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아버지의 리력서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2월20일 08시03분    조회:326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길림지역 문학코너]

추석에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먼 옛날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바로 이곳, 나무그늘밑에서 짐을 잔뜩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저멀리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긴 세월이 흐른 요즘, 나도 아버지를 닮아 먼곳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때, 아버지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가 싶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는 평생 ‘가난’이란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해왔고 ‘가난’이란 굴레를 벗어버리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녹 쓴 운명은 아버지에게 행운을 주지 않았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지게에 빼곡히 걸린 가난과 굶주림을 버리지 못했다.

50년전 일이다. 그때 우리 집은 일곱남매이고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아버지는 설날이 돌아오면 장손인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고 나에게는 달랑 양말 한컬레만 사주었다. 그해도 아버지가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었는데 나는 몰래 신발을 훔쳐 신발가게에 가서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바꾼 다음 숨겨놓았다. 설날이 가까와올 때,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회초리에 종아리가 붓도록 맞았다. 그 일로 해서 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표했고 속으로 미워까지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보란 듯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던 큰 도시의 대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동네사람들은 너도나도 우리 집에 와서 축하해주고, 아버지는 감격에 넘쳐 마을잔치를 크게 벌였다. 아마도 아버지에게는 그때가 당신의 일생에서 제일 행복하신 날이 아니였을까 싶다. 아버지는 그날 처음으로 나에게 구두 한컬레를 사주셨다.

“둘째야! 너 아버지 많이 원망했지? 아버지도 여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단다.”

나는 무심결에 아버지의 신발을 내려다보니 다닥다닥 기운 신발은 바로 내가 신다가 버린 헌 운동화였다. 순간, 아버지 대한 미안한 마음이 폭풍같이 가슴을 쳤다. 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아버지 품속은 젖냄새 나고 안온한 어머니 품과는 달랐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는 땀냄새와 곡식 낟알의 구수한 향이였고, 그의 품속은 한없이 넓었다.

세월은 늙고 지쳐가는 아버지의 육체속에서 용해되어 아픔과 병밖에 준 것이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에 어머니는 지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그 충격이 컸는지 건강은 갈수록 나빠졌다. 졸업이 가까워올 무렵, 어느날 시골 형님으로부터 아버지의 병세가 위급하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나는 바삐 아버지가 사주신 구두를 찾아서 신으려고 하니 앞뒤가 뭉텅하고 구식이라서 도저히 신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두를 바라보며 그저 펑펑 울기만 했다.

나는 고향으로 가는 뻐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었다. 세월앞에서 어쩔 수 없는 나무잎들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락엽, 물이 마른 개울, 그리고 로쇠하고 지칠 대로 지친 아버지, 3자의 공통적인 계시와 메시지는 나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

병원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해볕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는 눈을 번쩍 뜨셨다. 오래 기다림이 담긴 절절한 눈빛이였다.

“둘째 왔나? 너 공부 안하고 뭐로 왔노?”

눈가에서는 벌써 이슬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베개를 적시였다. 그날 밤, 아버지는 힘겹게 지고 오시던 한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셨다. 고된 일로 닳고 닳아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의 굳은 살 깊숙한 곳에는 검은 흙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실 때 지참할 리력서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일생은 고생과 끝 없는 일의 련속이였다. 다만 아버지는 두메산골에서 나를 도시 대학교로 보낸 것이 가문의 영광으로, 당신의 고생한 보람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서 안위와 행복을 찾았다.

지금도 때로는 꿈에 아버지의 그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 속에 있는 검은 흙이 보인다. 두려워도 했고 미워도 했던 아버지! 내가 아버지가 된 후에 왜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가 사주신 낡은 구두를 꼭 껴안아본다.

남태일 작가 프로필:

1956년생, 길림시 출생.

2016년에 “문예감성”과 2021년에 <세계문학예술작가협회>에 소설로 등단. 2020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 "연변일보"에 미니소설 발표. "연변문학", "도라지", "장백산" 등 잡지에 중, 단편소설을 륙속 발표.

