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나와 시골 아이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12월28일 09시50분    조회:200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나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연길서역에서 내려 태양촌에 있는 민박집에 가서 외식하게 되였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탐스럽게 자란 미나리며 곰취며 파, 마늘 등 여러가지 남새들이 낯선 손님들을 반겨주는 듯 남실거리고 앵두나무와 오얏나무에는 아기 얼굴 같은 고운 열매들이 어여쁨을 자랑하고 있었다. 순간 입안에는 새콤달콤한 군침이 감돌았다.

시가지와는 다르게 맑은 공기가 페부 속에 스며들었고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나는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마을 가까이에 있는 저 산 속에는 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가? 궁금증에 끌려 걸음을 다그치는데 어디에선가 난데없이 종소리가 울려왔다.

일행은 모두 교원들이여서 학교의 종소리임을 쉽게 알아차렸다.

“아니, 촌마을에서 무슨 학교 종소리가 울릴가?”

모두들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민박집 주인은 산언덕에 덩실 솟은 큰 집을 가리키면서 “앞에 있는 저 건물이 태양소학교예요.”라고 알려준다. 자기는 워낙 진수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었는데 교수참관을 왔다가 이 민박집을 사게 되였노라고 했다. 이 고장은 구수하의 맑은 물 덕에 물고기도 많고 수전농사도 잘 된다며 한바탕 태양촌 자랑을 늘여놓았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급히 학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다그쳤다.

학교 정문에 이르자 시내 학교와 똑같이 높이 지은 단층 교사가 나타나고 드넚은 운동장에 우뚝 솟아있는 국기 게양대가 한눈에 안겨왔다. 학교가 틀림없었다. 교실에서 도란도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사색은 처녀시절 촌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내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3살 젊은 나이에 분배받은 학교가 바로 화룡시 투도진 광신소학교였다. 출근 첫날 나는 벽돌색 웃옷에 하얀 옷깃을 겉에 내보이고 짧은 쌍태머리 끝에 살짝 파마를 하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반겨주었다. 마을 아이들의 눈길이 일시에 나한테 쏠렸다. 애들 속에서 누군가 “얘들아, 우리 학교에 음악선생님이 오셨다.”라고 하자 “그럼, 우리 이젠 음악시간을 볼수 있겠구나.” 하며 퐁퐁 뛰기까지 하였다.

나는 교장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들어갔다. 운동장에 있던 애들이 몰려들어 교무실 창문에 매달려 새 선생님을 보겠다고 발꿈치를 들었다. 나는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창문을 내다보았다. 애들 눈과 내 눈길이 부딪치는 순간 나는 격동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직껏 학생으로 있었는데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더욱이 음악선생님이라고 부르니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꼭 애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되여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그날 교장선생님께서는 나를 1학년 담임을 맡겼다. 나는 집에서 교수안을 들고 애들 앞에 나서는 동작부터 련습하고 교수안도 열심히 작성하고 외웠다. 선생님들과 물어볼 념도 안하고 나대로 강의에 들어갔다. 며칠 사이에 받침까지 다 끝냈다. 애들은 강의를 척척 잘 알아들었다. 나는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실로 도깨비 선생님이였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어떻게 애들에게 하루에 받침을 몇개씩이나 배워주었는데 척척 소화하고 배워냈을가 의문스럽기도 하고 그 애들이 너무 총명했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애들과 나 사이는 아주 좋았다. 애들은 나를 곧잘 따랐다. 그때 나는 투도에서 뻐스를 타고 광신소학교로 출근하였는데 1학년 애들은 뻐스역에서 나를 매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에서 뻐스가 보이면 애들은 “뻐스가 온다. 선생님이 오신다.”하며 퐁퐁 뛰였다. 내가 뻐스에서 내릴 때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저마다 인사를 하고는 서로 선생님의 손을 잡겠다고 밀치락거렸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들이였던가?

숱한 애들의 손을 잡고 마을 학교로 향하는 나는 너무 행복했다. 애들은 나의 손목을 잡고 걸으면서 “음악시간을 언제 봅니까? 음악시간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종알거렸다. 사실 나는 풍금도 칠 줄 모르는 선생님이였다.

나는 애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간단한 춤동작까지 넣으면서 음악시간을 보았다. 애들은 부끄럼을 타지 않았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모두 은방울 굴리는 듯한 청아하고 챙챙한 목소리를 가졌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음악에 전혀 재주가 없었지만 애들이 잘 따라주는 덕에 아무 탈 없이 음악시간을 보게 되였다. 점심시간이면 애들은 난로 옆에 빙 둘러 앉아 자기들이 싸가지고 온 점심밥과 반찬들을 서로 나누면서 재미나게 점심을 먹군 하였다.

