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야만족의 '음료'에서 유럽 대표술이 된 맥주 이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7월3일 09시35분    조회:84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천박하고 야만스러워" 로마는 왜 맥주를 무시했을까

야만족의 '음료'에서 유럽 대표술이 된 맥주 이야기 

[오마이뉴스 글:윤한샘, 편집:손지은]

우리는 인생 역전 스토리 혹은 무시받고 설움받은 자들의 복수 스토리를 좋아한다. 주목받지 못하고 3류 인생으로 살던 이가 소위 '존버'를 통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곤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맥주가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는가?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반전 드라마의 원조가 바로 맥주다.

지금으로부터 약 9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태어난 맥주는 그리스가 패권을 쥐기 전까지 인류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료였다. 하지만 힘의 균형추가 지중해로 넘어오는 BC6세기, 맥주는 점차 와인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페니키아인으로부터 전파된 와인은 그리스에게 신의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 산과 구릉이 많은 그리스는 보리와 밀보다 포도와 올리브가 잘 자라던 곳이었고, 특히 아테네는 와인과 올리브 무역을 통해 패권을 쥐게 된다. 지중해 건너 페르시아와의 수차례 전쟁을 견뎌낸 그리스는 점차 새로운 문명을 논할 정도로 발전하게 되고 눈부신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천박하고 야만스러운 음료" 
 
▲  맥주
ⓒ pixabay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인 아이스킬로스는 지중해 건너 중앙아시아 민족을 맥주나 마시는 미천한 종족으로 묘사했다. 와인은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로운 향미를 갖는 신의 음료였고 노예들이 마시던 시큼하고 텁텁한 맥주와 철저하게 구분되었다. 이러한 그리스 문화는 뒤를 잇는 로마에게 그대로 전승되었다.

새로운 문명의 패권을 쥔 로마는 그 어떤 나라보다 와인을 즐기고 찬양하던 '제국'이었다. 브리타니아(지금의 영국), 갈리아(프랑스), 히스파니아(스페인), 그리스, 아시아, 이집트 그리고 북아프리카까지 인류 역사 상 가장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운 로마인들에게 맥주는 비천한 노예와 북쪽 차가운 땅에 살고 있는 '야만족'(Bavarian)들이 마시던 술이었다. 
 
"그들은 보리나 밀을 포도주처럼 발효시켜 마신다. 레누스 강과 다누비우스 강 근처에 사는 부족들은 포도주도 사서 마신다... 음주와 관련해서는 그들에게 그런 자제력이 없다. 원하는 만큼 술을 대줌으로써 그들의 주벽에 맞장구 쳐준다면…" - 게르마니아 23장, 타키투스
 
▲ Old Germania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를 바탕으로 그린 지도, 1645년
ⓒ wikipedia

 
바바리안, 로마의 북쪽인 게르마니아에 살고 있는 야만족이었던 그들은 포도주를 마시지 않고, 보리와 밀을 발효시킨 음료를 마셨다. 이들에게 맥주는 신과 함께 마시는 음료였으며 일상 생활에서 물 대신 마음껏 마시는 생명수와 같았다. 하지만 2000년 동안 유럽 및 아시아를 지배했던 로마인들에게 이들이 마시던 맥주란 저질음료였고 천박하고 야만스러운 음료였다. 귀족들의 음료였던 와인이 활자와 책을 통해 양조기술을 발전시킨 것과 달리 맥주는 변변한 기록도 없이 수천 년 이상 생존했다. 맥주는 그렇게 낮은 자와 핍박받는 자를 위한 음료였다. 

서기 408년, 게르만족인 오도아케르에 의해 서로마는 무너지게 된다. 로마인과 같은 문명을 누리기 원했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던 게르만족들은 서로마의 문화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삽시간에 퍼진 흑사병으로 인해 과거 찬란했던 서로마는 인구의 반이 죽어나가고 대부분의 땅이 황폐해지는 암흑기, 즉 다크 에이지(dark age)를 맞게 된다. 거대한 로마는 갈기갈기 찢겨지고 그렇게 중세는 로마의 문명을 잇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기로 접어든다. 이런 시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 건, 내세를 약속한 기독교였다. 