"바다는 말이 없다"는 첫 중단편소설집 출간.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20
  • 2017년 5월 17일, 케니아 수도 나이로비에서 케니아의 녀기관사들이 중국 교원 장정을 따라 조작과정을 숙지하고 있다. 케니아 력사상 첫 녀기관사들이 중국이 건설한 새로운 몸바사-나이로비 철도의 첫 렬차를 운전했다. /신화넷 2023년 10월 8일, 케니아 나이로비역에서 아이들이 렬차를 기다리고 있다. /신화넷 2023년 ...
  • 2024-01-30
  • 일전, 독일 중앙은행인 독일련방은행 전문가들은 독일과 중국의 경제무역관계가 긴밀하여 중국에 대한 ‘분리’를 강행하면 독일경제 특히는 독일공업에 감당할 수 없는 엄중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련방은행 여러 전문가들이 작성한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년간 많은 독일 공업기업이 중국에서의...
  • 2024-01-30
  • 음력설을 맞아 상무부, 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발전개혁위 등 여러 부문에서는 생활필수품시장의 공급 보장을 잘하고 가격을 안정시키며 일련의 명절 소비 촉진활동을 잘 조직하도록 포치하고 있다. 동시에 각 지방에서도 민속특색이 있는 활동을 조직하고 있다. 업계인사는 이런 활동은 음력설시장의 운행을 유력하게 보장...
  • 2024-01-29
  • 29일, 연변 음력설기간 문화관광사업 관련 소식공개회가 소집되였다. 알아본 데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및관광국은 음력설기간 각 분야별 자원과 플래트홈을 통합하여 문화예술, 공공써비스, 빙설관광, 여가써비스, 무형문화재 보호, 문화관 및 박물관 전시 등을 둘러싼 설련휴 문화 및 관광 상품들...
  • 2024-01-29
  • 우리 나라 소비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황금소비 수요가 뚜렷이 성장했다. 중국황금협회에서 25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전국 황금소비량은 1089.69톤으로 전해보다 8.78% 증가했다. 그중 황금 장신구면 소비량이 706.48톤으로 전해보다 7.97% 증가, 금괴 및 금화면 소비량이 299.60톤으로 전해보다 15.70% 증가했고...
  • 2024-01-29
  • 옆집에 할아버지가 사신다. 페지 등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여 나는 편리할 때가 많았다. 수거될만한 쓰레기들을 문밖에 내놓으면 언제 가져갔는지 깨끗하다. 동네 쓰레기 모아두는 곳에 고양이들이 밤사이 비닐봉지들을 흐트려놓아 란장판이지만 할아버지 손을 거치면 정연해진다. 그곳에는 손빠른 다른 수거인들이 다 골라...
  • 2024-01-29
  •   조국이라는 말   변창렬   조국이란 말은 길 떠나도 돌아 갈 곳이 있다는 말이다 배고플 때 밥냄새가 있다는 말이다 맨발로 걸어도 발이 편한 흙이 조국이고 누워서 잠이 들어도 보이는 얼굴이 조국이다 흙이 왜 구수할가 아버지 삽으로 길들여진 흙이기 때문 밥이 왜 구수할가 어머님 손맛이 슴배였기 때문 엄마 아버지...
  • 2024-01-29
  • 1월 26일,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쎈터에서 알심들여 창작한 중국조선족민속풍정 서사시 2023년판 《사계절가》(四季如歌)의 공연이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사계절가》는 2023년 4월 29일에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루계로 60회 공연을 선보였고 관객수는 1만 8,000여명을 돌파했다. 료해에 따르면 2023년판 《사계...
  • 2024-01-29
  • 1월 25일, 북경 국가대극장에서 프랑스 작곡가인 구노가 창작한 가극 〈로미오와 쥴리에트〉가 공연되였다. 국내외 예술인들은 손잡고 다채로운 문화공연을 선보이며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에 특별한 선물을 증정하였다. 당일 저녁 진행된 중국 프랑스 수교 60주년 초대회에서 중국과 프랑스 정상은 화상방식으로 축사...
  • 2024-01-29
  • 사람은 나이 들면서 추억에 젖어 산다고 한다. 그 말이 그른데 없나보다. 나 역시 요즘 늘 동년의 고향마을을 그려보군 한다. 내가 나서 자란 고향마을은 참 좋았다. 옹기종기 초가집들이 빼곡히 들어앉았는데 어른들도 많았고 조무래기들도 많아 이런저런 재미있는 사연들이 참 많았다. 시골의 개구쟁이들에게는 사계절 조...
  • 2024-01-29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