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나와 시골 아이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12월28일 09시50분    조회:203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나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연길서역에서 내려 태양촌에 있는 민박집에 가서 외식하게 되였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탐스럽게 자란 미나리며 곰취며 파, 마늘 등 여러가지 남새들이 낯선 손님들을 반겨주는 듯 남실거리고 앵두나무와 오얏나무에는 아기 얼굴 같은 고운 열매들이 어여쁨을 자랑하고 있었다. 순간 입안에는 새콤달콤한 군침이 감돌았다.

시가지와는 다르게 맑은 공기가 페부 속에 스며들었고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나는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마을 가까이에 있는 저 산 속에는 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가? 궁금증에 끌려 걸음을 다그치는데 어디에선가 난데없이 종소리가 울려왔다.

일행은 모두 교원들이여서 학교의 종소리임을 쉽게 알아차렸다.

“아니, 촌마을에서 무슨 학교 종소리가 울릴가?”

모두들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민박집 주인은 산언덕에 덩실 솟은 큰 집을 가리키면서 “앞에 있는 저 건물이 태양소학교예요.”라고 알려준다. 자기는 워낙 진수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었는데 교수참관을 왔다가 이 민박집을 사게 되였노라고 했다. 이 고장은 구수하의 맑은 물 덕에 물고기도 많고 수전농사도 잘 된다며 한바탕 태양촌 자랑을 늘여놓았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급히 학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다그쳤다.

학교 정문에 이르자 시내 학교와 똑같이 높이 지은 단층 교사가 나타나고 드넚은 운동장에 우뚝 솟아있는 국기 게양대가 한눈에 안겨왔다. 학교가 틀림없었다. 교실에서 도란도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사색은 처녀시절 촌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내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3살 젊은 나이에 분배받은 학교가 바로 화룡시 투도진 광신소학교였다. 출근 첫날 나는 벽돌색 웃옷에 하얀 옷깃을 겉에 내보이고 짧은 쌍태머리 끝에 살짝 파마를 하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반겨주었다. 마을 아이들의 눈길이 일시에 나한테 쏠렸다. 애들 속에서 누군가 “얘들아, 우리 학교에 음악선생님이 오셨다.”라고 하자 “그럼, 우리 이젠 음악시간을 볼수 있겠구나.” 하며 퐁퐁 뛰기까지 하였다.

나는 교장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들어갔다. 운동장에 있던 애들이 몰려들어 교무실 창문에 매달려 새 선생님을 보겠다고 발꿈치를 들었다. 나는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창문을 내다보았다. 애들 눈과 내 눈길이 부딪치는 순간 나는 격동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직껏 학생으로 있었는데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더욱이 음악선생님이라고 부르니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꼭 애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되여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그날 교장선생님께서는 나를 1학년 담임을 맡겼다. 나는 집에서 교수안을 들고 애들 앞에 나서는 동작부터 련습하고 교수안도 열심히 작성하고 외웠다. 선생님들과 물어볼 념도 안하고 나대로 강의에 들어갔다. 며칠 사이에 받침까지 다 끝냈다. 애들은 강의를 척척 잘 알아들었다. 나는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실로 도깨비 선생님이였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어떻게 애들에게 하루에 받침을 몇개씩이나 배워주었는데 척척 소화하고 배워냈을가 의문스럽기도 하고 그 애들이 너무 총명했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애들과 나 사이는 아주 좋았다. 애들은 나를 곧잘 따랐다. 그때 나는 투도에서 뻐스를 타고 광신소학교로 출근하였는데 1학년 애들은 뻐스역에서 나를 매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에서 뻐스가 보이면 애들은 “뻐스가 온다. 선생님이 오신다.”하며 퐁퐁 뛰였다. 내가 뻐스에서 내릴 때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저마다 인사를 하고는 서로 선생님의 손을 잡겠다고 밀치락거렸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들이였던가?

숱한 애들의 손을 잡고 마을 학교로 향하는 나는 너무 행복했다. 애들은 나의 손목을 잡고 걸으면서 “음악시간을 언제 봅니까? 음악시간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종알거렸다. 사실 나는 풍금도 칠 줄 모르는 선생님이였다.

나는 애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간단한 춤동작까지 넣으면서 음악시간을 보았다. 애들은 부끄럼을 타지 않았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모두 은방울 굴리는 듯한 청아하고 챙챙한 목소리를 가졌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음악에 전혀 재주가 없었지만 애들이 잘 따라주는 덕에 아무 탈 없이 음악시간을 보게 되였다. 점심시간이면 애들은 난로 옆에 빙 둘러 앉아 자기들이 싸가지고 온 점심밥과 반찬들을 서로 나누면서 재미나게 점심을 먹군 하였다.

