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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얼마 전 40대 중반의 한 남성이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평소 잦은 야근과 음주, 흡연 등 좋지 못한 생활습관을 지속해왔던 그는 봄맞이 건강관리를 한다며 갑작스럽게 산에 올랐다가 등산을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조이는 통증을 느껴 응급실을 찾았다.
심혈관질환 초기에 나타나는 이런 통증은 조금 안정을 취하면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무시하기 쉽다. 40대 장년층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아 이런 신호들을 가볍게 여겼다가 응급상황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심혈관질환으로 내원하는 비율이 높아지는데, 기온 변화가 심하면 혈관이 쉽게 수축돼 평소보다 높은 압력으로 피를 뿜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날이 풀리면서 운동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그로 인해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것도 심혈관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심혈관질환은 암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로, 국민 4명 중 1명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특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작스럽게 증상이 발현되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으므로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심장학회의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에 따르면,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마시는 것이 좋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이뿐만 아니라 매일 30분 이상의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과 허리 둘레를 유지하는 것도 권장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운동이나 무리하게 강도가 높은 운동은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하루 30분씩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혈액순환 및 심혈관 건강을 돕는 홈트레이닝 영상들이 많이 제작되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 된다.
마지막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며,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비만, 허혈성 심장질환의 가족력 등을 보유한 심혈관질환 위험군의 경우에는 운동이나 생활수칙과 함께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간혹 환자들 중에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필요한 고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복용을 꺼리거나, 복용 중이던 아스피린을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 복용을 위한 심혈관 위험도 판단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스스로 복용 또는 복용중단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미국심장학회 연구에 따르면 아스피린을 복용하다 중단한 사람들이 계속 복용하는 사람보다 3년 이내 심장발작 또는 뇌졸중을 겪을 확률이 37%나 높다.
아스피린은 여전히 급성혈관질환의 치료, 수술 후 관리, 2차 예방 등에서 중요한 약물이다. 허혈성 심장질환의 복합적 위험인자를 가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심혈관계 위험성을 감소하는 효과가 입증된 의약품이다. 따라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개인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정확히 판단하고,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할 경우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머를 활용해 잊지 않고 복용하는 것도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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