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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85세 고령에도 글쓰는 즐거움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2월7일 14시46분    조회: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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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여든다섯이면 래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신세에 ‘새해 소망’이라니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래일 죽는다 해도 오늘까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 그것이 살아있는 인간의 숙명이니까 말이다.

나는 올해 여든 다섯번째 설을 쇠게 되여 더없이 행운스럽고 감개무량하다. 그것은 여러분 덕분에 무탈하게 살아온 내 인생이 보람차서이다.

생활환경과 마음가짐은 장수의 비결이라고 본다. 고향의 동갑내기들은 모두 언녕 저세상으로 가고 많은 동창들도 련락이 두절된지 오란데 유독 나만은 아직까지 사지가 멀쩡하고 행동하는데 큰 불편이 없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나를 ‘장수로인’이라고 부러워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은 모두다 국가의 시책이 좋고 사회의 안정과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이 있었기때문이라고 본다.

온 나라가 태평세대를 이루니 백성들이 시름놓고 생활하며 즐겁고 행복하다.

로인들은 만년에도 자신이 즐기는 각종 사회활동에 참가하여 유쾌한 나날들을 보내니 행복 지수는 높아가고 신체자질도 높아져서 갈수록 장수로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2023년 ‘토끼띠’해를 보내고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으니 85세 된 이 늙은이의 가슴도 더없이 설레인다.

혹 어떤분들은 ‘설레인다’는 나의 말을 믿기 어려워 할수도 있다. 그것은 내가 고령이기때문일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이가 많고 신체의 각 기관이 점점 로쇠해져도 아직 두뇌가 명석하고 사유가 밝아 무슨 일이든 해보고 싶은 의욕이 있다. 그래서 내 가슴은 희망으로 벅차고 희망으로 설레인다. 이 좋은 사회에서 더없는 행복을 누리였는데 항상 보답을 하지 못한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생전에 해놓은 일이 적어 늘 후회한다. 그래서 죽기전에 당과 인민을 위해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떤 날은 날을 밝히기도 한다.

내가 스무살이 될때까지 설명절에 육류를 실컷 먹어본 일이 별로 없다. 그때 그 세월 일년치고 유독 설날만이 고기붙이를 맛볼수 있는 유일한 명절이였지만 식솔이 열명도 넘는 우리집에서는 설명절음식이라해야 돼지고기 몇점 놓인 시래기국 한사발이면 만족이였다. 공소합작사에서 석유를 사서 조명을 하고 콩기름 반근에 온집 식솔들의 식욕을 달래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생활은 천지개벽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초가집은 벽돌기와집으로, 흙길은 포장도로로, 밤에도 거리마다 채색등이 명멸하여 대낮같은 생활을 누리던 때가 언제 있었던가? 지금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100평방도 넘어되는 널직한 아파트생활을 보란듯이 하고 있다. 때마다 고기반찬에 매일매일이 설명절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이 몇해간 내가 가두사업을 협조했더니 2023년 년말총화에서 나에게 가두 련조장 사업을 잘했다고 모범영예증서까지 내준다. “새해에도 계속 잘 협조해 주세요”하는 가두 지도일군의 말에 (난 아직도 성쌓고 남은 돌이 아니구나) 생각되면서 마음이 꿀먹은 듯 즐겁고 신들메도 조이게 된다.

연변조선족자치주 가사협회에서는 이 늙은이가 “가사도 잘 쓰고 협회의 각종 사업을 잘 협조하여 주었다”고 2023년 년말총화에서 표창하고 감사패까지 증송하여 덥석 받고보니 꿈만 같다. 8년전에 로친을 췌장암으로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몇달간 우울한 기분속에서 헤매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허송세월하면서 여생을 보내서는 안된다. 무슨 일이든 해보면서 삶의 락과 보람을 찾자)고 생각하고 일어섰다.

그래서 청년시기에 꿈꾸었던 작가의 꿈을 80세에 이루려 결심하고 필을 들었다.

나는 소학교 3학년때부터 책보기를 좋아하였는데 당시 길림지구에서 소학교 교원사업을 하는 맏형님이 《아동문학》등 많은 서적들을 사다주어 시간만 있으면 책을 보았다. 그렇게 독서를 좋아한 덕에 작문짓기도 전교에서 이름났고 중학교때는 ‘작가’의 꿈을 꾸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 나는 농촌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지었다. 밭으로 일할러 다니면서도 나는 계속 책을 가지고 다니며 짬을 타 책을 보면서 글쓰기 기량을 키웠다. 그렇게 애쓴 보람으로 1956년 6월에 보도기사 <밭머리에서 혁명가곡을 보급>을 써서 《연변일보》에 보냈는데 인차 신문에 실렸고 그후에도 계속 글을 쓰면서 연변일보통신원으로 뛰였고 제1차《연변일보》와 《연변방송》의 글짓기열성자 대표대회에 참가하여 표창까지 받았다.

1959년에는 《연변문학》잡지에 시 <위성 떴네>외 1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사정과 원인들로 젊은 날 꾸었던 작가꿈은 물거품이 되였다. 무정한 세월의 시련속에서 아까운 청춘시절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70대의 늙은이로 변하였다. 그런데 로친이 73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뜨고 혼자 살며 여유가 있게 되니 마음속 깊은 곳에 아직도 미련처럼 남아있던 작가꿈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필을 드니 50년간 희로애략을 함께 해온 안해의 형상이 제일 많이 떠올랐다.

처음 쓴 수필 <안해의 향기>가 《로년세계》에 발표되고나서 련이어 수기, 시, 가사, 소설 등 여러 쟝르의 100여편 문학작품들이 《청년생활》 《로년세계》 《문화시대》 《길림신문》《료녕신문》 《연변일보》 《연변방송》 《연변문학》등 신문잡지들은 물론 해외의 여러 매체들에도 발표되였다.

이외에도 연변가사협회에서 꾸리는 시창학습반에 1년남짓 참가했는데 이제는 악보를 보고 시창까지 할수 있게 되였다. 내가 작사한 가사가 노래로 되였을때 나는 그 악보를 시창하며 희열에 잠겼다.

나는 지금도 매일 글쓰기를 견지하는데 컴퓨터 타자를 할수 없어 필과 원고지와 씨름하고있다. 정리된 원고를 타자부에 가서 타자해서는 각 잡지사, 신문사 이메일에 투고하군 한다. 1주일에 월, 수, 금 사흘간은 시내의 노래교실로 다니면서 즐겁게 새 노래를 배우고 춤추며 매일 오후 한시반부터 한시간동안 운동을 견지하고 있다.

2024년은 공화국창건 75돐이 되는 해이며 또 우리나라 14차5개년계획의 중요한 한해이다. 이 뜻깊은 한해에 나는 계속하여 소설, 수필, 수기, 가사 등 문학작품들을 힘자라는대로 써볼 계획이다.

글을 쓰면서 85세 고령에도 행복과 즐거움과 설레임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김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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