민중의 와인
 
▲ old Monk brewing 가장 오래된 수도사 양조 그림
ⓒ ancient-origin.net

 
기독교는 313년 밀라노 칙령이 있기까지 로마에서 탄압받던 종교였다. 테오도시우스 황제 이후 로마의 국교로 인정된 기독교에서 맥주는 성경에서조차 한마디도 언급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가 기적을 일으킨 건 와인이었지만, 중세 암흑기 시절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을 준 건 맥주였다. 특히 기독교의 수호자이자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던 수도원은 맥주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문자를 몰랐던 일반인과 달리 수도사는 기록을 통해 맥주 양조기술을 발전, 전승했으며 이를 통해 수준 높은 맥주를 양조할 수 있었다. 수도원은 구휼기관으로서 신분의 귀천 없이 맥주를 나눠주었으며 주 수입원으로서 맥주를 양조했다. 로마인이 그토록 무시했던 맥주는 그들이 한때 그토록 탄압했던 기독교를 통해 중세시대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켰던 것이다. 

어지럽던 중세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의 시기로 이끈 이는 '샤를마뉴'(또는 카롤루스) 대왕이었다. 9세기 초반, 정복을 통해 서로마 제국의 영토를 거의 회복한 '프랑크 제국'의 왕, 샤를마뉴는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황제의 칭호를 받게 된다. 샤를마뉴 대왕은 누구보다 맥주를 사랑한 사람으로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훌륭한 맥주 양조를 독려했다. 과거 로마인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게르마니아 혈통인 샤를마뉴 대왕이 서로마 제국의 뒤를 잇게 되고, 야만족들의 '소울 음료'(soul beverage)였던 맥주가 마침내 유럽을 대표하는 술로 올라서는 순간이 온 것이다. 
 
