무기 소지가 엄격히 금지돼왔던 국가들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러한 총기 규제 논란은 미국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돼온 문제였죠. 미국은 건국할 당시부터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인 민병대의 활약이 많았고, 일반인들의 무기 소지 및 휴대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연방국가고, 50개에 이르는 각 주마다 자연환경, 인구, 문화가 천차만별이다보니 일괄적으로 총기규제를 가하기도 어렵습니다.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대도시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총기 규제가 필요하지만, 역으로 알래스카처럼 야생동물이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에서는 총기가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총기규제를 다른 중앙집권형 국가들처럼 일괄적으로 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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