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뇌의 방어 세포벽인 혈뇌장벽도 통과해 뇌에 치명상을 입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을 마시고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증상은 대부분 '뇌'와 관련된다. 뇌에 이상이 생겨 손가락에 힘이 빠져 수저를 놓치고, 운동 신경 저하로 휘청거리고, 기억력이 떨어져서 했던 말을 반복하고, 술 마신 날 상황을 아예 까먹는 단기 기억상실을 겪기도 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 탄탄한 보호 시스템이 작용할 텐데 왜 뇌는 특히 술에 쉽게 굴복하는 걸까?
뇌에는 이물질 침입을 막는 방어 세포벽인 '혈뇌장벽(血腦障壁)'이 있다. 이 덕분에 뇌가 예민한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해 물질에 치명상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알코올은 이 혈뇌장벽을 손쉽게 통과해, 빠르게 뇌로 들어간다.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 기능을 일시적으로 둔하게 만들어 다양한 이상 증상을 유발한다. 알코올을 많이 마실수록 뇌 기능이 둔해지는 정도가 심해진다. 중독돼, 뇌세포 파괴가 심각해지면 기억장애나 알코올성 치매 등이 유발된다. 특히 알코올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시상)에 치명상을 입힌다. 시상은 뇌의 모든 신경이 거쳐 가는 길인데, 알코올을 마주하면 심하게 위축된다. 알코올을 심하게 마시면 호흡과 관련된 근육을 담당하는 뇌 신경까지 마비되는데, 이때 호흡 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뇌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술은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 술을 조금만 마셔도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안냐 토피왈라 교수팀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성인 2만5378명의 음주 등 생활습관, 건강 상태, 뇌 MRI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마시는 양에 관계없이 뇌 회색질의 밀도가 낮아지고, 뇌의 백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신경 세포체로 구성된 겉 부분인 대뇌피질과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깔린 속 부분인 수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피질은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 수질은 하얀색을 띠고 있어 백질이라고 부른다. 평균 섭취량이 많을수록 뇌 회색질 밀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나마 위험도가 낮은 적정 음주 기준은 한국 성인 남성 주당 음주량 8잔 이하, 1회 최대 음주량 3잔 이하, 성인 여성은 주당 음주량 4잔 이하, 1회 최대 음주량 2잔 이하다. 1잔은 알코올 14g을 기준으로 했다. 이 기준은 2015년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 검진 평가 기준을 제시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가 최근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이다.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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