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독서만필] 상상의 소산, '엉뚱한' 명작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5월22일 14시48분    조회:363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ㅡ오에겐자부로의 소설 ‹죽은 자의 사치›를 읽다 


소설 《죽은 자의 사치

문학창작에서의 허구는 작가들의 특권이다. 그 특권의 실질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적 상상은 종종 생활의 현실을 작품 속에 예술적 현실로 승화시켜 독자들의 공명을 일으킨다. 최근 그러한 문학적 상상의 한 보기인 ‘엉뚱한’명작 한편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바로 일본인으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년~1972년,1968년노벨문학상을 수상)에 이어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1994년)한 오에겐자부로(1935년~2023년)의 소설 ‹죽은 자의 사치›이다.  

오에겐자부로(1935년~2023년)

소설은 대학교 문학부에 다니는 ‘나’와 영문학부에 다니는 녀대생이 아르바이트 중에 겪는 감수를 그리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동 대학 의학부 알콜 욕조 속에 보존된 해부용 시체들을 다른 알콜 욕조로 옮기는 일. 주인공인 ‘나’는 ‘그저’용돈이 필요해서이고 녀대생은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병원비가 필요해서이다. 

소설은 서두부터 알콜 욕조 속에 가득 찬 시체들의 묘사로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시체들은 진한 갈색 액체에 잠겨서 팔이 서로 얽혀 있기도 하고 머리를 서로 맞대고 떠올라 있거나 반쯤은 액체 속에 가라앉아 있다. 그들은 흐릿한 갈색의 유연한 피부에 싸여서 딱딱하고 생소한 독립감을 가지고 각기 자신의 내부를 향해 응축하면서도 집요하게 몸을 서로 맞대고 있다. 그들의 몸은 거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어 있었고 그 부기는 눈을 꽉 감은 그들의 얼굴을 풍만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휘발성 냄새가 지독하게 나서 밀페된 방안의 공기는 몹시 탁했다. 방안에서 들리는 온갖 소리의 울림은 후덥지근한 공기에 휩싸여서 중후(重厚)한 량감(量感)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인 ‘나’와 관리인은 운반차의 량 옆에 서서 알콜 욕조에 몸을 굽히고 시체를 하나 건져내면 시체의 어깨와 넓적다리의 뒤부분을 두 손으로 받치고 갈색의 알콜 용액이 뚝뚝 떨어지는 시체를 들어 올린다. 시체는 빳빳해져 있어서 재목처럼 다루기가 쉽다. 시체를 운반차 우에 올려놓으면 녀대생이 엉거주춤 엎드려서 시체의 복사뼈를 꼭 붙잡고 소인(燒印)으로 기호와 수자가 기입된 번호표를 엄지발가락에 묶어 놓는다. 이 일이 끝나면 다른 욕조로 옮겨 시체를 밀어 넣는다.  

이 과정에 주인공인 ‘나’는 이 시신들이 죽은 후에 곧바로 화장되는 시신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알콜 욕조에 떠있는 시신들은 완전한 ‘물체’의 긴밀감, 독립된 느낌을 가지고 있는바 그것들은 바닥이나 수조나, 창문과 같은 확실하고 안정된 ‘물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물체’이며 ‘물체’로서의 죽음은 의식이 끊어진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고 본다. 

이들은 질식할 것 같은 시체처리실에서 하루동안 바삐 돌아치지만 결과 사업일군의 실책으로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며 지어는 아르바이트를 한 보수마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근심한다. 작가는 주인공인 ‘나’와 녀대생 그리고 해부실에서 30여년간 사업한 관리원이 함께 시체들을 옮기는 과정을 통해 전후(戰後) 일본사회가 겪는 염세주의적인 허무와 독립적인 존재가치를 상실당하고 권력자들한테 운명을 조종당하는 인간들의 생활상 그리고 패전의 그림자가 지배하고 있는 폐쇄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무대가 해부용 시체처리실이고 내용 또한 기이하리만큼 충격적이라 소설은 읽는 내내 이름모를불안감에휩싸였다. 헌데 다 읽고 나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실습용 시신을 알콜 욕조에 보관해두는 그런시체 처리실이 있었을가? 하는 의문이였다. 마치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수산물들을 보관해두는 수조관처럼 말이다. 이곳저곳 문의하고 과학서적들을 뒤진 결과 뜻하지 않는 사실에 접근했다. 거대한 욕조를 가득 채울 정도의 알콜에 오래동안 시체들이 담겨있는 밀페된 지하실 공간이라면 들어서자마자 쓰러질 정도로 유독성 물질이 차고 넘친다는 것, 물론 방독면을 쓰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해부용시체실로 말하자면 외부 오염 방지를 위해서라도 그것은 효과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

