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첫눈이 온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월29일 11시02분    조회:229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 눈이 오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작은 눈송이들이 꽃잎같이 흩날리고 있었다. 테라스의 화분우에, 란간에... 점점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보노라니 4월의 강기슭에 하늘하늘 떨어지던 사쿠라 꽃잎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작년에는 흩날리며 지는 하얀 꽃잎을 보면서 “눈송이처럼 날리네.”하고 생각했었는데…

“새해 첫 눈이다!” 그렇게 혼자말을 하고 보니 아직 음력설날이 안 왔으니 새해라고 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근 30년동안 음력설이 없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음력설’이라든가 ‘춘절’이라든가 하는 개념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있다.

언제부터인가 음력설날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보내오는 신년축하메시지에서 알게 되는,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같이 멀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 되였다. 달력에도 표시되지 않고 정상출근을 해야 하는 일상의 날이 되다 보니 신년축하메시지 답장도 학교에 가는 전철이나 지하철안에서 하기가 십상이였다. 이번에도 원고 청탁을 받지 않았다면 음력 설날 같은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신문사로부터 설날에 관한 글을 부탁해 왔기에 언제까지 쓰면 되는지 하고 문의했더니 설전에 보내달라는 답장을 받았다. 양력설은 이미 지났으니 음력 설이라는 말인데 나는 날자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들어가서 찾아 보았더니 올해는 음력설이 2월 10일이였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서 음력설날은 시집식구들과 함께 하는 명절이라는 이미지로 기억되였다. 상을 서너 개 차려야 할 정도로 많은 친척들이 모여서 맛있는 설음식을 만들어 먹는 북적북적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넘치는 그런 날이였다. 좀 피곤하고 힘들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의 날이였다. 아마 늘 조용한 우리 집에 비해서는 색다른 분위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음력설날에 대한 별다른 기억이 없고 오히려 년말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해외에 있는 언니 오빠에게서 밤이나 쵸콜렛 같은 귀한 선물들과 예쁜 년하장이 오는 시기라서 그랬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전반생은 외국에서 사신 분들이라 음력 설날을 특별히 챙기시지 않으셨다.

그런 나에게 음력 설날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은 남편이였다. 가족이 모이는 날이고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돌아가신 시부모님들 환갑 잔치도, 막내 시동생의 결혼식도 음력 설련휴 기간이였다. 지금도 남편은 섣달그믐날이 되면 멀리 있는 형제들에게 쭉 전화를 돌린다. 오랜만에 듣는 가족의 목소리로 그리움에 메말랐던 마음을 적시는 것 같다. 매일매일 틱톡(TikTok)으로 중국 동영상을 돌려보는 남편의 중국사랑, 남편은 아마 귀에 익은 말소리, 눈에 익은 풍경으로 이제는 쉽게 가족과 친우들을 만나지 못하는 그 허한 마음을 채우는 것이리라.

설 행사 하면 성묘가 중요한데 머나먼 이국 땅에서 사는 몸이라 부모님 산소에도 쉽게 찾아가지 못한다. 넘치도록 나를 사랑해주신 부모님 산소에 제사 밥 한술, 술 한잔 올리지도 못한다. 아무리 비행기를 타면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곳이라 해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니 불효라면 이렇게 멀리 와서 사는 그 자체가 불효일 것이다.

근 반생을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오랫동안 공중에 붕 뜬 느낌이였다. 모든 것이 편하고 삶이 힘든 것도 아닌데 뭔가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 느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런 공허함 때문에 마음에 휑하니 구멍이 났다. 마치 양력설과 음력설 사이의 이 새해도, 묵은해도 아닌 기간처럼 어중간한 위치에 선 느낌이였다.

20여년간 일본 학회에 다니면서 많은 론문을 발표하고 그랬지만 나는 완전히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고 중국의 잡지나 신문에 시나브로 글을 발표했지만 어딘가 뒤쫓아가는 느낌이였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그 공허감이 동인들과 함께 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를 세우고 전일본중국조선족련합회라는 커뮤니티에 소속되면서 사라졌고 마음의 구멍이 메워 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설 자리에 선 것같은 그런 안정감이 생기였다. 마음이 안정되니 글도 잘 써지였고 ‘나’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태양의 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양력설과 달의 운행을 바탕으로 하는 음력설 사이의 중간지역, 그것이 바로 내가 서 있는 곳이다. 양력설이 되면서 새해를 시작하고, 그렇게 새로운 기분으로 일년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면서 춘절(春節)-음력설날을 향해 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공간, 생각해보니 의미가 깊다.

더구나 올해는 립춘(立春)이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립춘은24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그 립춘이 올해는 2월 3일에, 양력설과 음력설 사이에 들었으니 벌써 봄기운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마침 그날이 도쿄에서 련합회 리사회 총회가 있는 날이라 친구는 새봄이 시작되는 첫날 함께 할 일을 알려주며 행복한 기운을 전해준다.