처녀시절 내가 가르쳤던 애들은 활발하고 솔직하며 열정적이고 남을 돕기 좋아하고 인품이 넉넉하고 무척 총명한 애들로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1년 후 나는 화룡시 신동소학교로 전근하였고 그후 연길로 왔다. 내가 도시 학교에 있는 동안 시골의 학교는 하나 둘 사라지고 썰렁한 운동장만 남게 되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당년에 시골마을 학교에서 처음으로 가르쳤던 그 애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그들의 행방을 알고 싶어졌다. 지인들을 통해 소식들을 알아보았는데 어느 도시 정부기관에 있다는 애들, 회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애들, 일부는 참군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내가 교원사업을 하면서 제일 처음으로 가르쳤던 애들이 모두 잘 되였구나 하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된다.

/박순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413
  • 호가복 홍경 회의 참석 강방 회의 사회 및 연설 마운기 제안모집상황에 관한 보고 진술 권대걸을 주정협 부주석으로 선거   정협 연변조선족자치주 제14기 위원회 제3차 회의 페막대회 현장 1월 18일, 정협 연변조선족자치주 제14기 위원회 제3차 회의가 제반 의정을 원만히 수행하고 연변로동자문화예술중심에서 승리적으로...
  • 2024-01-18
  • 한국 소식통이 16일 전한 데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의 비용 분담 새로운 1차 방안을 조기 착수하기로 이미 동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될 경우 예전과 같이 ‘사자입을 크게 벌릴 것’이라는 한국의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언론은 분석했다. 한국 연합뉴스는 여러 외교인사의...
  • 2024-01-18
  • 최근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대만 당국과 이른바 ‘외교관계’를 단절하여 미국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럼 나우루 외교의 전향 안속에는 어떤 고려가 있었을가? 피지(斐济) 남태평양대학교의 경제학 강사 캐시미르 마쿤은 나우루의 외교 결정에 대해 “이제는 많은 태평양 섬나라들이 글로벌 치리에서의 중국의 역할이 점점...
  • 2024-01-18
  • 어린이 3명이 2023년 5월 31일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 거리에서 담배를 사탕으로 바꿔주며 사람들에게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신화사 세계보건기구(WHO)가 16일 발표한 〈2000년-2030년 세계 담배 사용 류행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담배 사용률은 계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2022년의 경우 세...
  • 2024-01-18
  • 호가복 회의에 참석, 홍경 정부사업보고 진술, 장태범 회의 사회 17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제16기 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가 연변로동자문화예술중심에서 성대히 개막되였다. 주 16기 인대 3차 회의에 참석해야 할 308명 대표가운데서 273명 대표가 참가하여 법정인수에 부합되였다. 대회 주석단 상무주석이며 집행주석인 ...
  • 2024-01-18
  • 세계 수력발전 기술 최고 수준을 대표한 백학탄수력발전소 국가공정원 학술지 《공정》이 선정한 ‘2023 글로벌 10대 공정성과’가 일전 북경에서 발표되였다. ChatGTP, 중국우주정거장, 100억억차 슈퍼컴퓨터, 백학탄수력발전소, 이중소행성 리다이렉트 테스트, RTS, S/AS01 말라리아백신, 하모니조작시스템, Spot&At...
  • 2024-01-17
  • 외교부 대변인 모녕은 16일 다음과 같이 표시했다. 1월 13일이래 많은 나라와 국제기구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을 수호하는 중국을 확고히 지지하며 그 어떤 형식의 ‘대만독립’을 반대하고 중국의 통일대업을 지지한다고 분분히 공개적으로 재천명했다.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 2024-01-17
  • 연길시 북산가두 당위에서는 학생들의 전면적인 발전을 위하여 겨울방학에 지역내 학생들을 조직하여 민족력사 이야기, 색종이 접어 여러가지 모형 만들기, 그림그리기, 그림에 색칠하기 등등 유익한 활동들을 마련하여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의미있고 뜻깊게 보내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특약기자 리성복
  • 2024-01-17
  • 조선중앙통신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15일 조선최고인민회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조한 사무기구를 페지하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결정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근 80년래 조선 조국통일로선은 한 민족, 한 나라, 두가지 제도에 기반하여왔다. 이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한국은 ‘흡...
  • 2024-01-17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