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가위로 그리는 세상,재치 있는 손에서 예술이 탄생한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5월11일 09시04분    조회:2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력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전통문화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이는 단순한 예술표현을 넘어 공동체의 력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한쌍은 더 많은 사람들이 전지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이따금씩 가위로 종이를 써는 소리만이 사각사각 들릴 뿐이다. 미리 그려넣은 문양을 따라 가위로 오려나가는 손놀림이 여간 빠르고 섬세한 게 아니다. 가위 하나, 종이 한장으로 그녀는 그렇듯 경쾌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녀인의 손놀림 앞에서 우리는 시선을 빼앗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그녀의 가위질 몇번으로 밋밋하던 종이는 이내 생동감 넘치는 한마리 나비로 변신하며 작품이 되였다.

“종이 전체가 끊김 하나 없이 옹근 하나로 이어지는 게 바로 전지공예의 매력이죠.”

전지공예 주급 전승인인 한쌍(韩双)이 하는 말이다.

그녀는 “전지의 다양한 문양에는 특정한 관습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례를 들어 석류는 다산을 상징하며 룡과 불사조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물고기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빌어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자연풍경, 중국신화, 토속신앙 등을 형상화해 중국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지만 최근에는 종이의 색, 소재도 많이 바뀌고 특정지역의 상징물과 건축물을 만드는 등 전통예술에 현재를 담아내는 예술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전지공예의 매력을 전한다.

중국 전통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인 전지공예는 일찍  2006년에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였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였다.

전지공예는 중국에서 널리 사랑받는 민간예술 가운데 하나로 문헌 기록에 따르면 6세기 무렵 유적에서 그 흔적이 보일 정도로 오래된 문화유산으로 오늘날까지 제작기술이 보전되고 있어 그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지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매우 다양하다.

종이의 발명은 기원전 6세기로 서한시기이니 그 이전 시기에는 사람들이 얇은 대나무와 같이 두께가 얇은 자연재료나 견직물, 금박 등에 칼과 같은 예리한 도구로 조각, 새김, 자름의 기법을 사용하는 기법으로 공예품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는 나무잎을 문양으로 자르거나 금박, 가죽 같은 것에 문양을 새겨넣는 것이 류행하기도 하였다.

남북조시기의 〈목란사(木兰辞)〉에는 ‘거울에 꽃무늬를 붙였네’라는 시구가 나온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전지작품이 발견된 것은 신강 투루판의 화염산 부근에서 출도된 북조시기 다섯폭의 전지작품이다. 이 몇폭의 전지는 반복해서 접는 방식과 형상이 서로 겹치지 않는 처리수법으로 만들어졌다.

《사기》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기재되여있다.

서주 초기, 주성왕이 동생 숙유와 함께 놀다가 오동나무잎을 옥규모양으로 잘라 동생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가 이것으로 너를 분봉하겠다.” 며칠 후 주공은 주성왕에게 숙유를 제후로 삼을 길일을 정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주성왕은 “나는 그저 장난 삼아 한 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공은 “천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천자의 말씀을 사관이 그대로 기록하고 악공이 노래를 만들고 사대부가 백성들에게 전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드디여 주성왕은 주공의 조언을 들어 숙유에게 땅을 분봉했고 숙유는 이후 ‘당숙유’라고 불리게 되였다고 한다.

당시 주성왕이 오동나무잎을 옥규모양으로 잘라 동생에게 준 것은 얇은 나무잎에 무늬를 뚫어내는 방법으로 만든 것으로 간주되면서 당시에는 전채(剪彩)라고 불렸다고 한다.

전국시기에 이르러서는 가죽에 문양을 만들어 내장식구로 사용했는데 이는 민간 전지공예의 발전에 토대가 되였고 서한시기에 이르러 종이가 발명되면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지공예가 출현했는데 이는 이후 신강 투루판지역에서 북조시기 전지공예가 발견되는 중요한 원인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진시기에 이르러서는 종교활동과 민속활동이 전지공예가 발전하는 밑거름이 돼주었다. 사람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종이로 만든 장식을 사용했고 민속행사에서도 종이장식을 리용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따르면 동진시기에는 부처님의 열반 일에 민간에서 통초로 만든 꽃을 만들어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통초는 잎이 넓고 얇은 갈대의 일종으로 종이조각에 적합한 재료였고 사람들은 통초를 리용하여 다양한 모양의 꽃을 만들었다.

당나라에 이르러 전지공예는 큰 발전을 이뤘는데 현재 영국박물관에 보관되여있는 당나라시기 전지작품들은 당시 전지예술 수준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시기에 민간에서 전지형식을 리용해 만든 인쇄판이 출현했는데 즉 두꺼운 종이에 문양을 새긴 후 천에다 대고 염료를 부어 모양을 만들었던 것이다.

