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올랴할머니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월16일 11시26분    조회:389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갑진년 룡해의 문턱을 넘어서서 인생의 지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30년 전 로씨야에서 장사를 하던 시절 사기를 당해 알거지로 나앉고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던 나를 혜성 같이 나타나 구해준 로씨야 올랴할머니가 떠오른다.

1993년 3월, 로씨야 극동지구와 강 하나를 사이둔 흑룡강 동녕현 정부기관에 출근하던 나는 결연히 ‘하해'의 길에 올랐다. 당시 중로 변경무역이 붐을 이루면서 많은 중국 장사군들이 로씨야 우쑤리스크에 몰려들어 철물, 복장, 소상품 등 장사를 했다. 나이가 젊고 장사에 경험이 없다보니 남들이 하는 대로 철물장사를 시작했다가 열흘도 안되는 사이에 나는 로씨야 사기군의 얼림 수에 넘어가 18만원의 거금을 사기 당하고 하루 사이에 거지신세가 되고 말았다.

장사를 계속하자니 손에 쥔 것이 없었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안해한테 전화했더니 빚받이군들이 내가 중국으로 건너가면 김치움에 가두려고 하니 죽어도 건너오지 말라고 한다. 살길이 막힌 나는 앞이 캄캄해났다. 어느날 우쑤리스크 중국시장 한쪽 구석에 쭈크리고 앉아 애꿎은 담배만 태우고 있는데 품에 먹거리를 사들고 지나가던 고려인 할머니가 머리가 더부룩하고 입술이 하얗게 말라든 나의 몰골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남들은 돈을 버느라고 야단법석인데 왜 이렇게 앉아만 있소? ”라고 묻는 것이였다. 내가 우쑤리스크로 금방 건너왔을 때 이 할머니가 세집을 소개해준 인연이 있었기에 나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올리면서 “아닙니다. 그저 심심해서...”라고 실토정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알거지가 된 나의 옷차림을 보고 짐작이 갔던지 할머니는 “우리 집으로 가기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무작정 나의 손을 잡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뻐스역 부근 메드르위치 3동 아빠트에 자리잡은 할머니 집에 도착한 후 할머니는 뜨끈뜨끈한 토장국에다 이밥과 김치를 챙겨주면서 “배고프겠는데 먼저 식사를 하오.”라고 말씀하시였다. 식사를 하면서 할머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선 함경북도 시골에서 태여난 할머니는 성이 최씨이며 1930년대 연변을 거쳐 이곳으로 이주왔던 것이다.

올랴할머니는 “우리는 동족이요.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어야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나호드까에 자기 둘째딸 마리나가 장사하고 있으니 중국 장사군들이 적은 그곳으로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이틀 후 나는 올랴할머니와 함께 나호드까에 가서 마리나를 만났다. 나는 과일채소 도매가게를 열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채소와 과일을 여러 시장과 식품상점에 도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운이 좋게도 장사는 시작하자마자 호황을 이루어 나는 평균 3일에 한번씩 중국의 과일과 채소를 실어들이고 마리나는 일군을 모집하여 물건을 파는 한편 작은 트럭으로 물건을 식품상점에 배달하는 형식으로 판로를 넓혀갔다.

나와 마리나가 장사하느라고 아침식사도 제때에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올랴할머니는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나호드까에 오시여 때시걱을 끓여주고 나의 어지러운 빨래까지 빨아주었다.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 발생했다. 1999년 설대목이였다. 나와 마리나가 아침 일찍부터 창고로 나가 물건을 파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이 무작정 나의 려권을 검사하더니 외국인 장사 허가증이 없다는 리유로 나를 경찰서로 련행하려고 했다.

구쏘련이 해체된 후 원 국영기업들이 파산해 모두 문을 닫고 사회치안이 어지럽다보니 경찰들이 중국사람들한테서 돈을 후려내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내가 경찰서에 끌려가면 언제 풀려나올지 모르고 설 대목 장사가 엉망이 되고 만다. 바로 이 위기일발의 시각에 올랴할머니는 자기 딸에게 눈짓하더니 마리나가 나의 앞에 나서면서 “이 사람은 내 남편이니 건드리지 말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에누리 없이 밀어붙이는 마리나의 거동에 말문이 막힌 경찰들은 나와 마리나를 번갈아보더니 더는 트집을 잡지 못하고 물러갔다.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올랴할머니와 마리나의 덕분으로 두 어깨를 누르던 빚을 갚아버리고 치부의 길에 들어서게 되였다. 그후 나는 또 나호드까에다 과수농장을 꾸리고 연변에서 사과묘목을 실어다가 나호드까에 심었더니 몇년 후 크지 않으나 새콤달달한 사과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직접 수확한 과일을 시장에 가지고 나가 팔아서 다시 한번 튼튼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였다.