내괘, 그러고 보니 소설의 주무대인 알콜이 가득 찬 욕조가 있는 ‘해부용시체처리실’은 사실 작자가 만들어낸 허구가 아닌가?! 허탈함을넘어작자의 기막힌 문학적 상상력에 단통 허를 찔린 기분이였고 그런 상상의 소산으로 ‘엉뚱하게’탄생한 소설 ‘죽은 자의 사치’에 다시 눈길이 돌려졌다. 공연히 속을졸이며읽은것 같아 더수기를 긁적거렸고 두근거렸던 가슴을 “어허허!” 너털웃음으로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생활과 예술의진실이란무엇이며그차이는어디에있는지잠간생각케 해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족(蛇足)으로 오에 겐자부로는 문학적 상상 뿐만 아니라 이른바 족집게 도사처럼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정확하게 예언해 장안에 화제를 몰고 오기도했다.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했던 오에 겐자부로는 “이 자리에는 노벨상을 이미 받았어야 하는데 못 받은 작가 한 사람과 앞으로 받을 사람이 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 ‘못 받은 작가 한 사람’은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였고 ‘앞으로 받을 사람 세 사람’은 토이기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의 막언 그리고 한국의 황석영 작가였다. 놀라운 것은 르 클레지오는 2008년에, 오르한 파묵은 2006년에, 막언은 2012년에 각각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한명의 ‘노벨상을 못 받은 작가’황석영, 과연 그에 관한 오에 겐자부로의 예언도 맞아떨어질지 처음 ‹죽은 자의 사치›라는 소설 제목을 대할 때처럼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신철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08
  • 월 대보름을 맞아 원소, 탕원 등 주문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연길시 여러 식품 생산기업들이 생산을 다그치고 있다.      연길시 의란진에 자리한 연변위업식품유한회사 생산 작업장에 들어서니 자동화생산라인에 이어 로동자들의 수공으로 빚어진 동그란 탕원이 일매지게 완성되고 있었다. 전통 공예에 준하면서도 현대...
  • 2024-02-20
  • 음력설 기간 길림시 대형 상점과 슈퍼마켓들은 시민들로 붐볐다. 유관부문의 통계에 의하면 음력설련휴 기간 35개의 중점 상업기업의 판매총액은 5.85억원, 이는 동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이다. 음력설 기간 길림시 50여개 상업기업들은 100여차의 각종 행사를 조직했다. 상품권, 경품 추첨, 할인 등 다양한 명절행사는 소...
  • 2024-02-20
  • 2020년 10월 30일 촬영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옆의 월가 도로표지판./신화넷 18일, 미국은행유한회사가 발표한 최신 〈글로벌 펀드 매니저〉(全球基金经理)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명이 넘는 조사 대상자들중 약 6분의 1이 미국 금융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으로 체계적인 신용긴축(信贷紧缩)을 꼽았다. 17일, 미국 블...
  • 2024-02-20
  • [현대화 꿈꾸며 새 앞날 함께 그리다] “얼마전 홍기차 N701이 폭발적 인기를 받아 나는 더욱 자랑스러웠어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중국제일자동차그룹 연구개발총원 고급기술자이며 그룹의 수석 기능전문가인 양영수는 인터넷을 ‘도배’했던 홍기차 N701을 언급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2020년초, 양영수는 N701...
  • 2024-02-20
  • 2023년 8월 24일, 경찰이 미국 죠지아주 애틀란타시 풀턴카운티 구치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신화넷 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뒤집으려 했던 혐의 사건을 맡은 한 주(州) 검찰관이 ‘염문’에 폭로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7일에 “이는 사건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 2024-02-20
  • 일전 텐센트는 <2024디지털과학기술 최전방 응용추세> 보고를 발표해 디지털과학기술의 미래발전 추세와 응용 전망을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능 계산, 량자 계산, 클라우드 계산과 변연계산이라는 ‘4대 계산'이 융합 관통되여 새로운 계산 양식을 탄생시키고 있다. 통용 인공지능이 점점 가까와지고 큰 모델...
  • 2024-02-20
  • 2월 17일 정월 초여드레, 연변대학 왕훙벽은 각 지역에서 연길을 찾은 관광객들로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왕훙벽의 현란한 간판 불빛으로 그 어떤 수정이 없이 사진을 촬영해도 너무 아름답게 담을 수 있습니다” 안휘성에서 온 왕씨와 그의 가족은 처음 연길에 내리자마자 왕훙벽을 찾아 ...
  • 2024-02-20
  • 일전 연길시인민검찰원 형사집행검찰조가 2023년도 전 성 검찰기관 우수사건처리팀에 선정되였다. 규범화 감독사업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저 이 팀은 형사집행 검사업무에 깊이 파고들고 구두의견, 검찰건의, 위법시정 등 감독수단을 정확하게 적용하는 데 힘을 기울여 집법자, 일반 위법, 중대한 위법 등 행위를 정확하게...
  • 2024-02-20
  • 일전,중차장춘궤도뻐스주식유한회사에서 연구 제작한 상해공항 련락선 첫 렬차가 상해 신곤로에 도착해 사용에 교부되였다. 상해공항 련락선상 사용하게 되는 차형은 시역(市域) C형 렬차인데 최고 운행시속은 160키로메터로 지능, 선진, 안전, 편안, 공공뻐스운행성 등 특점을 가진다. 해당 렬차는 고속철기술 및 궤도교통...
  • 2024-02-20
  • 경찰견은 충성스러운 동료이자 용감한 전사이며 사건 해명의 예리한 무기이자 최고의 탐정이다! 최근, 매하신구(매하구시)공안국은 경찰견 수사해명의 독특한 우세를 충분히 발휘하여 경찰견 ‘사과’의 도움으로 홍매경무협력구에서 입실절도사건 1건을 성공적으로 해명하여 피해자를 위해 3,000원의 재산손실을 만회해주...
  • 2024-02-2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