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151] 칼국수 한그릇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7월14일 19시03분    조회:358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무가 고요하려고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고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 어느 누가 위챗 모멘트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며 아버지가 무척 그리워진다.

 

강소성 회안시의 주은래기념관을 참관하면서 기념사진 남긴 아버지, 어머니

“효도하려고 하나…” 아버지가 보고 싶다, 가슴이 저리도록 보고 싶다. 아버지께서 천당에 가신 지 벌써 16년이 더 된다. 아버지는 62세 밖에 안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 자식을 위해, 우리 가문의 장자로 부모와 동생들을 위해 아득바득 힘에 부친 짐을 지고 사시다가 복을 누릴쯤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양복을 엄청 좋아하셨다. 아버지에게 환갑잔치를 차려드릴 때이다. 우리 여기 풍속 대로라면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맏딸이 양복을 사 드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200여원어치의 천을 사서 양복을 만들어 드렸다. 환갑잔치에 아버지의 양복 한벌과 어머니의 한복 한벌을 사는데 600원가량 들었다. 값싼 양복이였지만 아버지는 촌에 행사가 있거나 례식장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내가 사드린 양복을 차려입고 나선다. 그리고는 신나서 “어때? 괜찮지? 멋이 나지?”하며 싱글벙글 웃는다. 마치 설 쇨 때 어린애들이 새옷을 입고 좋아하는 그런 모습이였다.

내가 37살 되는 해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호구부를 가져오라고 하여 아버지는 돈 2원이라도 아끼시느라고 4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현성까지 왔다. 당시 아버지는 50대였지만 겉 보기에는 60대 로인 같았다. 얼굴에는 벌써부터 밭고랑 같은 주름이 생겼고 목주름도 얼기설기 남들보다 더 많아보였으며 몸은 바싹 여위였고 허리도 구부정했다.

그날, 손주 일 때문에 뛰여다닌 아버지를 보며 큰 마음을 먹고 아버지에게 맛나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 고작 칼국수였다.

육수물이 돼지뼈다귀로 만든 것이여서 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나는 그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날 육수가 어찌나 짜던지 나는 먹다못해 아버지의 국수그릇과 나의 국수그릇에 맹물을 부었더니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면발이 덜 익어서 쫄깃쫄깃하지도 않고 그냥 반숙의 밀가루국수를 소금물에 넣어 먹는 기분이였다. 40세가 다 되도록 처음 아버지를 식당에 모시고 갔다는 것이 글쎄 생국수를 ‘대접’하다니 나는 너무 죄송스러워 아버지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나는 너무 맛이 없어서 억지로 절반가량 먹고는 저가락을 놓고 아버지가 잡수시는 보고 만 있었다. 전에 아버지는 오래 동안 숙사생활을 하다보니 위가 별로 좋지 않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각할 만큼 맛갈스레 국수를 드시는 것이였다. ‘이 처럼 맛없는 국수를 어쩌면 저렇게도 잘 드실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나머지없이 다 드시고 나서 “아, 참 잘 먹었다.”고 하시는 것이였다.

“육수가 짜서 제대로 드시지 못하셨죠?”라고 하니 “육수가 짠 것이 네 탓은 아니잖니? 그래도 우리 딸이 사준 국수를 먹으니 맛나기만 하구만. 허허−”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밥점을 나섰다.

아버지의 갱핏한 뒤모습을 바라보며 이후 꼭 좋은 밥점에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사 드리라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4년 후 아버지가 심장경색으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실 줄을 몰랐다. 그 4년 사이에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모시고 밥점에 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같이 맹랑하고 후회될 일이 어디에 또 있을가? 래일, 모레, 래일, 모레 …하다가 그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계획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참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현실에 그만 아연질색하고 말았다.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대성통곡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16년 세월이 흘렀건 만 나이가 들고 생활수준도 나날이 좋아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만 갔다. 아버지를 모시고 좋은 음식점에 가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후회되고 가슴 아픈 일로 남았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양복도 환갑잔치에 입었던  천을 사서 만들어드린 것 밖에 없으니…그때 돈 더 들여 모직물 양복을 해드려야 했는데 하며 후회 뿐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보기 좋은 양복을 입혀 마지막 길을 보냈다.

매번 학생들한테 정철이 쓴 시조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를 배워줄 때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늘 말한다.

애들을 교육하면서 나 또한 애들한테서 교육을 받기도 한다.

/리미옥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394
  • 최근년간 도문시 석현진은 천연자원에 립각하여 산업구조를 꾸준히 최적화하고 ‘대상 제일’의 리념을 확고히 수립하면서 산업의 질을 제고하고 효과를 증가하도록 추동했다.석현진은 전통산업의 우세를 꾸준히 다지는 동시에 신흥산업의 돌파구를 적극 탐색하면서 다원화 발전의 길에서 견실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최근년...
  • 2024-11-04
  • 일전, 훈춘시공안국 경제수사대대는 사건 련루금액이 무려 3,000여만원에 달하는 불법경영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2명의 범죄용의자 한씨(녀, 47세)와 김씨(남, 47세)를 나포했다. 이번 조치는 불법 외환 결제 범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고 인민대중의 재산을 보호하고 금융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올해...
  • 2024-11-04
  • ─‘6대 민생 제고 행동 실시, 50항 구체적 임무 시달’ 계렬보도 룡정편올해 룡정시는 대중들이 가장 관심하고 대중들의 리익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일들로부터 출발해 부단히 대중들의 민생복지를 증진하고 대중이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념원에 부응해 시민들의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만족감을 충족시켰다.일전 기자...
  • 2024-11-04
  • 외교부 대변인은 림검은 11월 1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수입박람회 개최는 중국이 자주 개방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이자 개방형 세계경제 건설을 추동하기 위한 실제 행동”이라며 “중국은 국제수입박람회를 계기로 각국과 개방된 케이크를 더 크게 키우고 협력 리스트를 확장하여 모든 국가가 중국시장의 기회를...
  • 2024-11-04
  • 10월 23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서 유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빵집이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신화넷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서가 10월 31일 발표한 공동 보고서 〈긴급 식량 불안정 조기경보〉에 따르면 향후 반년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식량 안보 위기가 고조될 것이란 분석이 나...
  • 2024-11-04
  • —성부급 주요 지도간부 특별주제 연구토론반 개강식에서 한 습근평 총서기 중요 연설을 학습관철할 데 대하여수정(守正)과 혁신은 변증법적으로 통일된다. 정도를 지켜야만 혁신이 시종일관하게 정확한 방향을 따라 전진하도록 보장할 수 있으며 계속 혁신을 해야만 정도를 더욱 잘 지킬 수 있다. 성부급 주요 지도간부 당...
  • 2024-11-04
  • ■ 김향양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려행을 떠난다는 건 생각만해도 마음이 설레이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기분이 둥둥 뜨는 일이다.  지난해 여름 장가계 려행을 다녀오면서 래년의 려행목표는 꼭 구채구로 향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벼르고 기다리고 계획을 짜고 짜던 끝에 마침내 추석련휴를 계기로 시간...
  • 2024-11-04
  • 두만강 중하류에 위치한 훈춘시는 중국, 로씨야, 조선 3국의 접경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으로 바다를 끼고 서쪽으로 내지에 잇닿아 있으며 바다를 통해 5대주와 통하고 륙지로는 3개 나라를 이으면서 천혜의 지리환경으로 독특한 산수풍경을 조성하고있다.최근년간 훈춘시는 이 같은 훌륭한 생태환경, 두터운 문화적 소양...
  • 2024-11-04
‹처음  이전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