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김혁 독서칼럼]원숭이를 위한 헌사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5월7일 14시25분    조회:165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 고전《서유기》를 다시 읽다

어쩌구려 나는《서유기》를 십수년에 걸쳐 편단으로 접했다. 

맨처음으로는 소학시절 도문에 있는 외가집으로 놀러 갔다가 《백골정을 세번치다》라는 련환화로 《서유기》의 이야기를 접했다. 신출귀몰 손오공에 홀딱 빠져있는 나를 보고 외삼촌이 웃으며 손오공이 불경 취하러 가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문에서 룡정으로 가는 길보다 더 먼 길이 이제 펼쳐 질 것”이라고 했다. 그 재미가 련환화 한권으로도 족한데 이제 더 긴 이야기가 펼쳐진다니! 나는 그만 온몸에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독서에 대한 욕구가 나의 작은 육신을 전률시켰던 첫 기억이였다. 

당시 척박했던 문화풍토에서 명작작마저도 완정본으로 읽을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경극영화로 접했고, 다음에는 동화편으로 접했다. 영화에서 요즘의 CG기술에는 비할 수 없으되, 어수룩하나마 온갖 요괴가 변신하고,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1만8천리를 날아예고, 휘두르는 여의금고봉이 귀 속에서 나와 삽시간에 커다란 곤봉으로 변하는 장면은 소년기의 나를《서유기》에 홀딱 환혹하게 했다. 

그후로 완정본을 읽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조선말 본 3권으로 출간된 뒤였다. 

천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 동양세계를 매료시킨 판타지의 고전 《서유기》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오늘날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이다. 

당나라 승려 현장(당승)이 서역에 불경을 구하러 가는 력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은 저자거리의 이야기군들의 소재로 활용되였다가 명대에 들어 오승은에 의해 소설의 형태로 다시 태여났다. 서천으로 불경을 찾으러 길떠난 주인공들은 온갖 요괴들을 만나 싸우고 고난을 극복하면서 자아를 완성해가는 감동의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손오공 일행이 천축국으로 도착하기까지 요마와의 81난(难)을 거친다. 천상, 지하, 지하의 세계가 펼쳐지고, 수많은 신과 요마가 등장함으로써 신화적인 상상의 세계를 한껏 펼쳐 보이는 것이다. 

오승은의 천재적인 필봉에 의해 《서유기》에는 정말로 정채로운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이들의 성격 또한 판이한데 오공은 용맹하지만 외곬이고 저팔계는 탐욕스러우면서도 간계한 일면도 있고 사승은 충직하지만 약간 미련한 구석이 보이고 당승은 독실하고 진지하지만 우유부단한 무능력자로 그려진다. 

초동머리적에 재미로 접했던 《서유기》를 나이가 들어 다시 완독하며 주인공인 손오공이라는 원숭이에 대해 다시금 괄목(刮目)하게 되였다.

생명을 점지해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돌에서 태여난 원숭이, 미후왕(美猴王)이라는 용모보다는 우미한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제천대성’(齐天大圣)이라는 아름찬 작위를 스스로 내리며 치기를 뽐내기도 한다.

근면이 결여한지라 수보리조사의 문하에서 쫓겨난 뒤에도 약간의 재주와 도술을 믿고 룡궁의 보배 여의봉을 빼앗는가 하면 하늘의 천도복숭아와 미주, 금단을 훔쳐먹는 등 온갖 란장판을 벌린다. 천지 높은줄을 모르고 석가여래와 맞장 뜨다가 ‘부처님 손바닥우의 손오공’이라는 천고의 속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바위속에 갇혀버리는 형벌을 받게 되고만다. 치기와 속안으로 설쳐대다가 꼼짝 못하고 다시 본래 태여났던대로 돌이 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바위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고 500년이라는 몇겁의 시간을 지내다 드디여 당승을 만난다. 이로써 손오공은 그 운명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승은 자기 일생을 걸고 서역으로 가서 불경을 갖고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안고 길을 떠났고 그 와중에 시종 선두에서 그의 안위를 보필한이는 손오공이였다. 

요괴들은 서천으로 구법의 길에 오른 이들의 허점만을 노려 파고든다. 당승의 자비심, 저팔계의 탐욕, 사승의 어리석음을 온갖 수단으로 건드린다. 공공연한 랍치와 협박, 부귀영화를 눈앞에서 흔들어대는 유혹, 살 떨리는 미인계 등등… 이러한 무차별 공격에 선두에서 대응한이가 바로 손오공이다. 

81난의 어려움에 당착한 오공, 하지만 손오공은 힘껏 변신술을 부리고 사납게 여의봉을 휘두르면서 악착배기 요괴들을 하나 둘 섬멸해간다.

여태껏 우리는 《서유기》를 단순한 신화소설로만 여기며 단지 온갖 기괴한 요괴와 마귀들이 등장하는 렵기적인 이야기로만 감상하는데 그쳤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손오공이라지만 결국 손오공이라는 원숭이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하고 있다. 

근년에 다시 이 소재를 리메이크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면 명작의 중후함을 내쳐버린채 단지 오락물에 치우치는 경향을 볼수 있다. 향향배우 주성치의 영화에서 당승은 아낙네 처럼 바가지를 긁어대는 우습강스러운 형상으로 나오며, 해외의 드라마에서는 지어 당승이 녀자로 변신해 나온다. 그렇게 ‘희화화’되여 나온 캐릭터들도 명작을 접하고 리해하는 요즘의 독자들이니, 어딘가 걱정스럽지 않을수 없다.