일찍이 한나라와 당나라 때 중국 녀성들 사이에서 금은박과 형형색색의 천을 잘라 머리 장식물, 꽃과 새 모양 장식물을 귀밑머리에 붙이는 게 류행했다고 한다. 그 후 명절에 색종이를 오려 각종 화초와 동물 혹은 이야기 속 인물 이야기를 만들어 창문에 장식을 하거나 선물용 장식으로 사용되였다.

당나라시기 립춘날에 황제가 군신들에게 전지를 리용한 비단장식물을 나누어주었으며 사대부 사이에서 이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두보는 시 〈팽아행(彭衙行)〉에 ‘따뜻한 물로 발을 씻고 전지로 나의 정신을 회복시켜주었네.(暖汤灈我足,剪纸招我魂)’라고 적기도 했다.

남송시기에는 전지공예를 직업으로 하는 예술가들이 대거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제지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종이제품의 종류가 많아진 덕분이였다. 이어 명나라와 청나라 왕조 500년간은 기술의 성숙기였고 근대 100여년간은 점점 더 널리 알려지면서 민간에 보급됐고 청나라 건륭황제 때는 각 지방의 풍격을 나타내며 발전하였다.

1919년 5.4 신문화운동 이후 지식인들은 민간문학 자료수집과 함께 민간미술작품 수집에도 열을 냈는데 그 대상에 민간전지예술도 포함되였다.

민간전지 예술풍격도 지방과 민족에 따라 차이가 났으며 형식 또한 특별하였다.

300년에 이르는 이야기를 엮어온 만족전지공예는 농후한 지방특색을 녹여내며 현재 여러 민족 민간전지공예 가운데서도 특히 활발하게 전승, 보급되고 있다.

만족전지공예품은 축제와 기념일 등의 장식품으로 사용되고 농촌생활을 반영하는 자연, 토속신앙, 신화, 력사, 일상의 삶과 로동 등을 표현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녹아있다.

우리 지역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는 만족전지공예는 지난 2007년에 성급 무형문화유산 명부에 등재됐고 훈춘 양포만족향소학교에서 미술교원으로 있는 한쌍은 주급 전승인이다.

“우리 지역의 전지공예는 대부분 시골마을에서 녀성이 주축이 되여 웃어른이나 자매에게 배워 전수되여왔습니다. 그때 오려낸 각종 문양은 대부분 농민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거나 지향하는 사물이였는데 보통집에서 기르는 가축, 농작물, 꽃과 새, 어린아이, 연극의 한 장면, 상서로운 문양 등으로 해를 보내고 명절을 보낼 때나 경사스러운 일에 항상 사용했습니다. 창문에 붙이는것은 ‘창화’라 하고 문 우에 가로 붙이는건 ‘괘첨’이라고 합니다.”

가위를 잡은 지 25년이 넘은 그녀는 훈춘시 양포향 만족전지 제3대 전승인이다.

‘만족의 고향’으로 불리우는 훈춘 양포향은 예로부터 전지공예로 유명했다. 어린 한쌍은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전지작품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유달리 예술적 감각이 뛰여났던 한쌍은 처음에는 단순한 모양을 잘라내던 것부터 시작해 이내 제법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고 2018년에는 ‘길림청년장인’ 칭호를, 2021년에는 ‘전 주 민간문화 능인’으로 선정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전지공예 예술가로 성장하였다.

전지공예는 종류도 다양해 종이를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손을 사용해 종이를 찢어내는 방식의 찢는 전지방식이 있는가 하면 회화와 자름과 새김, 접음, 접착 등 여러 종합적인 수법을 사용하는 립체 전지방식이 있고 알록달록 여러가지 색종이를 리용한 채색 전지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한쌍은 “그중 우리 지역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고 있는 전지방식은 단색 전지로 그중에서도 또 종이를 여러 방식으로 접어 가위로 잘라 만드는 접이식 전지입니다. 접이식 전지는 대칭적이지만 각종 변화를 줄 수 있어 특히 전지 보급과 공예 문양의 조형에 대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고 말하였다.

만족 전지공예의 보급을 위한 그녀의 노력도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포만족향소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훈춘시정부와 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지지로 학교 교육과정에 만족전지수업을 개설하고 전지공예를 교내 필수과정으로 설치하였다. 그녀의 노력으로 지금 양포만족향소학교는 만족전지를 주요특색으로 내세우면서 2017년에 ‘성급 무형문화유산 만족전지 전승기지’로 선정되였다.

“전지공예는 전통예술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정부차원에서의 보호와 전승 노력이 이어지고 있긴 하나 전지공예의 미래는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오늘날 대부분의 전지공예 참여자는 로인들인 데다 농촌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어 젊은이들은 전지문화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녀의 고민이 깊어져가던 와중에 다행히 최근 연변이 ‘무형문화유산+관광’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만족전지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으니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단다.

