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독서만필] 상상의 소산, '엉뚱한' 명작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5월22일 14시48분    조회:188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ㅡ오에겐자부로의 소설 ‹죽은 자의 사치›를 읽다 


소설 《죽은 자의 사치

문학창작에서의 허구는 작가들의 특권이다. 그 특권의 실질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적 상상은 종종 생활의 현실을 작품 속에 예술적 현실로 승화시켜 독자들의 공명을 일으킨다. 최근 그러한 문학적 상상의 한 보기인 ‘엉뚱한’명작 한편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바로 일본인으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년~1972년,1968년노벨문학상을 수상)에 이어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1994년)한 오에겐자부로(1935년~2023년)의 소설 ‹죽은 자의 사치›이다.  

오에겐자부로(1935년~2023년)

소설은 대학교 문학부에 다니는 ‘나’와 영문학부에 다니는 녀대생이 아르바이트 중에 겪는 감수를 그리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동 대학 의학부 알콜 욕조 속에 보존된 해부용 시체들을 다른 알콜 욕조로 옮기는 일. 주인공인 ‘나’는 ‘그저’용돈이 필요해서이고 녀대생은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병원비가 필요해서이다. 

소설은 서두부터 알콜 욕조 속에 가득 찬 시체들의 묘사로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시체들은 진한 갈색 액체에 잠겨서 팔이 서로 얽혀 있기도 하고 머리를 서로 맞대고 떠올라 있거나 반쯤은 액체 속에 가라앉아 있다. 그들은 흐릿한 갈색의 유연한 피부에 싸여서 딱딱하고 생소한 독립감을 가지고 각기 자신의 내부를 향해 응축하면서도 집요하게 몸을 서로 맞대고 있다. 그들의 몸은 거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어 있었고 그 부기는 눈을 꽉 감은 그들의 얼굴을 풍만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휘발성 냄새가 지독하게 나서 밀페된 방안의 공기는 몹시 탁했다. 방안에서 들리는 온갖 소리의 울림은 후덥지근한 공기에 휩싸여서 중후(重厚)한 량감(量感)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인 ‘나’와 관리인은 운반차의 량 옆에 서서 알콜 욕조에 몸을 굽히고 시체를 하나 건져내면 시체의 어깨와 넓적다리의 뒤부분을 두 손으로 받치고 갈색의 알콜 용액이 뚝뚝 떨어지는 시체를 들어 올린다. 시체는 빳빳해져 있어서 재목처럼 다루기가 쉽다. 시체를 운반차 우에 올려놓으면 녀대생이 엉거주춤 엎드려서 시체의 복사뼈를 꼭 붙잡고 소인(燒印)으로 기호와 수자가 기입된 번호표를 엄지발가락에 묶어 놓는다. 이 일이 끝나면 다른 욕조로 옮겨 시체를 밀어 넣는다.  

이 과정에 주인공인 ‘나’는 이 시신들이 죽은 후에 곧바로 화장되는 시신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알콜 욕조에 떠있는 시신들은 완전한 ‘물체’의 긴밀감, 독립된 느낌을 가지고 있는바 그것들은 바닥이나 수조나, 창문과 같은 확실하고 안정된 ‘물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물체’이며 ‘물체’로서의 죽음은 의식이 끊어진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고 본다. 

이들은 질식할 것 같은 시체처리실에서 하루동안 바삐 돌아치지만 결과 사업일군의 실책으로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며 지어는 아르바이트를 한 보수마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근심한다. 작가는 주인공인 ‘나’와 녀대생 그리고 해부실에서 30여년간 사업한 관리원이 함께 시체들을 옮기는 과정을 통해 전후(戰後) 일본사회가 겪는 염세주의적인 허무와 독립적인 존재가치를 상실당하고 권력자들한테 운명을 조종당하는 인간들의 생활상 그리고 패전의 그림자가 지배하고 있는 폐쇄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무대가 해부용 시체처리실이고 내용 또한 기이하리만큼 충격적이라 소설은 읽는 내내 이름모를불안감에휩싸였다. 헌데 다 읽고 나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실습용 시신을 알콜 욕조에 보관해두는 그런시체 처리실이 있었을가? 하는 의문이였다. 마치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수산물들을 보관해두는 수조관처럼 말이다. 이곳저곳 문의하고 과학서적들을 뒤진 결과 뜻하지 않는 사실에 접근했다. 거대한 욕조를 가득 채울 정도의 알콜에 오래동안 시체들이 담겨있는 밀페된 지하실 공간이라면 들어서자마자 쓰러질 정도로 유독성 물질이 차고 넘친다는 것, 물론 방독면을 쓰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해부용시체실로 말하자면 외부 오염 방지를 위해서라도 그것은 효과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

