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대련시 금보신구 금산원사회구역 활동실, 강추위를 몰아오던 동지날 추운 날씨도 로인들의 행사에 길을 비켜주었다. 아침 일찍부터 금주조선족로인협회의 로인들은 산뜻한 민족복장 차림으로 새해맞이 련화모임 행사장으로 모여든다. 널직한 활동실은 성수나게 기악 련습을 하는 사람, 화장과 복장을 다시 훓어보는 할머니들, 뜨끈뜨끈한 돼지갈비국을 끓이느라고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녀성들... 웃음소리, 노래소리, 이야기꽃이 그칠 새 없다. 100년 인생을 살아가는 로인들에겐 명절이 따로 없다.
협회 손영창 회장이 반갑게 필자를 맞아주면서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3년 전부터 우리 협회 지도부에서는 동북3성에서 자녀를 따라 이곳에 온 로인들이 언어소통이 잘 안되고 친구들도 없어 빈 방만 지키는 고충을 헤아려 사처에 널린 로인들의 집을 찾아 구김없이 속심을 나누면서 협회에 가입할 것을 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지유람, 공원놀이, 바다가 산책 등 다채로운 활동을 조직했지요. 둥지가 포근해야 새가 날아들고 꽃밭이 좋아야 나비가 모여들 듯이 지금 우리 협회는 원래 30여명으로부터 80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금년 년초에 정순덕, 박경자, 조순녀, 전영자, 원기옥 등 80세 이상 로인들이 앞장서 협회에 협찬한 자금이 2만여원이 되였습니다.”
오전 10시, 대합창 <노래하자 조국> 으로 막을 연 문예공연은 무용 <노들강변>, 남녀2인창 <여보 여보 사랑해요>, 기악합주 <반갑습니다> 등 다채로운 종목으로 로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쪽에선 로인들이 준비한 종목을 연출하고 한쪽 구석에선 흥에 겨워 춤추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동안 못나눴던 이야기들을 나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동지날, 금주조선족로인협회의 새해맞이 경축행사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리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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