올해 따라 일본은 양력 설날에 노토반도 지진이 일어났고 이튿날에 비행기 착륙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다시 하나하나 복구를 해가며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럴 때 아직 음력설이 앞에 있고 립춘이 거듭 든다는 것이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봉춘’은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이나 상황이 봄을 맞은 듯 새 기운을 얻어 회복된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고 하니까. 아직 힘든 시기이지만 립춘이 되여 새봄이 되고 음력 설날이 오며 새롭게 해가 시작된다면 지나간 상처를 보듬으며 새롭게 시작할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말해줬다. “음력 설날이 와야 진짜로 새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힘든 묵은해는 곧 지날 것이고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힘내세요!” 이는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새해이면서도 새해를 준비하는 중간지역, 그런 시간, 그런 공간에 있다는 것이 어찌 좋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가장 희망에 넘치고 삶의 생기가 넘치는 시간이 이때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새해에 대한 기대에 마음이 벅차 오른다.

잠간 내리던 눈이 어느 사이에 그쳤다. 구름 사이로 해살이 비스듬히 내비친다. 원래 일년에 한두 번밖에 눈이 안 오는 곳이니까 당연하지 하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내 고향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였는데…

눈을 감으니 마음속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지난 상처를 보듬는 듯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엄정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413
  • 제7회 동북아 아이스레이싱축제 및 ‘화성컵’ 아이스레이싱대회가 1월 20일 오전에 연길시 부르하통하에서 성대히 개막했다. 경기가 시작되기전 현장에는 선수들이 일찍부터 집결되였고 정연하게 배렬된 화려한 색상의 경주차들과 부르하통하의 얼음천지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비록 한겨울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경기...
  • 2024-01-23
  • 연길시 북산가두 단산사회구역 당위서기 리춘희 연길시 북산가두 단산사회구역에는 자기보단 사회구역 주민들이 우선인 당위서기가 있다. 그가 바로 길림성 연길시 북산가두 단산사회구역 당위서기이며 주민위원회 주임인 리춘희(李春喜)이다. 현재 단산사회구역에 등록된 총인구는 5,958명인데 그중에 조선족이 65%, 한족...
  • 2024-01-22
  • “우리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장터가 있어요. 그러나 나는 중국 동북의 큰 장터에는 와본 적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구경 왔는데 이곳의‘설맞이 장터’가 굉장하네요. 설분위기가 물씬 나요!”라고 로씨야에서 온 안나가 말한다. 동북사범대학 130명 류학생들이 얼마전 개장한 조양구 락산진 문화 관광 융합식‘설맞...
  • 2024-01-22
  • 1월 13일 길림시 송화강변공원에서 2024중국·길림시 송화강 겨울수영 행사가 개최되였다. 유유히 말없이 흐르는 송화강에서는 옅은 물안개가 피여오르고 량안은 은색의 눈으로 뒤덮여 마치 선경을 방불케 했다. 몸 달구기 운동을 충분히 한뒤 수영 선수들은 강으로 풍덩풍덩 뛰여들었다. "겨울 수영은 나에게 건강과 즐거움...
  • 2024-01-22
  • 1월 21일, 중앙방송총국(CMG) 2024년 음력설야회 두번째 리허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였다. 이날 료녕성 심양시, 호남성 장사시, 섬서성 서안시, 신강위글자치구 카스 등 4개 지방의 스튜디오와 북경 메인 스튜디오의 프로그람이 모두 첫 선을 보였다. 이번 리허설에서 각 지방 스튜디오의 독특한 무대 디자인과 프로그람 제...
  • 2024-01-22
  • 뉴스로 길림성의 실천을 견증(见证)하고 사실로 분투의 발자취를 기록한다. 일전, 길림일보사는 2023년 길림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2023년은 개혁개방 45주년이 되는 해이고 동북진흥 전략을 실시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며 20차 당대회 정신을 전면적으로 관철하는 첫해이다. 길림성은 새시대 동북 전면 진흥 추진 좌담회...
  • 2024-01-22
  • 1월 20일 연변대학 경영자과정 총동문회와 연변혁신경영자애심협회에서는 공동으로 2023년 총결 및 송년회를 신라호텔에서 가졌다. 연변대학 경영자과정 총동문회는 지는 10여년간 지역사회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위해 수많은 기업가, 정부 인원, 매체인 등 사회 각계 엘리트들에게 성장의 플래트홈을 마련해주었고 사회공...
  • 2024-01-22
  • 1월 21일, 길림성조선족경제과학기술진흥총회는 장춘시국제회의전시중심에서 2023년 사업총화대회를 열고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고 새로운 한해를 전망해보았다. 대회에서 길림성조선족경제과학기술진흥총회(이하 ‘진흥총회’로 략칭) 오장권 회장이 회장단을 대표해 2023년 사업보고를 진술했다.   오장권 회장이 진흥총회...
  • 2024-01-22
  • 최근 길림성공안청은 인터넷 요언을 단속하기 위한 전 성적인 공안기관 전문활동 동원배치 회의를 열고 전 성의 공안기관을 조직하여 각종 인터넷 요언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깨끗하고 질서 있는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회의에 따르면 인터넷 공간은 법외의 장소가 아니기에 공안기관은 요언을 ...
  • 2024-01-22
  • 19일 공안부에 따르면 2023년 공안기관 식품 약품 수사부서는 지속적으로 ‘곤륜 2023' 등 특별행동을 추진하여 식품 약품 환경과 지식재산권 분야의 범죄사건을 도합 11만 3,000 건 립건, 수사, 처리했으며 공안부에서 공시 감독 처리한 중대사건은 20번 비준을 거친 860여건이다. 공안기관에서는 백성들의 ‘혀끝의 안전'...
  • 2024-01-22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