내괘, 그러고 보니 소설의 주무대인 알콜이 가득 찬 욕조가 있는 ‘해부용시체처리실’은 사실 작자가 만들어낸 허구가 아닌가?! 허탈함을넘어작자의 기막힌 문학적 상상력에 단통 허를 찔린 기분이였고 그런 상상의 소산으로 ‘엉뚱하게’탄생한 소설 ‘죽은 자의 사치’에 다시 눈길이 돌려졌다. 공연히 속을졸이며읽은것 같아 더수기를 긁적거렸고 두근거렸던 가슴을 “어허허!” 너털웃음으로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생활과 예술의진실이란무엇이며그차이는어디에있는지잠간생각케 해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족(蛇足)으로 오에 겐자부로는 문학적 상상 뿐만 아니라 이른바 족집게 도사처럼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정확하게 예언해 장안에 화제를 몰고 오기도했다.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했던 오에 겐자부로는 “이 자리에는 노벨상을 이미 받았어야 하는데 못 받은 작가 한 사람과 앞으로 받을 사람이 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 ‘못 받은 작가 한 사람’은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였고 ‘앞으로 받을 사람 세 사람’은 토이기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의 막언 그리고 한국의 황석영 작가였다. 놀라운 것은 르 클레지오는 2008년에, 오르한 파묵은 2006년에, 막언은 2012년에 각각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한명의 ‘노벨상을 못 받은 작가’황석영, 과연 그에 관한 오에 겐자부로의 예언도 맞아떨어질지 처음 ‹죽은 자의 사치›라는 소설 제목을 대할 때처럼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신철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907
  • 탁구경기의 한장면 오곡백과 무르익는 황금빛 가을, 반석시조선족로인협회는 최근에 가을소풍과 탁구경기, 사회구역 문예공연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경축했다.협회는 80세 이상 고령회원 39명을 인솔하여 가을 소풍을 조직하였는데 이 활동은 고령회원들로 하여금  대자연속에서 심...
  • 2024-10-07
  • 9월 28일, 흑룡강빙성 대 연변룡정 경기에서의 이보선수.10월 6일 저녁, 길림성체육국 틱톡공식계정에서은 지난주에 연변룡정구락부가 이미 브라질 외적 선수 이보와 계약을 (앞당겨) 해지했다고 밝혔다.10월 6일 오후, 2024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은 강서려산팀을 1대0로 전승했다. 이날 경...
  • 2024-10-07
  • 2024년 자동차 보상교환판매 및 신에너지차 하향 활동─연변역 행사가 9월 27일부터 연길에서  이틀 동안 지속됐다.이번 활동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출행의 리념을 향촌에 인입하고 대중들에게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편리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데 취지를 뒀다. 현장에서 대중들은 신에너지차를 시...
  • 2024-10-07
  • 중조 수교 75주년 즈음해습근평, 조선 최고 지도자 김정은과 축전 주고받아[북경 10월 6일발 신화통신] 10월 6일, 중공중앙 총서기이며 국가주석인 습근평이 조선로동당 총비서이며 국무위원장인 김정은과 량국 수교 75주년을 경축하는 축전을 주고 받았다.습근평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75년전 중조 두 나라가 공식적인 ...
  • 2024-10-07
  • 국경절 련휴기간 려객들에게 평안하고 조화로운 출행환경을 마련하고저 백성철도공안처에서는 업무조치를 세분화하고 과학적으로 경찰력을 배치하여 승객들의 원활한 이동과 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길림일보
  • 2024-10-07
  • 낮에 본 옥황산대교새로 건설된 옥황산대교(玉皇山大桥)는 도로면이 평탄하고 교통 표지판이 더 명확하게 설치되여 되였다. 이 대교는  통화시의 중요한 동서향 도시 간선 도로를 이어주고 있는데 올해 8월 10일에 정식적으로 개통되였으며 강동과 강서를 련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개통된 옥황산대교.1989년 ...
  • 2024-10-07
  •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경축하는 성대한 국기게양식이 2024년 10월 1일 아침 북경 천안문광장에서 거행되였다.  /신화넷미국의 국제문제 전문가 윌리엄 존스는 최근 워싱톤에서 가진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은 창건 75년 동안 가난하고 쇠약했던 나라에서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엔진...
  • 2024-10-07
  • 2024년 제14회 ‘조선족 백종절’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전시활동이 룡정량전백세운동휴일풍경구에서 10월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열렸다.전시활동의 시작을 알린 ‘조선족 백종절’ 농악무는 전통 농경 문화의 정수를 민족특색이 짙은 예술적인 춤으로 표현하고 풍요로운 수확에 대한 농민들의 기쁨을 생생하게 보여주...
  • 2024-10-07
  • 9월 28일까지 2024년 장백산풍경구의 관광객수는 연인원 274만 8,400명에 달하면서 2023년 장백산풍경구의 관광객수 274만 8,000명에 비해 94일 앞당겨졌다.대자연의 조색판처럼 울긋불긋한 가을의 장백산 관광객들에게 깊은 시각적 인상을 남겨준다. 이 계절은 또한 장백산 천지를 바라보기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해...
  • 2024-10-07
  • 일전 ‘도시 전체가 city스럽고 연변답지 않은 곳 없다(满城皆city 无处不延边)’ 백만팬 문화관광블로거 려행스케치활동 공유회가 연길 인더숲커피숍에서 열렸다.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관광국이 주최한 이번 활동은 9월─10월 소비 성수기를 맞으며 인터넷마케팅팀에 의탁해 연변 특색제품 브랜드와 인지...
  • 2024-10-07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