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로년의 추억]50년전에 받았던 특수한 ‘선물’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8월17일 11시16분    조회:253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중한 물건들을 수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색바랜 물건들이 많다. 그 보따리를 헤치면 특별히 눈길 끄는 것이 있는데 바로 편지 묶음이다.

나는 묶은 편지들을 풀어냈다. 봉투와 글자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미 퇴색했다. 그러나 그 매통의 편지들은 지금도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1973년 2월 중학교를 다니던 나는 소아미비교정수술을 하려고 혼자서 장춘부대병원에 가서 입원하였다. 그때 아버지는 출근하느라 시간이 없었고 어머니는 줄줄이 낳은 다섯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기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열여덟살의 나이로 머나먼 곳, 그것도 혼자서 낯설고 산설은 곳에 가서 몇달간 있는다는게 왜 그렇게도 힘들고 고독하던지 나는 처음 며칠은 밤이면 이불속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때 병원에는 환자가 많다보니 나는 4월달에야 수술받게 되였다. 수술 후 열흘 만에 아버지께서 날보러 오셨는데 병실에 들어선 후 가방을 열더니 편지들을 꺼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널 보러 온다하니까 너희반 애들이 편지를 보내더구나”

나는 먼저 편지를 헤여보았다. 스무여덟통이였다. 전반 학생들이 누구나 하나도 빠지지 않고 썼던 것이다.

한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다. 어떤 환자들은 감탄했고 어떤 환자들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왔다.

나는 먼저 제일 우에 있는 편지봉투를 손에 들었다. 눈에 익은 글씨였다. 넙적하게 쓴 글, 이건 련화가 쓴 편지임에 틀림없었다. 소학교 때 늘 내 가방을 메여준 련화! 나는 속지를 뽑아서 읽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영옥에게: 그동안 수술도 하고 치료도 하느라고 아픈 고생 많이 했지? 우린 네가 치료를 잘해서 빨리 돌아오길 기다린다.…”

나는 또 다음 편지봉투를 들었다. 아, 이건 재옥이가 쓴거구나. 언제 봐도 얼굴에 해님을 담고 있는 재옥이다.

“영옥에게: 잘 있니? 그 아픈 수술을 당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니? 우리는 지금 인제 네가 우리처럼은 몰라도 원래보다 잘 걷는 모습을 매일 그려보고 있단다. 네가 그 아픈 다리로 학교로 오가는걸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어...”

이건 또 누가 쓴 걸가? 글씨를 봐서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알아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속지를 뽑아서야 바로 성길이가 쓴 것이라는걸 알게 되였다. 늘 말수가 적은 성길이, 녀자애들이 말을 걸면 얼굴부터 붉어지는 성길이다. 그런 성미인 성길이가 나에게 이 글을 쓸 때 웬만한 결심을 가지고는 못 썼을 것이리라!

그 다음은 송월이, 형식이, 정옥이, 순철이… 특히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한 것은 철복이의 편지였다. 철복이는 소학교 때 늘 내 걸음을 흉내내서 내가 제일 미워하는 남자애였다. 밉다 못해 어느날 큰 병에 걸려서 학교로 다닐 수 없었으면 하는 생각까지도 있었다. 그렇게 줄곧 애를 먹이고 내 마음을 상하게 하던 그가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그 버릇이 고쳐졌는지 날 더는 놀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눈에 제일 미운 애로 박혀있었다. 그러던 그 애가 나에게 편지를 보낼 줄이야.

“영옥아: 많이 고생했지? 얼마나 아픈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 지난 일을 다 잊어다오. 내가 너무 헴이 못 들었던거야. 중학교에 와서 내가 너무 했다는 걸 알고는 다시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무등 애를 쓰는데 넌 그냥 이전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날 용서해주면 고맙겠어...”

워낙 글을 비뚤게 쓰는데 그때 글씨를 정성스레 쓴 것이 한눈에 안겨왔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제날의 미움이 마치도 봄날의 눈처럼 사르르 녹아서 사라짐을 느꼈다. 그래그래, 철없을 때 한 일을 가지고 구태여 자꾸 기억 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지. 나는 저도 몰래 코마루가 찡해났다.

애들이 쓴 어떤 편지는 글씨가 정연하지 않았고 어떤 편지의 내용은 글이 순통하지 않았고 또 어떤 편지는 짧았지만 그러나 편지마다 나의 고독한 마음을 헤아려 주었고 힘내고 용기를 내서 어서 빨리 학교에 돌아와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을 담은 내용들이였다.

그 시절, 우리는 한반에서 공부한다 해도 혹시 어느 남녀 간에 조금만 말이 오가면 련애한다고 해서인지 아니면 무슨 ‘남녀 칠세 부동석'라고 해서인지 남학생과 녀학생들은 서로 만나도 말을 건늬지 않았었다. 그러던 남학생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나에게 편지를 쓰다니. 후에야 안 일이지만 그때 반급 담임선생님이였던 박창호선생님이 자습시간에 반급 학생들을 동원하셨단다.