다시 보면 원작에서 당승 일행이 요괴를 물리치는 하나 하나의 장면은 사실 구도자를 시험하는 심마(心魔)를 물리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때로는 저돌적으로 보이는 오공이지만 취경의 의지와 우직함은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원숭이의 속태를 벗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운다. 두려움과 고통과 힘듬을 직시하면서 말이다. 그는 스승과 팔계, 사승의 무정함과 몰리해에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를 시험하는 81난을 스스로 한몸으로 받아가며 깨달음의 계기로 삼았다. 하기에 《서유기》는 한 원숭이의 성장기요, 깨달음의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구법기(求法记)로 읽을수도 있다. 

요즘 판타지물의 흥행으로 《반지제왕》과 《해리포터》 등 해외의 판타지물을 읽는 열조가 일고 있지만 요즘의 독자들은 그 수천년전에 나온 동양 최고의 판타지 《서유기》에 대해서 그처럼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다시 영화, 애니메이션, 3D물 등으로 한껏 리메이크 된 작품들을 새로워진 시안으로 들여다보니 《서유기》 그리고 그 당당한 주인공 손오공이 다시 보인다. 

재미에만 빠져 보았던 드라마의 주제곡도 다시 들으니 그렇게 진취적이고 호매로울수 없다.

그 립지적인 가사말을 음미하며 노래를 다시 불러 본다.  

길이 어데 있냐 감히 묻노니

길은 발 아래에 있다네... ...

/김혁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413
  • 현지시간으로 18일, 제60회 뮨헨안보회의가 막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지속되고 팔레스티나와 이스라엘간 충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된 본 론단은 초조함과 불안정서로 가득했다. 각국 대표들은 글로벌 도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발언하면서 주장과 대책을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장은 기조연...
  • 2024-02-21
  • 연길고신기술산업개발구에 위치한 연변장백산인쇄사무유한회사는 정월 초이레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연길잎담배공업사슬의 주요 기업인 이 회사는 담배 표지 인쇄 및 관련 포장재의 디자인, 생산 및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데 3년전 ‘전업, 정밀, 특색, 참신’화 기업으로 인증받은 회사이다. 기자가 이 회사 생산 작업장에...
  • 2024-02-21
  • —연길시시장감독관리국 정월대보름 식품시장 전문검사행동 전개   집법일군들이 제품포장 표시가 규범화되였는지 검사하는 장면 정월대보름 기간 시민들의 혀끝 안전을 보장하고저 연길시시장감독관리국은 집법력량을 조직하여 2월 18일부터 24일까지 정월대보름 식품시장에 대한 전문검사행동을 전개했다. 연길시시장감독...
  • 2024-02-21
  •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련맹의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대해 모녕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분업협조와 호혜상생은 자동차 산업사슬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더 빨리 달리기’를 추구하지 않고 ‘남을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를 시도하는 것은 자신의 장기적 발전을 망칠 뿐만 아니라 세계 진보와 번영에도 저해가...
  • 2024-02-21
  • 영화 《장진호》 한장면 /신화넷 “인민을 중심으로 하는 창작방향을 견지하여 인민의 정신력량을 증강시키는 더욱 많은 우수한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습근평 총서기는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시가 있고 책이 있는 한 장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장안 삼만리》는 호평을 받았는바 관중들을 아...
  • 2024-02-20
  • 월 대보름을 맞아 원소, 탕원 등 주문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연길시 여러 식품 생산기업들이 생산을 다그치고 있다.      연길시 의란진에 자리한 연변위업식품유한회사 생산 작업장에 들어서니 자동화생산라인에 이어 로동자들의 수공으로 빚어진 동그란 탕원이 일매지게 완성되고 있었다. 전통 공예에 준하면서도 현대...
  • 2024-02-20
  • 음력설 기간 길림시 대형 상점과 슈퍼마켓들은 시민들로 붐볐다. 유관부문의 통계에 의하면 음력설련휴 기간 35개의 중점 상업기업의 판매총액은 5.85억원, 이는 동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이다. 음력설 기간 길림시 50여개 상업기업들은 100여차의 각종 행사를 조직했다. 상품권, 경품 추첨, 할인 등 다양한 명절행사는 소...
  • 2024-02-20
  • 2020년 10월 30일 촬영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옆의 월가 도로표지판./신화넷 18일, 미국은행유한회사가 발표한 최신 〈글로벌 펀드 매니저〉(全球基金经理)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명이 넘는 조사 대상자들중 약 6분의 1이 미국 금융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으로 체계적인 신용긴축(信贷紧缩)을 꼽았다. 17일, 미국 블...
  • 2024-02-20
  • [현대화 꿈꾸며 새 앞날 함께 그리다] “얼마전 홍기차 N701이 폭발적 인기를 받아 나는 더욱 자랑스러웠어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중국제일자동차그룹 연구개발총원 고급기술자이며 그룹의 수석 기능전문가인 양영수는 인터넷을 ‘도배’했던 홍기차 N701을 언급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2020년초, 양영수는 N701...
  • 2024-02-20
  • 2023년 8월 24일, 경찰이 미국 죠지아주 애틀란타시 풀턴카운티 구치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신화넷 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뒤집으려 했던 혐의 사건을 맡은 한 주(州) 검찰관이 ‘염문’에 폭로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7일에 “이는 사건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 2024-02-2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