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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라운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나이를 먹는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뇌를 비롯한 신체활동도 느려진다. '불로장생의 꿈'은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제만의 꿈이 아니다. '팔팔한 신체'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은 노화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된다.
그런데 모든 인류의 꿈을 이뤄줄 '불로초'가 어쩌면 너무도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발견한 생명 연장의 명약은 '젊은이의 똥' 이었다.
아일랜드 국립대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코크의 존 크라이언 교수(해부학·신경과학) 연구팀은 '젊은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이 노화된 신체의 징후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많은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들이 인간의 기분을 비롯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 군집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 변한다. 하지만 이들이 노화를 막아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인간으로 치면 청·장년인 3개월 된 '젊은 생쥐'의 분변을 채취해서 '노인 쥐'인 20월령의 생쥐에게 이식했다. 나이 든 쥐는 8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먹이튜브를 통해 젊은 쥐의 분변을 공급받았다. 젊은 생쥐의 대변이 실제 노인 쥐의 '회춘'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월령의 또 다른 노인 쥐는 '노인 쥐'의 분변을 공급받았다.
8주간의 실험 결과, 어린 쥐의 분변을 공급받은 늙은 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점차 어린 쥐의 미생물 군집과 닮아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주 일반적인 장내미생물 중 하나이자 젊은 쥐에게 특히 풍부했던 '엔테로코커스(Enterococcus)'의 양이 노인 쥐에서도 많아졌다.
놀라운 것은 뇌에도 점차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학습·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인 '해마'가 어린 쥐의 해마와 물리적·화학적으로 더 비슷해진 것이다. 어린 쥐의 변을 공급받은 늙은 쥐는 미로를 더 빨리 풀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미로의 경로를 더 빨리 기억해 냈다. 동년배 생쥐의 분변을 이식받은 나이 든 생쥐에서는 이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지난 8월 과학저널 '네이처 에이징'에 보고했다. 연구 책임자였던 크라이언 교수는 이 실험결과를 놓고 "마치 노화 과정을 되감기 버튼을 눌러 다시 되돌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의 션 기번스 장내 미생물 연구원은 이 연구결과에 대해 "훌륭한 시도"라고 극찬하면서도 "인간에게 관련 연구결과를 바로 적용하기 전에 더 많은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번스 박사는 "분변 이식 분야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분변 이식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지만 극소수의 연구에서는 분변 이식이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젊은 똥을 이식받은 나이 든 생쥐에서 눈에 띄게 변화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이 든 생쥐가 보유한 미생물 군집을 구성하는 미생물 중 상당 부분이 여전히 똑같았고, 나이 든 생쥐의 사회성도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성과 관련된 결과는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군집이 사회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언 박사 역시 이번 연구가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크라이언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바이옴의 좋은 점은 유전체와 달리 바꾸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연구진 역시 장내 미생물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은수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예쁜 꼬마선충을 숙주로, 대장균을 장내 미생물로 이용해 장내 미생물이 숙주의 노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DNA 구조를 변형시키는 단백질(HNS)이 제거된 대장균에서 유해성 대사 물질(MG)의 양이 감소함을 발견했다. 또 이 대장균을 섭취한 예쁜 꼬마선충에서 새로운 노화조절의 경로(TORC2/DAF-16)가 조절됨으로써 수명이 10~20% 연장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동안에는 유해성 대사물질이 직접 세포의 단백질이나 DNA를 공격한다고 알려졌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유해성 대사 물질이 숙주의 노화 조절 경로를 조절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권은수 박사는 "장내 미생물이 노화에 미치는 역할을 확인했다"며 "유해성 대사물질을 적게 생산하는 대장균을 당뇨,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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