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내 친구 용이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8월15일 12시14분    조회:205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산동 위해 리영길

나는 그날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났다. 한국 딸네 집으로 가는 내 친구 용이네 부부를 공항까지 바래주기로 약속이 되여 있었다. 9시 비행기인데 두시간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작자 리영길

남에겐 한없이 베풀면서도 남의 신세는 조금이라도 지려하지 않는 용이는 이번에도 공항셔틀버스가 집앞으로 지나간다면서 나의 도움을 극구 거절하였다.

그런 그를 (그의 안해도 함께 오래 살아서인지 용이처럼 고지식했다.)억지로 설득해서 아침 6시에 승용차로 배웅해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서둘러서 세수를 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마침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내가 늦은 것 같아 먼저 미안해졌다.

"용이냐? 내 지금 떠난다."

"아니, 우리 지금 뻐스를 탔거든! 그러니 우리 걱정말고 푹 쉬여라! 우리 갔다 올게… " 내가 뭐라 나무랄새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친구에 대한 그의 배려에 나는 리해가 가면서도 용이의 야속한 처사가 탐탁하지 않았다.

용이는 특별히 급한 용무로 출국하는것도 아니고 유람삼아 외손녀의 돌잔치에 가는데 옆 사람까지 수고를 끼치겠는가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용이의 사람됨됨이를 너무도 잘 알지만 나에게 차도 있고 내가 바쁜 사람도 아닌데 한 시간 거리의 공항까지 배웅하겠다는 내 성의를 뿌리치는 용이가 오늘따라 야속할 따름이다.

… 비록 약속을 어기고 셔틀버스를 타고 떠났지만 그래도 길 떠나는 용이부부에게 잘 갔다오라고 인사말 한마디 못한 미안한 생각에 나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넣었다.

잠시후 용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경호야, 네가 공항에 날 배웅하고 혼자서 말동무도 없이 외롭게 돌아갈 네 모습이 마음에 걸려 지나가는 셔틀버스를 탄거란다. 그러니 달리 생각지 말라, 고마운 너의 마음 잘 알고있다. 고맙다!"

문자를 읽는 나는 몇십년을, 아니 아이때부터 같이 자라고 같이 생활한 용이의 깊은 마음을 다는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 하면서 그의 성품이 그저 부러울 뿐이였다.

나는 친구의 세심한 배려에 코허리가 찡 해났다.

작자 리영길(오른쪽)씨와 그의 친구 용이(왼쪽)

내가 용이를 알게 된 것은 소학교 2학년때이다. 아랫 마을로 새로 이사왔다는 아이가 우리 학급에 왔는데 담임선생님은 그를 내 옆자리에 앉히면서 나의 둘도 없는 다정한 짝꿍이 되였다. 나와 동갑내기인 용이는 후에 안 일이지만 우연하게도 생일까지도 같았다.

나는 매일 아침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갈 때면 용이네집에 들려 용이와 함께 학교로 갔다. 용이네 집은 우리집에서 2리가량 더 가서 학교가는 길옆에 있었다. 어떤 날은 내가 좀 일찍가면 용이네는 그때 아침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용이가 다섯살적에 목재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그래서 용이 어머니는 혼자서 외동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것이였다.

용이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인 나를 한결같이 반갑게 대해 주었고 극진히 보살펴주었다.

아마 그날이 월요일로 기억된다. 휴일 하루 못 본 친구가 그리워 나는 일찍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면서 습관대로 용이네 집에 들렸다. 용이 어머니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환하게 웃으시며 내 팔을 끌며 "빨리 올라가서 이걸 좀 먹고 가거라. 오늘은 우리 용이 생일이거든! " 하시며 맛나는기름에 구운 떡을 내손에 쥐여 주시는 것이였다.

