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한 장면/ MBC 제공]
조선 왕비의 수명은 후궁보다 6년 짧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선시대 왕비의 평균 수명은 51세로, 최고의 의료 혜택에도 불구 후궁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무엇이 왕비와 후궁의 수명 차이를 가져왔을까?
◆ 70세 이상 생존... 왕비 15.2% vs 후궁 31.1%
조선시대 왕비의 평균 수명은 51세, 후궁은 57세로 나타났다. 이미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가 태조부터 순종까지 왕비 46명과 후궁 175명의 수명을 비교한 연구결과다. 이 논문은 학술지 '한국사연구' 최신호에 실렸다. 왕비 가운데 70세를 넘긴 사람은 15.2%로, 후궁(31.1%)의 절반에 불과했다. 왕비는 어의를 비롯한 최고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았지만, 후궁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 정신적 중압감과 스트레스... 화려함 뒤의 그늘
왕비가 후궁보다 일찍 사망한 것과 관련, 이미선 박사는 "궁궐 최고 여성으로서 정신적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왕비 중 60세를 넘긴 사람은 18명에 불과했다. 그래도 왕비는 조선시대 왕들(평균수명 47세)보다는 오래 살았다. 사망 원인이 확인된 왕실여성 97명을 분석한 결과, 단순 '병'으로 죽은 사람이 17명, 정치적 이유 등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사·처형'이 16명이나 됐다. 임신·출산과 관련된 병 11명, 폐 질환 10명이었다.
◆ 운동 꺼리던 궁궐의 생활습관... 당뇨병, 비만으로 고생
왕비와 왕의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은 운동부족도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료를 보면 왕이 격구(말을 타고 공놀이 등을 하는 것)나 사냥을 즐기면 신하들이 말렸다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운동 등 신체활동을 그다지 장려하지 않았다. 반면에 왕들은 하루 5~6끼를 먹으며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 세종대왕도 소갈(당뇨병)과 비만으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왕비들도 신체활동 부족으로 각종 병치레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산해진미를 즐겼지만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면서 당뇨병 등 각종 병을 앓았다. 또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정황이 보인다. 불안,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궁궐 여성들의 우울증... "마음 편한 게 최고"
정치적 상황, 엄격한 궁중 예법 등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궁궐 여성들은 우울증도 많이 앓은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정신적, 육체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불안·긴장이 계속되는 경우 우울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면·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속을 털어 놓는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궁궐 최고의 어른, 왕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후궁은 궁중암투에 연루되지 않을 경우 왕비보다는 마음이 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자신이 모시던 왕이 사망하면 궁궐 밖에서 생활해야 했다. 오히려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 영양 과잉, 운동 부족, 스트레스... 왕비의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요즘도 왕·왕비의 생활처럼 영양 과잉의 시대다. 운동 부족으로 살이 찌고 스트레스가 넘쳐난다. 열량 및 동물성 지방 과다 섭취로 인한 대장암이 크게 늘고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대장암이 드물어 국내에선 내시경 전문의가 거의 없었다. 맛있는 음식만 찾다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중년이 넘으면 소식을 해야 한다. 먹은 만큼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한다. 최고의 의사, 병원도 본인이 몸 관리를 하지 않으면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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