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154] 내 고향의 ‘몽당치마'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8월10일 10시13분    조회:194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고희문턱을 넘어선 인생의 막바지에서 휘청거리며 걸어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노라니 고향의 그리움에 눈굽이 축축이 젖어든다. 철갑을 두른 듯 마을을 지켜선 완달산, 50년 전 아낙네들이 빨래방치로 황어떼들을 잡았던 호브트하, 그리고 산딸기 무르익는 조일산 아래에 오붓이 들어앉은 고향마을... 그보다도 제일 그리운 것이 입안의 사탕도 서로 나누어 먹던 짜개바지 친구들과 여름밤 우등불 피워놓고 금방 삶아온 풋옥수수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고향사람들이다. 담배 대통이 여러개 되여 ‘신대통'으로 불리웠던 신덕순로인, 온 얼굴이 수염이 덮여 '김털보'로 소문났던 우리 이웃과 이쁘장하게 생긴 쌍가매... 그 가운데서도 ‘몽당치마'로 불리웠던 누나벌되는 리맹춘이 제일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세기 50년대 초, 목단강지구 이민판공실에서는 왜놈들이 버리고 간 동녕벌을 개척하기 위해 사처에서 벼농사에 미립이 튼 조선족들을 모집하여 삼차구벌을 개척했다. 그때 해림현 도림촌에서 살던 우리 태원 리씨 여덟세대가 할아버지를 따라 삼차구에 정착했다. 줄줄이 아들 다섯을 낳은 어머니는 같은 태원 리씨인 리맹춘을 친딸처럼 가깝게 대했고 우리 형제들은 늘 도림누나라고 불렀다.

도림누나는 키가 작달만하고 인물이 수수하고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는 문맹이였으나 마음씨 착하고 음식 만드는 솜씨가 특별해 집체 때 전간식당, 들놀이, 년말렬군속좌담회등 음식만드는 일은 언제나 도림누나의 몫이였고 동네의 결혼, 환갑 잔치, 친척파티 때에도 어김없이 도림누나를 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온 하루 일을 해도 집으로 돌아올 때 도림누나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고작해야 개눈깔사탕 몇알에 수건 하나였다.

집 살림이 하도 구차하여 군일이 있어도 입고 다니는 옷은 언제나 낡은 몸뻬에다 색바래진 공장 작업복이였고 여름철엔 팬티에다 몽당치마를 입고 다녔다. 혹시 도림누나가 외출하고 딴 사람이 료리를 만들면 손님들은 먹어보고는 “오늘 음식이 리맹춘이 만든 것보다 못해.”라고 도리질을 했다. 도림누나는 료리를 만들때 조미료는 고작해야 대파, 마늘과 양파뿐이였지만 그의 특색료리인 소갈비탕은 특별해 공사나 현에서 그 무슨 현장회의요, 검사단 접대 등 행사가 있을 때면 공사에서는 허대장더러 꼭 소갈비탕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한번은 공사서기가 찦차를 몰고 우리 마을을 찾아왔다. 왕서기는 허대장보고 “래일 성에서 변방검사단이 오는데 만약 검사에 통과되면 상으로 색텔레비를 주오. 그러니 우리가 그전에 먹었던 조선족 김치와 소갈비탕을 준비하오. 그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의 옷을 바꿔 입게 하오.”고 말하면서 새 데트론옷 한벌을 내놓았다. 그 이틑날 성에서 내려온 10여명의 검사단 성원들은 따뜻한 구들에서 깔끔한 옷차림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도림누나의 소갈비탕을 맛나게 먹으면서 저마다 엄지척을 내밀었다.

그 이틑날 허대장은 상으로 받은 색텔레비를 어루만지면서 왕서기가 가져다 준 데트론옷이 은을 냈다고 말하자 도림누나는 웃으면서 “음식은 옷차림이나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이 아니예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합니다. 빨리 료리를 만들려고 소갈비의 피를 빼지 않고 급하게 끓이면 절대로 구수한 맛이 안나요. 소갈비를 찬물에 불궈서 피를 빼낸 후 무우를 넣고 센불에 끓이면서 거품을 건져내고 약한 불에 적어도 서너시간 끓여야 제맛이 나지요.”라고 말했다.

1973년 8월 내가 결혼식을 치르던 날이였다. 일찍 내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뜨고 그후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나의 두 동생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다보니 삼형제 중 막내인 내가 결혼하게 되니 어머니는 고기며 채소 그리고 상차림까지 빈틈없이 준비해 놓고 부엌에서 료리만들 사람을 찾았다. 현성에서 찾아온 친척들은 다른 사람보다 부조를 많이 했다고 그러는지 아침부터 모여앉아 화투치기만 할뿐 그 누구도 부엌에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없이 근심에 쌓여있을 때 문밖에서 양철소리가 나더니 도림누나가 재를 퍼내는 양철소버치를 들고 집안에 들어섰다. 돈이 없어 잔치부조 (그때 당시 부조는 극상해야 소주 두병에 수건 몇개가 고작이였다.)를 못하게 되니 빈손으로 들어오기보다 일감을 들고 들어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으리라.

어머니는 “맹춘아, 네가 와서 시름놨다. 여기에 고기와 채소감들이 있으니 빨리 큰상부터 차리자.”고 말씀하셨다. 도림누나는 잽싸게 부엌에 불을 지핀 후 먼저 오이무침, 배추김치, 도라지채등 반찬을 만든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을사람들과 상객 접대할 료리를 만들었다. 그날 나의 안해의 사촌오빠가 상객으로 와서 돼지고기, 칼치, 꿩고기 등 륙, 해, 공 료리에다 술을 거나하게 마신 후 신부를 사돈에게 맡기고 간다는 마지막 술상에서 손님접대 주인으로 앉은 나의 삼춘에게 “듣자니 이 마을에 료리솜씨가 대단한 녀성이 있다는데 한번 그 녀성이 만든 료리를 맛보면 안되겠습니까?”하고 청을 들었다.

