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급리그 제5라운드 강서로산팀과의 경기 선발진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원정에서 첫승을 노린 연변룡정팀이 예상을 깨고 거의 ‘제2진영’으로 진을 치고 나온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 최후방 수비라인의 왕붕과 최전방의 왈두마 그리고 좌측의 한광휘 외에는 ‘후보진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통상적으로 선발의 경우 전방은 큰 변화를 줄 수 있으나 중원수비와 최후방의 방어선에 이렇게 대규모 물갈이 교체를 단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봉길 감독은 선발진영으로 도박을 한 것이다.
먼 원정길 일주일 내 3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체력분배 때문인지 아니면 상반전을 버티다가 후반에 승부수를 두는 전술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이 도박이 통했다.
운도 따랐다. 상대는 수차 반격에서 연변팀 수비선 뒤공간을 노리고 박스 안으로 침투했는데 꼴을 먹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특히 일당백으로 왕붕 선수가 적어도 3차나 일대일 상황에서 깨끗한 태클로 상대 용병들의 발밑에서 공을 걷어내면서 수차 실점위기를 건져냈다. 두 세번의 실점상황은 왕붕의 개인능력으로 막아낸 것이다. 믿고 보는 선수다.
결국 선제꼴은 횡재처럼 우리가 가져왔다. 상반전 우리 선수들은 적극적인 움직임과 강한 압박으로 난타전을 하면서 밀어붙였다. 리강, 리룡 쌍둥이 형제가 중원에서 활약, 결국 리룡의 돌파로 박스 대문앞에서 파울을 유도했다.
역시 한광휘의 발이 번뜩하더니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문대 구석에 꽂히는데 상대 키퍼는 멍하니 빨려들어가는 공을 지켜만 보았다. 올시즌 연변팀의 두 세트플레이 (定位球战术) 꼴을 만든 연변 7번의 유도탄은 팀의 독특한 ‘전술핵무기’로 떠올랐다.
후반전 김봉길 감독이 이보, 천창걸, 김태연의 3명 중원주력의 적시적인 교체출전을 보면, 후반에 승부수를 둔 것이 분명하다. 마침 강서로산팀이 후반전 전면공격으로 불꽃 튕기는 맞공격을 연출하면서 이 승부수가 맞아 떨어졌다.
중원을 장악한 연변팀이 곧바로 흐름을 타게 되고, 이보가 수술칼같은 뒤공간 패스를 계속 찔러주고 한광휘의 좌측 침투가 날카롭게 들쑤시면서 추가꼴은 시간문제였다. 결국 나어린 리세빈이 시원한 중거리포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와 장성민 두 U21 선수의 전혀 주눅들지 않는 패기가 맘에 든다.
용병 왈두마는 제2라운드에 한번 반짝 한꼴을 내고는 세경기째 변변한 슛 한번 날리지 못해 답답하다. 최전방을 나름 부지런히 오가면서 교두보의 전술적 역할은 그런대로 봐줄만 하지만 슛이라야 40분경 어쩌다 박스안에서 날린 헤딩슛이다. 전방 동료들과 박자도 안맞고 드리블도 못하고 특히 발이 늦다. 우리팀이 파괴력이 있는 원톱 공격수 부재가 아쉽다.
이제 강적 남경팀과 제6라운드 홈장경기가 곧 온다. 그동안 다듬어온 ‘김봉길호’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이 산을 넘으면 질주가 시작될 것이다.
강서로산전 MVP : 왕붕
/정하나 길림신문 축구론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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