(어…? 나도 오늘이 생일인데!) 나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떡두개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래서 나는 용이와 동갑내기에 다가 생일도 같은 날이란걸 알게 되였고 그런 우연때문인지 우리는 더 각별히 친근히 지내게 되였다. 그 우정이 60이 넘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용이는 외동 아들로 태여나서 어머니의 각별한 사랑속에서 어렵던 그 시절에도 늘 새옷을 입고 다녔지만 6남매의 넷째로 태여난 나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늘 누나들이 입던 옷을 물려 받아 입게 되여 새옷이라고는 구경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누나들이 입던 녀자옷을 입기 싫어 했고 새옷을 입고 다니는 용이가 부럽기만 했다.

용이 어머니는 우리집 형편을 입소문으로 알고 계셨는지 나를 특별히 관심해 주셨다. 겨울에 용이의 벙어리 장갑을 만들면서 내것까지 정성들여 만들어 주셨고 누나들이 신던 헌신을 덜덜 끌고 다니는 모습이 보시기 안스러워서였던지 용이 운동화를 사면서 용이것과 꼭 같은 운동화를 사주셨다. 세월이 흘러 이젠 용이 어머니가 이세상에 안계시지만 그 분의 인자하고 환한 미소는 오늘도 눈앞에 생생하다. 내가 용이 생일날 아침 떡 두개를 게눈감추듯 먹어치우는 것을 흐뭇하게 바리보시며 미소지으시던 용이 어머니의 인자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작자 리영길(오른쪽)씨와 그의 친구 용이(왼쪽)

어느덧 세월이 흘러 용이와 나는 어엿한 청년이 되여 용이는 아래마을 생산대에서 나는 웃마을 생산대서 저마끔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용이가 크게 다쳐 현립병원에서 사경에 헤매고 있다는 급보를 받고 나는 급히 뻐스를 타고 현립병원으로 달려갔다. 용이는 생산대의 파견으로 방공용 동굴을 뚫는 일을 하다가 무너지는 바위돌에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출혈이 너무 심해서 수혈을 받아야 했는데 병원에는 저장된 혈액이 바닥이 났었고 또 <0>형 혈액이여야만 했다.

나는 학교때 혈액검사에서 <0>형인 기억이 번뜩 생각나서 "의사선생님, 저의 혈형이 <0>형입니다."하면서 다급히 팔을 내 밀었다. 검사결과 내 혈형이 <0>형으로 나오자 의사 선생님은 즉시 내 피를 용이에게 수혈했다.

그리하여 용이는 환생했고 나는 잃을 번했던 친구를 되살린 기쁨과 긍지로 가슴이 벅차 올랐었다 … .

이렇게 나와 용이는 어려서부터 같이 공부하고 같이 자란 죽마고우이며 피로 맺어진 추억이 깊은 친구이다.

나는 창공을 헤가르며 날으는 비행기 안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사색에 잠겨 있을 용이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숱이 적은 머리, 시원하게 벗겨진 넓은 이마,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 우뚝 솟은 코…생김새와는 달리 용이는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내가 그를 친구 이상으로 좋아 고소중해하는 것은 그가 남을 헤아리는 깊은 마음씨와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나는 어느 노래의 노래말이 생각났다.

웃음을 주고 받을 친구는 많지만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적더라

용이와 나는 지금 산동 위해에서 같이 살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 어디 가도 같이 가서 살자던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나와 용이가 찰떡 친구인 것 처럼 우리 안해들도 자연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오간다. 정말 깨알이 쏟아지는 보기 좋은 친구라고 주변 사람들은 칭찬해 마지 않았다.

누군가 “사람은 일생에 서로 마음을 터 놓을수 있는 친구 하나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하였다.

정말 내 마음속에 쏙 드는 말이였다. 나에게도 이리저리 만난 친구가 많지만 용이처럼 진정 서로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는 없는 것 같다.

<빈천지교불가망>(贫贱之交不可忘)이란 말처럼 어려운 동년시절과 벅찬 청년시절을 거치면서 피와 마음으로 얽힌 우리의 우정은 잊을수 없으며 영원할 것이다!

<친구란 사귀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란 우리 민족속담은 우정을 계속 지켜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깊고 깊은 뜻이 있다.

