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미국 컬럼비아대의 주커만연구소와 어빙메디컬센터, 뉴욕대 그로스만 의학대학원, 아이칸 의학대학원, 텍사스의 베일러 의학대학원,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 의학대학원의 공동연구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숨진 23명 환자의 조직 샘플과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돼 후각을 상실한 시리아 햄스터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코로나바이러스가 후각 신경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강 내 다른 보조세포를 감염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감염된 보조세포들은 바이러스를 확대 재생산하며 죽는다. 그러면 인체의 면역세포가 출동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이는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대거 발생한다. 이런 대규모 염증반응이 뉴런 표면에 있는 후각 수용체에 큰 피해를 입힌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 관련 정보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이런 과정이 뉴런의 정교한 유전자 구조를 변화시켜 궁극적으로는 뉴런의 회로를 짧게 만들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논문의 제1저자인 주커만연구소의 박사후과정 연구원인 마리안나 자치츠카 박사는 “이러한 재조직화를 일으키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전신염증반응(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이라고 강조했다. 재조직화의 결과로 후각수용체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능력이 붕괴되는 것이다. 하지만 뉴런이 죽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후각이 서서히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주커만 연구소의 스타브로스 롬바르다스 교수(생화학 및 신경과학)는 냄새를 감지하는 뉴런이 후각수용체 생성을 위해 복잡한 게놈 조직 구조를 갖고 있으며 수용체 유전자는 매우 집중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그 뉴런의 게놈 구조가 완전히 변화해 전혀 다른 구조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정상적으로 냄새를 감지하는 뉴런에 신호를 보내 후각수용체의 유전자 발현을 멈추게 하거나 재조직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후각 뉴런의 이런 대응은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고 바이러스가 뇌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진화적 적응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 롬바르다스 교수의 추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후각 상실은 오히려 “좋은 뉴스”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다른 신경세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후유증의 하나로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뇌 안개’ 상태가 어떻게 초래되는지 또 코로나19 감염 후 후유증이 몇 주에서 몇 달간 지속되는 장기 코로나19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논문을 검토한 하버드대 의대의 샌디프 로버트 다타 교수(신경생물학)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 많은 코로나19 후유증을 설명해주는 “일반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은 처음엔 인체에 우호적인 면역반응으로 촉발됐다가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성 단백질이 혈류를 따라 범람하면서 조직과 장기에 파괴적 손상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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