“오늘 시간에는 아주 특수한 숙제를 주겠습니다. 모레쯤 우리 반의 박영옥 아버지께서 장춘병원에 가신다고 하는데 이번 시간에 영옥학생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학생들은 편지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쓰고 안 쓰는 건 자유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녀자애들은 다 머리를 숙이고 쓰느라고 했는데 어떤 남자애들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쓰더라고 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말 한마디 안건늬던 남자애들이 몽땅 동원돼서 편지를 썼다. 불행한 친구를 동정할 줄 알고 희망을 바라는 사람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 줄 아는 고마운 친구들이였다.

그해 7월중순까지 병원생활을 하게 된 나는 외로울 때나 아플 때나 쩍하면 그 편지들을 꺼내서 읽고 또 읽었다. 그 편지들은 나의 고독을 달래주었고 나에게 아픔을 이겨내고 래일을 바라보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젠 50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그러나 내가 지치고 힘들 때 나에게 보내준, 사랑이 푹 담긴 편지 선물은 영원히 나의 보물로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박영옥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790
  • 추석이 지나고 가을의 정취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고 국부적으로 비를 동반하기에 주의해서 옷을 추가해야 한다. 이번 주말(18일)부터는 기온이 점차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의 변화는 단풍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가을이 다가왔다. 그럼, 가을 관광은...
  • 2022-09-13
  • 9월 12일, 연변작가협회가 주관하고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가 주최한 ‘새시기 소설창작 혁신과 탐구’ 연구세미나가 룡정시문화관 5층 회의실에서 개최되였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소설창작위원회 주임 리승국은 개막사에서 “중국작가협회 제10기 전국대표대회에서 한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한 강...
  • 2022-09-13
  •      9월 11일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 일행은 회장 김숙의 인솔하에 본 협회 부회장인 리란의 영길현 찰로하 을 방문했다.         협회 일행이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은 록색농업, 축산업, 현대농업관광산업을 위주로 양로산업까지 다각도로 사업...
  • 2022-09-13
  • 조선족기업가들은 중한교류 30년의 참여자 견증자 개척자 “조선족기업가들은 중화민족 우수한 기업가중의 일부분” 조선족기업가 30명이야기ㅡ《무지개를 수놓는 사람들》출간      중한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중한관계 발전에 기여한 조선족기업가 30명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무지개를 수놓...
  • 2022-09-13
  • 핵산 검측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예방통제의 중요한 수단이다. 대중들은 전염병예방통제조치의 실시를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핵산 검측 시 방호 요구를 준수해야 하고 아래 방호점들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1.핵산 검측 전에는 미리 ‘길상코드’나 신분증을 준비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는 인원은 기타 유효증명서를 준...
  • 2022-09-12
  • 수시로 볼 수 있는 맑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이미 장춘 시민들의 생활에서 ‘새로운 상태’로 되였다. 9월 6일 당일, 장춘시의 공기질 지수(AQI)는 33으로 공기질 등급은 우량에 달했고 PM 2.5의 일평균 농도는 8㎍/㎥로 환경 공기질 1급 기준에 도달했다. 전 성 9개 시, 주의 공기질 등급은 모두 우량이며 PM2.5의 일평...
  • 2022-09-12
  • 9월 11일, 연변작가협회 산문창작위원회 소속 40여명 회원들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주년 경축행사 일환으로 연길시 조양천진 태흥홍색마을과 화룡시 동성진 광동촌을 찾아 문학탐방을 진행하였다. 연변작가협회 당조서기 최문덕, 상무부주석 리혜숙, 부주석들인 채운산, 리승국, 김선화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
  • 2022-09-12
  • 8일 열린 국무원 합동예방통제기제 발표회에서 과학적이고 정밀한 전염병 상황 예방통제 관련 상황을 소개했다. 당면 전국 전염병 상황은 국부 지역에서 무시로 발생하고 있다. 전기 전염병 상황이 비교적 심각한 중점 성들은 단계적 효과성을 거둔 반면 개별적인 성의 부분적 도시들에서 전염병 상황이 계속 발전중에 있다...
  • 2022-09-12
  • 9월 10일 제1회 중국청소년축구리그(남자 고중 년령단 U17세조) 전국 총결승 예선경기 소조 마지막 대결이 연길시 의란진 구룡촌에 위치한 연변조선족자치주시범성종합실천기지학교에서 개최되였다. 최광일 감독이 지휘하는 연변체육운동학교 U17세팀은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오르도스몽골족중학교팀과 1대 1로 빅은후 승부...
  • 2022-09-11
  • 지난 9월 8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주년을 맞으면서 2022 ‘오덕된장컵'제2회 로인축구대회가 룡정해란강축구문화타운에서 결속되였다. 연변조선족자치주 로인체육협회에서 주최하고 주 로인축구협회에서 주관, 연변오덕된장유한회사와 연변의진테륨과학기술유한회사에서 협찬한 ‘오덕된장컵'로인축...
  • 2022-09-09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