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최아바이의 소사랑 이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11월16일 09시30분    조회:371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동물 중에서  농사일을 돕는 동물을 말하라치면 누구나 다 소라고 할 것이다. 소는 확실히 농사일을 돕는 고마운 짐승이며 풍요를 가져다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소한테는 인내력과 성실성 그리고 근면한 정신이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그처럼 소를 아끼고 사랑해 왔으며 소를 기둥처럼 믿어 왔을 것이다.

어릴 때 농촌에 살면서 소를 많이 보아 왔는데  그후 도시로 와서 살면서 소의 형상이 머리 속에서 많이 희미해짐을 느끼다가 며칠 전에 강변에서 산책할 때 강 건너 저쪽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가 눈에 띄여 문득 이전에 보아오던 소사랑이야기가 떠오르게 되였다.   

30대시절 내가 농촌마을에서 살 때의 일이다. 그때  옆집에서 소를 기르고 있었다. 아들며느리 그리고 손자까지 삼대가 한집에서 살고 있는 최아바이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먼저 발길이 가는 곳이 외양간이였다.

신새벽에 외양간을 말끔히 청소하고 비자루로 소등을 쓸어주고...그러고 나서야 아침을 드시는 것이였다. 아침식사 후에 해도 되는 일인데 소똥냄새로 밥맛이나 있었을가?

어느해 봄, 저녁녘에 밖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요란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날 소에 발구를 메워서 나무하러 산에 간 아들이 절뚝대며 걷는 소만 몰고 금방 집에 돌아왔다. 내리막길에서 발구가 뒤집혀져 소가 발목을 상해서 소만 몰고 온 것이였다. 그런데 부자간에 대뜸 싸움이 생겼다.

“너 나무를 얼마나 많이 실었으면 소가 이 정도로 되였어? 말 못하는 소라고 그렇게 아낄 줄도 모르는 자식이구나”

아버지의 노발대발에 아들은 억울한지 눈물이 글썽한 채로 대꾸했다.

“아버지, 모르고 하는 소리꾸마. 나무 석대밖에 안 실었습꾸마.”

아들은 물론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아침에 누룽지 한웅큼 가지고 산에 가서 높은 산발을 오르 내리며 통나무를 찍어서 끌어 내리느라고 숱한 땀을 흘렸고 온 몸이 녹초가 된 상황인데 욕까지 얻어 먹다니?

“그럼 래일부터 아버지가 나무를 합소”

“너 소를 상하게 해놓고는 무슨 대꾸질이야? 저 소가 얼마나 아파하는지 아느냐?”

그들의 부자간의 다툼에 지나가던 사람들 몇몇이 모여들자 아들은 창피하다면서 욱 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이튿날 최아바이는 많은 시간을 소 곁에서 지냈다. 측은한 눈길로 소를 멍하니 쳐다보기도 했고 또 상한 다리를 주물러주기도 하면서 자꾸 이렇게 곱씹었다.

“에그, 아파도 말두 못하고... 참 불쌍하기도 하구나”

소는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다리를 주물러 줄 때면 커다란 두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소에게 자주 찰떡도 쳐서 먹이였다. 찰떡을 한줌씩 떼서는 물에 찍은 후 소입에 넣어 주었는데 그럴 때면 소는 맛나게 새김질하고 있었다. 그 세월에 흔하게 먹지 못하는 찰떡을 말 못하는 동물에게 준다는 것은 웬간한 소사랑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였다. 그때 배급을 타 먹다보니 입쌀도 흔치 않게 먹었던 나는 소가 아무리 중한들 찰떡까지 먹일 필요가 있을가 하고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

어느날, 최아바이의 일곱살 난 손자가 동네 조무래기들을 데리고 소를 향해 돌멩이 뿌리기를 하고 있었다.

“명호야, 너 소 귀를 명중하고 광호는 꼬리를 명중해 봐.”

최아바이 손자가 이렇게 소리치자 애들이 돌멩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제 너 할아버지가 아시면 너 혼나니까 어서 다른데 가서 놀아라”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이렇게 타일렀다. 그 시각 나도 웬 일인지 소에 대한 동정심이 우뚝 살아났다. 개는 돌멩이에 얻어 맞으면 “깨갱”하고 소리치면서 피하고  돼지도  “꿀꿀 ㅡ”하고 소리치며 저만큼 피해갈 것이다. 그런데 소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기만 했다. 돌멩이가 몸에 맞으면 눈만 껌뻑할 뿐이였다. 정말 우직하고 버티는 능력이 강하고 한없이 태평스러운 동물이였다.

나의 예측은 맞았다. 일을 보고 돌아오면 먼저 외양간부터 들리시는 최아바이의 시야에 애들의 장난이 안겨 들었다.

“너희들 왜서 이러는거야, 응?”

외양간 옆에 쌓여있는 나무가리에서 몽둥이를 찾아쥔 최아바이가 몽둥이를 막 휘두르면서 애들을 쫓았다. 애들이 다 달아나고 남은 건 손자뿐이였는데 몽둥이가 손자의 엉덩이에 떨어졌다.

“와 ㅡ”하고 우는 소리에 할머니가 나오더니 일의 자초지종을 알고는 야단쳤다.