처녀시절 내가 가르쳤던 애들은 활발하고 솔직하며 열정적이고 남을 돕기 좋아하고 인품이 넉넉하고 무척 총명한 애들로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1년 후 나는 화룡시 신동소학교로 전근하였고 그후 연길로 왔다. 내가 도시 학교에 있는 동안 시골의 학교는 하나 둘 사라지고 썰렁한 운동장만 남게 되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당년에 시골마을 학교에서 처음으로 가르쳤던 그 애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그들의 행방을 알고 싶어졌다. 지인들을 통해 소식들을 알아보았는데 어느 도시 정부기관에 있다는 애들, 회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애들, 일부는 참군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내가 교원사업을 하면서 제일 처음으로 가르쳤던 애들이 모두 잘 되였구나 하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된다.

/박순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413
  • 전국문명문화혜민활동을 활발히 전개할 데 관한 길림성문화와 관광청의 해당 문건정신에 적극 호응하고 문화관광의 융합발전 전략을 추진하며 새시대 향촌문화활력을 주입하고 ‘전민관광, 4계절 관광, 전역관광, 전문관광’의 발전전략 목표를 실현하고저 장백조선족자치현 문화라지오텔레비죤신문출판관광국에서 추천한 십...
  • 2023-11-29
  • 심리지도실—심어헌(心语轩)의 활동 한장면 올해 돈화시에서는 시종 민생사업에 중시를 돌려 군중리익을 첫자리에 놓으면서 전면적인 민생건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랑과 지지로 충만된 환경속에서 성장하도록 학생들이 사랑과 지지로 충만된 환경속에서 성장하도록 하고저 돈화시제1중학교에서는 사생들...
  • 2023-11-29
  • 습근평, 중공중앙정치국 제10차 집단학습에서 강조 대외관련 법제건설 강화해 유리한 법치조건과 외부환경 마련 [북경 11월 28일발 신화통신] 중공중앙정치국은 11월 27일 오후 대외관련 법제건설 강화와 관련해 제10차 집단학습을 진행했다. 중공중앙 총서기 습근평은 학습을 주재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대외관련 법...
  • 2023-11-29
  • 최근, 대학교 본과과정의 모든 학업을 수료하고 길림대학 학생회 집행회장으로서 학교 4만여명의 본과생들을 대상하여 다양한 교정문화행사를 활발히 조직, 전개하고 있는 조선족 리혜정(李慧婷, 21세)에게 희소식이 련이어 날아들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리혜정이 길림대학 학생회 집행회장으로 당선되였다는 소식이 《길...
  • 2023-11-29
  •   ‘상호 존중의 중한관계, 현재와 미래’ 중국포럼이 11월 27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주한 중국대사관과 한국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상호 존중의 중한관계, 현재와 미래’ 중국포럼이 11월 27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형해명 주한 중국대사는 축사에서 중공중앙 정치국 위원이며 외교부장인 왕의가 11월 26일...
  • 2023-11-29
  • 11월 28일,‘장백천하설 길림성의 아름다움은 연변에'(长白天下雪 吉美在延边)2023-2024 연변빙설관광시즌 개막 및 연길모드모아스키장 개장식이 연길모드모아스키장에서 개최되면서 연변의 겨울철빙설관광시즌이 막을 올렸다. 2023-2024 연변빙설관광시즌에 연변에서는 다양한 빙설관광 계렬활동들을 개최하게 되는데 빙설...
  • 2023-11-29
  • 중국식 현대화 진척중에 길림성 전면진흥의 새로운 장을 힘껏 쓰고 습근평총서기가 배치한 웅대한 청사진을 아름다운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 성당위 상무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경준해가 연설, 전원회의에서는 경준해가 성당위 상무위원회의 위탁을 받고 한 보고를 청취, 토론하고 <새시대 동북전면진흥추진좌...
  • 2023-11-29
  •  1.27평방키로메터 빙설동화세계가 당신을 기다린다 은빛 세상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성냥파는 소녀, 눈아이 등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캐릭터들이 마주 걸어나오는 듯하고 빙설황후, 몽환빙설성, 빙설폭포 등 대형 얼음조각, 설조각군이 환상적이다. 스키, 스케이트, 설상비행접시(雪圈), 미궁, 범퍼카(碰碰车) 등 수십...
  • 2023-11-28
  • 북경정음우리말학교(북경정음이라 략함) 제10회 이야기대회가 11월 25일 묘묘음악교실에서 개최되였다. 올해로 10회째인 이야기대회는 학생들의 우리말 습득능력 제고와 지도교사들의 수업성과를 검증하는 북경정음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사회를 보고있는 기초2반 담임교사 지월선 이번 이야기대회는 동시조, 초급조, 중급...
  • 2023-11-28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