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철
년초에
웃음 속에 걸렸던
열두장 달력이
지금은
달랑 한장만 남아
애처롭게 우는 것 같구나
이제 며칠만 지나면
너도
저 벽에서 떨어져
력사 속으로 사라질 테니
아쉬워서
서글피 울겠지
마치
자식들을 다 키워
시집장가 보내고
인제는 로친마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나 같아
네 신세가 내 신세로구나
나도 이제
며칠이나 더 살겠는지
아니면
몇년 더 살겠는지
엉큼한 내 욕심이
우습기만 하구나
80대 중반까지 살았으니
인제는 당장 죽는다 하여도
여한이 없겠지만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야
받들어 사는 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돌아보니
동갑내기들은 언녕 떠나가고
동창들도 소식이 끊긴 지 오랜데
나만은 아직도 사지가 멀쩡하여
석양길에도
할일이 많구나
세월이 좋아서인지
아직도 나를 찾는 곳이 있고
오라 하는 사람이 있고
이웃들이 반겨주고
매일마다 흥겨웁게 보내니
심신이 되살아나
회춘(回春)하는 것 같구나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이라고
내가 욕심 부려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정해준 대로
순응하며 사는 것이
세상의 법도이거늘
사람답게 사는 것이 도리이다
희망찬 2024년을 생각하면
왠지 내 가슴이 설레는데
그저 살아있는 그 날까지
나라에 유익하고
사회에 리로운 일들을 하면서
마지막 떠나가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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