그때로부터 어언 30년 세월이 흘러 내 나이도 고희문턱을 넘어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지금에 와서도 이국 타향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어려웠을 때 혈육 같은 사랑으로 나에게 은혜를 베푼 로씨야의 올랴할머니를 떠올리느라면 나는 그 고마움에 감개가 무량해난다. 

/리삼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20
  • 보도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은 11일 방위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본에서 영국의 군사력 배치를 허용하게 된다. 보도는 이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왕문빈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태지역은 평화발전의 고지이지 결코 지연정치의 게임장이 아니라고 표시했다....
  • 2023-01-12
  • 서울에서 지역사회 로인들을 대접하는 경로행사를 개최해 법적 명절인 ‘어버이날’을 경축하고 있다. / 시각중국 한국통계청이 앞서 예측한 데 의하면 한국은 2025년에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며 고령자들의 빈곤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코리아타임스》가 1월 8일 보도한 데 의하...
  • 2023-01-12
  • ▣ 빙설관광 인기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하북성, 신강 ▣ 음력설 련휴 다양한 영화 상영, 영화시장 반등 거리마다 풍기는 음식 냄새부터 북적이는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지난 양력설 련휴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 방역 및 경제, 사회 발전이 잘 이뤄지며 소비시장은 점차 그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 2023-01-12
  • 사전에서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①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을 느끼며 흐뭇이 즐거운 상태 ② 좋은 일이 많고 복이 많이 차례 져서 부러운 것 없이 즐겁고 만족한 상태”라고 내리고 있지만 세상에서 행복에 대한 정의가 어찌 한두가지 뿐이랴? 행복이란 객관 상에서 정해진 기준도 있겠지만 주로는 인간 개체가 마음으로 느...
  • 2023-01-12
  • —길림성의 박해연, 현재권과 흑룡강성의 최수남 표창 —민정부 전국 도시농촌 사회구역 관리 전문표창명단 발표, 길림성 5개 조직 13명 개인 명단에 올라 길림성의 조선족 박해연(朴海燕, 녀)과 현재권(玄在权)이 국가민정부에서 선정한 ‘전국 우수 도시농촌 사회구역 일군’ 표창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민정부는 전...
  • 2023-01-11
  • 2022년 12월 2일에 찍은 꼬뜨디바르 제2컨테이너 부두/ 신화사 2022년 12월 6일에 나이제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찍은, 중국에서 지원한 나이제리아 농업기술시범중심내의 안내판/ 신화사 2023년은 중국이 아프리카를 진정성 있게 진솔하게 대해야 한다는 정책 리념과 정확한 의리관을 제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 2023-01-10
  • 1월 5일, 미국 국회 중의원 의장 선거 현장에 있는 중의원 공화당 지도자 케빈 매카시(우1). / 신화사 백년불우의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15차례 표결을 거쳐 미국 신임 중의원 의장에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가 선출됐다. 여론을 들끓게 한 이 촌극은 혼잡한 상태에 빠진 미국식 민주의 허다한 통제불능을 고스란히 드러냈...
  • 2023-01-10
  • 2023년 음력설려객운수 첫날 한장면 음력설려객운수 첫날, 심양철도국 연길차무단에서는 따뜻한 봉사로 올해 음력설운수의 훈훈한 첫 스타트를 뗐다. 2023년 음력설려객운수사업이 1월 7일부터 정식 가동되였다. 료해에 따르면 따뜻하고 즐거운 음력설운수 분위기를 조성하고저 연길차무단에서는 특색봉사를 적극 구축하고...
  • 2023-01-10
  • 속도와 열정과 긴장감으로 추위를 잊게 하는 빙설기모터스포츠가 연변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빙설운동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1월 9일 오전, 제6회 동북아(중국•연변)빙설기모터스포츠 카니발(汽摩运动嘉年华) 및 ‘연변농촌상업은행컵’ 동북아빙설자동차 랠리(汽车拉力赛)가 연길시 부르하통하의 천지대교 동쪽 빙상에...
  • 2023-01-09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