천진란만한 동년시절부터 사귄 우리의 우정이 희망과 정열에 넘친 청년시절 그리고 지금 즐겁고 행복한 로년시절을 거치면서 세월의 비바람속에서 동고 동락하여 더 탄탄해 졌고 우리 인생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믿는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리라고

이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지속되리라고!

내 미더운 평생의 친구야!

너도 그렇게 믿겠지?!

 

2023년 7월 29일 수정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939
  • 개봉식에서 참가자들이 미니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 헌례작품으로 촬영 제작한 미니영화 《아~아름다운 연길강》 개봉식이 9월 1일 오전, 연길시 한성호텔에서 있었다. 영화 극본작가이며 감독인 손룡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연길강(연집강)부근에서 생활하고 ...
  • 2022-09-02
  •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에 즈음하여, 연변조선족자치주로령사업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연변 ‘가장 아름다운 로인-회갑연’이 9월1일, 연변체육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번 회갑연에는 전 주 각지에서 추천, 선발된 28명의 70주세 이상(최고령자 93세) 로인이 초청되였으며 연변 건설 과정...
  • 2022-09-01
  • 서정일교수, 가뭄과 알카리성에 잘 견디는 분자 메커니즘 연구에서 중요한 성과 획득 동북사범대학 생명과학학원 교수 서정일(38세)이 이끄는 연구팀은 식물(작물)이 가뭄과 알카리성에 잘 견디는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해내 알카리성(盐碱) 토지에 잘 견디는 농작물의 신 품종 육성에 중요한 리론적 근거를 제공했는바 길림...
  • 2022-09-01
  • 9월1일 연길시인민정부에서는 연길시에서 자치주성립70돐 대형불꽃야회를 거행할데 관한 통고를 발부했다. 통고에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을 경축하여 경사스럽고 즐거운 명절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연길시당위와 정부에서 ‘휘황찬 70성상 아름다운 연변'을 주제로 한 대형 불꽃야회를 펼치게 된다. 이...
  • 2022-09-01
  •   8월 31일 오전 9시30분, 중앙민족가무단이 연길시 조양천진 태흥촌에서 기층(연변)하향 문화혜민 공연을 펼쳤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을 경축하여 기층군중들의 문화생활을 풍부히 해주고 조화, 단결, 번영의 축제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중앙민족가무단이 연변에서 ‘중화민족 한가정'위문공연을 ...
  • 2022-08-31
  •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을 맞으면서 연변조선족자치주가 그동안 거둔 휘황찬란한 성과를 세인들앞에 전시하고 연변의 여러 민족 인민군중들이 단결분투하는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꽃차퍼레이드(花车巡游)가 8월31일 오전 9시에 연길에서 화려하게 선보였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부도시 연길시를 선두로 훈...
  • 2022-08-31
  •   30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 맞이 ‘클러스컵’ 연길시대중노래자랑 총결승전이 연길텔레비죤방송국 공개홀에서 펼쳐졌다. 20차 당대회와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맞이하여 음악애호가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당의 민족정책의 따사로운 빛발아래 여러 민족 ...
  • 2022-08-31
  • 8월 31일 오전, 연변작가협회에서 주최, 연변녀성문인협회에서 주관한 ‘녀성문인은 왜 문학의 중심에 서야 하는가?’ 문학연구토론회가 연길시 황관혼례청에서 개최되였다. 37명의 녀성문인들이 참가한 토론회는 연변녀성문인협회 회장 박초란의 사회하에 진행되였다. 연변작가협회 상무부주석 리혜숙은 축사에...
  • 2022-08-31
  • 80개 민족단결진보 선진집단, 160명 민족단결진보 선진개인 표창 연변조선족자치주 민족단결진보표창대회 현장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을 즈음하여 마련된 연변조선족자치주 민족단결진보표창대회가 8월 30일 연변로동자문화예술중심에서 성대히 거행되였다. 대회는 민족사업을 강화, 개진할 데 관한 습근평 총서기의 ...
  • 2022-08-3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