“그까짓 소가 뭐 그리 대단해서 령감이 이 야단이요? 손자보다 소가 더 좋으면 오늘 저녁부터 외양간에서 자구려”

기고만장하는 할머니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자를 노려보는 최아바이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세상에 저런 령감은 처음 본단 말이요. 내 원,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가네”

손자와 같이 한집에서 살면서 손자를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우는 할머니는 손자가 맞는 것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소고기장사군이 와서 인제는 소가 나이도 있고 또 상했는데 팔라고 했지만 최아바이는 안 팔겠다고 딱 잡아 뗐다. 물론 최아바이집 식구들이 모두 팔아버리는 것에 대찬성했다.

“너희들 모두 인간이냐? 어떨 때는 소를 실컷 부려먹고는 인제 와서 좀 상했다고 없애려 하는구나. 소는 농가의 밑천이라고 그래 밑천을 다 부려먹을 예산이냐? 그러면 망한다 망해.”

마을에서 평양고집으로 이름난 최아바이를 그 누가 이기랴?

그렇게 일년간 살다가 다른 데로 이사간 후로 다시는 소를 애지중지 여기는 최아바이의 모습을 더는 못보게 되였다.

세월이 흘러 인제는 최아바이도 저 세상으로 갔겠지만 그러나 소를 그처럼 사랑해 오던 일은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아있다.

/박영옥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47
  • 10월 8일, 이스라엘 남부도시 스데롯에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무장일군들이 숨어있던 경찰국 사무청사를 철거했다. /신화사 팔레스티나 이슬람저항운동이 현지 시간으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작전을 선포하면서 이스라엘에 수천발의 로케트탄을 발사했고 무장대원들은 이스라엘 령토에 진입해 이스라엘군과 충돌하고 ...
  • 2023-10-10
  •   로년대학 무용반 학원들이 선생님의 지도하에 춤을 배우고 있다. 사회의 고령화 정도가 부단히 심화됨에 따라 ‘고품질의 로년 생활’이 어떤 것인가, ‘어떻게 로년 생활을 즐길 것인가 ’등에 관한 화제는 점점 사회 보편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로인들의 정신문화 수요를 만족시키는 중요한 경로로...
  • 2023-10-09
  • 연변룡정팀이 20여일간의 휴식기를 보내고 10월 10일 19시, 할빈국제회의전시체육중심체육장에서 흑룡강빙성팀과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5라운드 원정경기를 펼치게 된다. 경기 전날에 있은 소식공개회의에 연변룡정팀 김봉길 감독과 30번 양경범 선수가 참가하였다. 연변룡정팀 양경범 선수는“20여일간의 휴식기를 거쳐 정...
  • 2023-10-09
  • 길림성공안청의 여름철 치안단속 행동 기자회견 현장. 기자가 9일 길림성공안청에서 열린 여름철 치안타격 정돈행동 기자회견에서 알아본 데 따르면 길림성 공안기관은 올해 6월 25일부터 9월말까지 전개된 여름철 치안타격 정돈행동에서 루계로 형사사건 만 2,441건을 수사해냈다. 소개에 따르면 길림성 공안기관은 행동 ...
  • 2023-10-09
  • 10월 9일, 2023년 길림성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갑조/을조 경기가 룡정해란강축구문화타운에서 개막되였다. 길림성체육국 탁구 하키 롱구 무술 운동관리중심이 주최하고 길림성축구협회와 룡정시체육국이 주관, 룡정해란강축구문화산업투자유한회사가 협조한 2023년 길림성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갑조(U17)/을조(U15)경기는...
  • 2023-10-09
  • 지난 10월 2일 아침, 나는 일찍 료녕성 신빈현의 부현장으로 사업하다가 퇴직한 조만선(92세)로인의 병이 위중하다는 기별을 받고 부랴부랴 대련시 개발구에 위치한 광의덕양로원으로 달려갔다. 혼수상태로 “억! 억!”하고 소리만 내는 령감을 간호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그의 부인 김은선 할머니가 병실에 들어서는 나를 보...
  • 2023-10-09
  • 지난 9월 30일,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회장 리혜영)가 주최한 일본 간사이조선족경영자 좌담회가 오사카 난바에서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간사이 조선족경영자들이 자신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여 조선족 문화 뿐만 아니라 경제상에서도 서로 상부상조하며 공동 성장하는 플래트홈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되였...
  • 2023-10-09
  • 리강, 페막식에 참석 제19회 아시아경기대회가 8일 저녁 항주에서 원만하게 페막했다. 국무원 총리인 리강이 페막식에 참석했다. 지난 16일동안 아시아 45개 국가와 지역의 1만여명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단결, 교류하고 우의를 다지며 용감하게 분투하고 자아 초월을 실현하면서 15번의 세계 기록과 37번의 아시아 기록 그리...
  • 2023-10-09
  • 문화적 자신감을 확고히하고 개방과 포용을 견지하며 수정혁신을 견지하여 사회주의 현대화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데 튼튼한 사상보장, 강대한 정신력, 유리한 문화조건을 제공해야 채기가 전국사상문화선전사업회의에 참석하여 연설 (북경 10월 8일발 신화통신) 중공중...
  • 2023-10-09
  • 올 추석·국경절 련휴, 길림성 관광객 접대량과 관광수입 력사 최고치 기록   아름다운 길림에서 황금의 가을을 함께 감상한다 북극 매력을 꽃피웠던 백산송수가 ‘추석·국경절’에 우수한 성적표를 바쳤다. 길림성 국내관광객 접대수는 연인수로 2538만 8600명으로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113.56% 증가한 셈으로 2019년 동기...
  • 2023-10-09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