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할아버지가 사신다. 페지 등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여 나는 편리할 때가 많았다. 수거될만한 쓰레기들을 문밖에 내놓으면 언제 가져갔는지 깨끗하다. 동네 쓰레기 모아두는 곳에 고양이들이 밤사이 비닐봉지들을 흐트려놓아 란장판이지만 할아버지 손을 거치면 정연해진다. 그곳에는 손빠른 다른 수거인들이 다 골라가서 수거할 것도 없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정리해 주신다. 해마다 추석이나 설 때면 나는 월병과 중국술을 이웃에 돌리는데 할아버지는 꼭 커다란 사과와 배를 몇개 봉지에 담아주며 답례한다.
<난 줄 게 없어 미안혀.>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한번은 퇴근하여 오다가 길에서 할아버지가 쌀을 줏는것을 보았다. 누가 반공기쯤 되는 입쌀을 10메터 정도 흘렸는데 그걸 한알 한알 줏고 계셨다. 집에서 쌀 한바가지 퍼와 드리고 싶었지만 불쌍히 볼 일만은 아닌 것 같아 망설이다 그만두었다. 그런데 금년 초겨울에 문밖에 박스종이 몇개 내놓았는데 사흘이나 지나도 가져가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나?> 할수 없이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가져다 버렸다.
며칠후 생수 페트병과 맥주캔 몇개를 내놓았는데 또 가져가지 않는다. 궁금하여 앞집에 사시는 할머니께 물어 보았더니 돌아가셨단다. 외국에서 양아들이 와서 장례를 치렀는데 할아버지 유산 19억(한화, 인민페로 환산하면 1,026만원 좌우)은 모두 예전에 다녔던 어느 시골학교에 기부했다고 한다.
마음이 찡 해졌다. 존경스러운 할아버지를 쌀 한바가지로 동정이나 하려 했던 내가 너무 한심했던 것이다.
아흔이 넘은 년세에도 매일 밀차로 박스종이 실어 나르던 할아버지, 세상에는 이런분들이 계셨기에 아름답고 삶의 보람이 있지 않을가!
큰 키에 허리 구부정하니 매일 수거 밀차 끄시던 할아버지,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다.
리세국 프로필
필명: 청봉
1955년생 교하시 출생
1984년 부터 "도라지"잡지에 단편소설 "그들의 사랑", "인정과 도리", "바가지령감"과 시 등 문학작품 수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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