잔치날 상객이 요구하는 음식은 꼭 만족시켜 주어야기에 어머니는 도림누나에게 눈치질하면서 빨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도림누나는 아무 군소리 한마디 없이 부엌에서 알불을 꺼낸 후 도자기 그릇에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을 만들어 상객방에 올렸다. 술이 거나한 상객은 구수한 청국장을 맛보더니 “이 료리가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 누가 알았으랴, 바로 그 날의 음식상이 도림누나가 손님접대를 위해 차린 마지막이라는것을. 내가 결혼식을 올린 사흘만에 도림누나는 급뇌출혈로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의 옷을 갈아입힐 때 어머니는 공사 왕서기가 가져다 준, 딱 한번밖에 입지 않았던 데트론옷을 도림누나에게 갈아입히면서 대성통곡하시였다.

세월이 흘러 내 고향의 ‘몽당치마'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47년이 된다. 물은 급하게 흘러도 물속의 달은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절주 빠른 세월의 흐름 따라 고향의 사람들은 뿔뿔이 외국으로, 남방으로 떠나가고 렬사비만 산에 우두커니 서서 마을을 지켜보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지금은 결혼도 환갑도 모두 례식장에서 편하게 하고 집에 간혹 손님이 방문해도 대부분 식당으로 가서 대접한다.

설명절 마을의 젊은이들이 땀을 뚝뚝 흘리며 찰떡을 치던 그 귀맛 좋은 떡메소리 그리고 녀인들이 부엌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던 모습들이 그립다. 내 고향의 ‘몽당치마' 도림누나가 그립다.

/리삼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816
  • 조선로동당 총비서이며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15일 로씨야 극동지역 주요 공업도시 꼼쏘몰스크-나-아무레에 도착하여 가가린비행기공장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참관 기간 김정은은 수호이-57 전투기에 올라 선진 전투기의 기술적 특성과 비행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을 들었으며 또...
  • 2023-09-18
  • 16일, ‘민족신문전파의 새 임무, 새 기상, 새 로정’을 주제로 한 중국신문사학회 소수민족신문전파사전업위원회 2023년 년차회의가 연변대학에서 개최되였다. 2023년은 20차 당대회 이후의 첫 해이자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전망목표요강을 실시하는 관건적인 해로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
  • 2023-09-18
  • 연변도서관 특수문헌소장부와 정보자문봉사부에서 련합으로 발기한 ‘공명:심령열독'(共鸣:心灵阅读)시리즈 행사의 가동식이 9월15일 오전 연변도서관에서 있었다. ‘공명:심령열독'시리즈행사는 작가, 도서관과 독자 사이에 련동을 형성하여 창작자, 문헌센터, 독자 3자가 더 많은 전달과 교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
  • 2023-09-18
  • —습근평 총서기께 편지 보낸 동북대학의 사생들에 대한 답방 “우리는 습근평 총서기의 당부를 명심하고 애국주의의 영광스러운 전통을 계속해서 확산시키며 청년의 열정적인 노력과 학문에 대한 간고한 학습정신을 조국 발전의 청춘 력량으로 간주하고 어려움을 계속 극복하며 스스로를 강화하여 자신의 지식, 학문, 능력...
  • 2023-09-18
  • ‘동북아지역 평화와 발전 포럼’ 개최 16일, 길림대학에서 주최하는 ‘동북아지역 평화와 발전 포럼(2023)’이 장춘에서 개최되였다. 포럼은 동북아 각국 전문가 및 학자들을 위하여 고수준의 교류협력 플래트홈을 구축하고 학술 교류를 통해 학술 공동인식과 지역 공동인식을 확대하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추진하...
  • 2023-09-18
  • 가을빛이 짙어가는 16일, 장백산잡지사, 연변주작가협회 장춘창작위원회에서 주최한 장춘지역 문인 간담회가 문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춘 금화만 동화서점에서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 장춘지역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장백산잡지 애독자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하면서 커피 향기가 은은한 간담회를 빛냈다. 간담...
  • 2023-09-18
  •   9월 17일 19시30분에 펼쳐진 2023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4라운드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은 사천구우팀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제24라운드 경기결과는 다음과 같다.   남경도시 1:1 석가장공부   광주 1:0 동관관련   심양도시 0:2 청도서해안   흑룡강빙성 1:1 광서평과   사천구우 3:1 연변룡정...
  • 2023-09-17
  • 9월 17일 19시30분에 펼쳐진 2023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4라운드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은 사천구우팀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이날 김봉길감독은 꼴키퍼에 동가림, 수비에 20번 김태연, 32번 리달, 26번 허문광, 3번 왕붕, 16번 공한괴를 내세우고 미드필드에 17번 리세빈, 31번 천창걸, 30번 양경범...
  • 2023-09-17
  •   손영군 총경리 사무실에서 “태평촌은 교하시중심으로부터 불과 7킬로메터, 차로 달리면 15분좌우 거리, 요즘 선호하는 근교려행의 최적지입니다. 주말이나 명절 아이들 방학기간에 태평촌으로 와서 열대어도 보고 록색채소와 과일 채집도 하고, 농가집을 빌려 농촌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태평촌의 관광휴양지로의 변모를...
  • 2023-09-1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