얼마 전부터 한쌍은 자신이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훈춘시만족전지협회를 이끌고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지공예 예술가들이 위챗이나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전지작품을 전시, 판매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전지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최근 한쌍은 현대감을 가미한 전지작품을 창작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지작품은 주로 인물이나 동물, 꽃 등을 주제로 했다면 플라스틱이나 금속과 같은 다양한 재료에 환경이나 사회문제 등 현대사회 이슈를 반영하는 내용을 담아내면서 전통적인 주제와 현대적인 감각의 조화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속셈이다.

옛사람들이 전지예술을 “천번을 오려도 떨어지면 안되고 만번을 잘라도 끊어지면 안된다.(千刻不落,万剪不断)”고 했으니, 전지공예의 매력이 아마도 여기에 있는 듯싶다.

당나라 리상은은 〈인일(人日)〉에서 “금박지를 조각하니 초나라의 풍습이요, 전지로 사람을 만드니 진나라 기풍이로구나.”라고 했고 누군가는 또 “그림 속에 이야기가 있으니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고 소리로 발음하면 길하고 리로우니 사람 마음에 딱 들어맞는다.(画中有戏,白看不腻,出口吉林,才合心意)”고 말하고 있다.

“력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전통문화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이는 단순한 예술표현을 넘어 공동체의 력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과거의 생활방식, 가치관을 리해하고 전달하는 전통예술이 먼 미래에도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랜 세월 가위질에 마디 굵어지고 살에 못이 박인 손, 그녀의 그 거칠고 투박한 손에서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95
  • 그의 이야기는 실제로 백년 전의 전설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한퉁소’는 연변퉁소의 제1인자 한신권(韩信权)의 ‘퉁소’의 하늘 같은 지대한 영향력을 이르는 말이다. 한신권은 지난 세기 30년대 부친을 따라 강을 건너 훈춘의 밀강지역에 정착한 이주민이다.그때 한신권은 잔등에 괴나리보짐을 얹고 어깨에 큰북 하나,...
  • 2024-05-27
  • 일찍 2000년대초에 벌써 향촌건설에 예술을 입히려는 예술가들이 나타났다. 거암이 산서성 화순현 허촌에서 발기한 ‘허촌계획’과 좌정이 안휘성 이현 벽산촌에서 발기한 ‘벽산계획’이 그 일례인데 리념과 방식 면에서 모두 특정 예술가가 주도한 예술의 선명한 특징이 보였다.그 후 생태문명전환 및 향촌진흥전략 정책...
  • 2024-05-24
  • 리은실이 두번째 수필집 《인간은 만남으로 자란다》(연변인민출판사)를 펴냈다.수필집은 연변작가협회 2022년도 계획출판도서시리즈중 하나로, 리은실이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창작한 수필작품 40여편을 묶었다. 수필집을 통해 우리는 “부모님과 형제자매 그리고 고향을 사랑하면서 절실한 체험과 폭넓은 독서를...
  • 2024-05-24
  • 박물관은 한 도시의 력사와 문화의 축소판으로 불리운다. 최근년간 안도현박물관은 지역 력사문화의 보호, 전승,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자체 우세와 공공문화봉사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여 인민대중들의 정신문화의 품질화와 다양화 수요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안도현박물관 전시관의 총면적은 400평방메터에 ...
  • 2024-05-22
  • 국내에서 력사가 가장 오래고 규모가 가장 큰 조선문 도서간행물 출판단위인 연변인민출판사가 제1회 동북도서박람회기간 정품도서 열독공유모임, 신간도서 발표 및 도서설명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장백의 고향정-길림에서의 상해지식청년들》은 회상성 산문집으로 70여명의 상해지식청년이 1인칭, 제1시각으로 ...
  • 2024-05-20
  • 19일, 제19회 ‘중국 관광의 날’을 맞아 연변 곳곳에서 지역특색이 선명하고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중국 관광의 날’ 시리즈 활동을 개최하게 된다.‘중국 관광, 행복한 생활’을 주제로 진행되는 시리즈 활동은 관광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도모하고 친환경 관광을 깊이있게 발전시키며 문명관광을 적극 홍보하고 ...
  • 2024-05-20
  • 국가서류국에 의하면 일전 유네스코에서 펼쳐진 아태지구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우리 나라 국가서류국에서 신청한 ‘성도로차관 관련 서류’, ‘휘주천년종씨 서류’, ‘더거인경원 원장조판(院藏雕版)’ 등 세가지 서류문헌이 성공적으로 《세계기억아태지구명록》에 등재되였다.입선된 ‘성도로차관 관련 서류’에는...
  • 2024-05-17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