중세시대 맥주는 평범한 이들이 사랑하고 즐기는 음료로 성장하게 된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식수보다 안전했던 맥주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신분과 귀천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음료가 되었으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고된 하루의 일상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로마시대 건설되었던 도로는 타번(tavern)과 펍(pub)을 발전시켰다. 맥주를 그토록 무시했던 로마가 남긴 유산을 통해 맥주는 인류의 벗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21세기 현재, 맥주는 그 어떤 술보다 전세계 어느 곳에나 즐길 수 있는 음료다. 남미의 마추피추, 미국의 알래스카,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맥주가 사랑받지 않는 곳은 찾기 힘들다. 이는 수천 년 동안 맥주가 우리의 친구로서 존재해온 근원적인 가치를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 동안 힘들고 고통받던 시기를 버텼던 맥주가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38
  • 전에 비해 더 많이 먹거나 운동을 덜 하는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중이 불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방 조직에서 일어나는 지질 전환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소하고 이에 따라 체중이 쉽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와 프랑스 리옹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평균 13년 동안 남녀...
  • 2019-09-10
  • [사진=Chad Baker/Jason Reed/Ryan McVay/gettyimagesbank]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책상 앞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하철 좌석이나 버스에 앉을 때에도 좁은 공간에서 다리를 꼬기도 한다. 이처럼 다리를 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척추 휨이 있는 사람들은 다리를 꼬...
  • 2019-09-09
  • [사진=GBLLGIGGSPHOTO/shutterstock] 샤워를 거르지 않고 하는데도 몸에서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악취의 원인은 무엇일까. '헬스라인닷컴' 등의 자료를 토대로 알아본다.  몸이 악취를 내뿜는 방식은 다양하다. 소변이나 땀과 같은 노폐물이 분비될...
  • 2019-09-09
  • 오늘은 '귀의 날'이랍니다. 1962년 대한이비인후과가 '사람의 귀에 맑고 환한 열쇠를 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정했고, 지금은 대한이과학회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학회가 9월9일을 귀의 날로 정한 것은 9가 귀와 모양이 비슷한데다가 '구'와 '귀'가 소리도 비슷해서라고 합...
  • 2019-09-09
  • 공눈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각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계절과 관계없이 냉·난방으로 인해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때 바로 찾는 것이 인공눈물이다. 인공눈물은 일반 안약과 달리 주성분이 수분이어서 자주 사용해도 비교적 안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과도한 사용은...
  • 2019-09-09
  • 울음은 그저 눈물을 배출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다.  몸부림치며 대성통곡을 하는 게 아니라면, 겉으로 보기에 눈물을 찍어내는 행위 자체는 신체적으로 대단히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TV 드라마를 보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정도로 울더라도 그 이후 신체는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게 ...
  • 2019-09-06
  • 과민성장증후군은 전 인구의 10%가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문제를 일으킨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복통이 발생하고, 변비·설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증상을 악화하는 특정 음식을 가려 먹는 게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 2019-09-06
  • 대장암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사망률도 매우 높아 폐암, 간암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고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50세 이상 및 대장암 고위험군 인구가 적극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암검진에 대장 내시경이 포...
  • 2019-09-06
  • 거짓말쟁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거짓말쟁이들은 밥 먹듯이 거짓말을 쏟아놓는다. 그렇다면 왜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사람의 뇌가 어떻게 거짓말을 유도하는지, 또 왜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계속 하게 되는지 생물학적 근거를 밝힌 연구 결과가 있다.  영...
  • 2019-09-05
  • 동맥경화가 심하게 진행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도 과도한 흡연, 스트레스, 유전성 심장질환 등에 의해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프로농구 정재홍 선수(서울 SK 나이츠)가 갑작스러운 심정지(심장마비)로 사망해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 SK 나이츠에 따르면 정재홍은 지난 ...
  • 2019-09-05
  • 입 주변에는 뾰루지가 잘 생긴다. 트고 갈라지는 입술은 기본이고, 조금만 피곤하면 입 주변에 여드름 모양 뾰루지도 자주 난다. 특히 한번 생긴 뾰루지는 잘 낫지도 않아 사람을 만날 때 부담스럽다. 한태영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입 주위 피부질환은 여드름 모양의 발진, 윗입술과 코 사이에 자주 생기는 종기...
  • 2019-09-04
  • 눈이 침침하거나 뻑뻑하면 물로 눈알을 씻으면 괜찮을까? 눈의 흰자위 눈초리 쪽에 있는 덧눈물샘에서는 끊임없이 소량의 눈물이 나와 눈알 표면의 눈물층에 흐르다가 코로 빠져나간다. 이 눈물에는 온갖 면역물질이 들어있어 눈을 보호하는 군대역할을 한다. 따라서 눈알을 물로 뽀독뽀독 씻거나 세숫대야에 얼굴을 담그고...
  • 2019-09-04
  •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환자도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로 밝혀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환자도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로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정상우 임...
  • 2019-09-03
  • 중년이 되면 성인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 환자도 늘고 있다. 뱃살(복부비만)이 가장 큰 위험요인 중의 하나다. 내장지방이 여러 물질들을 분비하면서 고혈압, 고혈당을 초래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건강수명의 분기점이...
  • 2019-09-03
  • 시력이 같아도 안경의 도수가 다를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이 시력만 알면 안경을 처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안경은 시력이 아니라 굴절 검사를 통해서 눈의 굴절력을 측정해 처방한다.  시력은 시력판을 읽고 측정한 값을 나타내며, 굴절력은 눈의 모양체 근육이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 2019-09-03
  • 고령화 여파로 치매 발병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5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치매 유병률은 10.2%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치매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치매 초기를 판단할 수 있는 증상들은 어떤 게 있을까...
  • 2019-09-02
  • 전자담배를 겨냥한 복지부의 금연광고 © News1 그리스 심장센터 연구책임자 "한국정부, 전자담배 규제는 비윤리적" "전자담뱃갑 혐오그림 한국만 있어…담배회사 소송하면 이길 것"   콘스탄티노스 파르살리노스 박사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의 혼용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op...
  • 2019-09-02
  • [사진=fizkes/gettyimagesbank] 운동을 별로 하지 않고 오랜 기간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은 일찍 사망할 확률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20세 이상의 성인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984~1986년, 2006~2008년 두 차례에 걸...
  • 2019-09-02
  •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자칫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일명 '혼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편안한 분위기 탓에 자제하기 어렵고, 혼술이 잦아지면 음주가 습관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 자칫 알코올...
  • 2019-09-02
  • [이코노미조선] 규율·뒤풀이 대신 달리는 재미 인스타에 관련 글 7만7000건 인기 모임은 회원 2만 명 넘기도   경의선 숲길을 달리고 있는 러닝 크루. 본인이 달리고 싶은 날에만 참여할 수 있다. /독자 제공 8월 20일 오후 8시 서울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 앞 달빛광장. 운동복을 입은 20·30대 직장인 ...
  • 2019-09-01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