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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미니소설] 오해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7월23일 14시22분    조회: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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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우에 둥근달이 두둥실 떠올라 대지는 어데라없이 대낮같이 환하다. 친구생일파티에 갔다가 늦게 집에 돌아온 분단이는 흠칫했다. 2층에 있는 그녀의 출입문앞에 웬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여덟시전이지만 홀로 사는 그녀이기에 밤에 웬 남자의 출현은 놀라운 일이지 않을수 없었다.

“저---누구세요?”

분단이의 목소리는 저으기 떨리였다.

“오, 인제야 돌아 오셨군요. 박동수입니다. 그간 잘 지냈습니까?”

웅글진 남자의 목소리가 주위의 고요를 깨뜨렸다.

분단이는 그제야 생각이 났다. 바로 3년전에 그녀의 돈을 후무려간  그 남자다.

사흘전에 전화가 오더니 오늘은 직접 찾아까지 오고…

순간 분이 확 치밀어 올랐다.

“흥 남의 돈을 속여 먹고는 무슨 렴치로 왔어요? 더구나 이 밤중에…”

분단이는 밤늦게 불쑥 나타난 이 남자에 대해 마음의 탕개를 늦출수 없었다.

“저 오해하지 마십시요. 전 빚을 물러 왔을뿐입니다.”

(뭐? 빚을?  이게 정말일가?)

분단이의 눈길에는 의문이 가득찼다

“밤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 홀로 사는 녀자집에 들어가긴 좀 그렇고 하니 우리 함께 밤시장에 가서 얘기합시다. 할 말이 좀 길어질것 같아서요”

빚을 갚으러 왔다는 소리에 그녀는 따라 나섰다.

그들은 부근의 야시장에 가서 자리를 정했다. 세월의 흔적인지 그 남자가 전에 비해 퍽 늙어 보였다. 얼굴색도 어두워 보였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떠난 지 벌써 3년이군요. 그동안 마음이 많이 불안했습니다.”

동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래요?남의 돈을 기편했으니 마음이 불편했겠지요”

분단이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어떻게 대답을 올릴가요? 그때 대련에 간지 얼마 안되여 암진단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세상이 정말 귀찮아지면서 많이 실망하다보니 전화도 감히 못 드렸습니다. 전화로 이런 병에 걸려서 빚을 조금만 참아 달라고 사정할려다가 되려 구실이라고 할가봐 그럭저럭 지내면서 다행히 친척들 도움으로 치료를 견지해왔습니다. 일도 못했지요.몇달전부터 병이 좀 나아져서 억척스레 일했더니 돈이 좀 모아지더군요. 그래도 늘분단씨의 그 따스한 마음을 잊지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 인사하러 왔습니다. ”

말을 마친 동수는 가방쪼르레기를 열더니  제법 두툼해보이는 돈봉투를 꺼내서 분단에게 넘겨 주었다.

“이 돈을 받아 주십시오. .”

“어마나, 이건…웬일이세요? 빚진 돈은 이렇게 많지 않은데요.그리고 은행계좌로 보내도 되는데 이렇게 일부로 먼길을 찾 아왔는가요?”

분단이의 어조가 좀 누그러졌다.

“글쎄 그래도 되지만...인사는 찾아와서 직접 얼굴 보면서 하는 것이 도리인것 같았습니다.  내가 로비 때문에 애타할때 분단씨가 선뜻이 대주지 않았더라면 전 길가에서 헤매였을겁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 납니.”

“그까짓 일 잊은지도 오랜데요. 전 또 보답받자고 그런것도 아닌데요.”

늘 고깝게만 생각해온 일이였는데 이 시각 분단의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되려 겸연쩍어졌다.

“그런줄 압니다만,사람이 어찌 어려울때 손을 내밀어 준 은인을 잊겠습니까?”

“그래도 전 이 돈을 몽땅 받을 수 없어요.”

“분단씨, 인간의 참된 마음과 바른 행실을 어찌 돈으로 계산할수 있겠습니까? 자,어서 받아야 제가 래일 거뿐한 마음으로 돌아가지요”

동수의 집요한 고집에 분단이는 막무가내로 돈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돈을 꺼내든 분단이는 돈 속에 끼워넣은 쪽지가 눈에 띄워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이 돈을 은공에 갚는다기보다 한 장애인을 돕고싶은 사랑의 마음으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는 글이 씌여져 있었다. 헤여보니 3천원이였다.

자리에 누운 분단이는 바싹 말라버린 기억의 쪼각을 더듬어 보게 되였다.

5년전 시교에 위치한 농촌에서 살던 사촌동생 내외가 외국으로 가면서 집을 봐달라면서 분단이한테 열쇠를 맡겼다.

어느날 김치움을 지나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김치움에 물이 마구 불어오른 것이였다. 상수도관이 터진게 분명하였다. 지체할세라 인차 일군을 내여 땅을 파헤치며 물이 새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해가 서산으로 나불나불 넘어 가도록 원인을 찾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빌려온 물뽐프도 고장났다. 그렇다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채 중지하면 래일 다시 또 일삯을 팔아야 할 형편이였다.  분단이가 장애로 다리를 절룩대며 선자리에서 맴돌아치면서 안절부절하고 있을때 지나가던 웬 남자가 멈춰섰다. 보통키에 다부지게 생긴 체구,정기도는 눈과 한일자로 꾹 담긴 입은 남자의 듬직함을 보여주었다.

“제가 수리해봅시다. 이런 일에는 남자가 나서야 하는데 남편은 집에 계시지 않나 보군요?”

“남편은 남방에 일하러 갔어요.  그리고 이 집은 제가 봐주는 친척집이구요.”

침울해진 분단이의 목소리에 남자는 머리를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불편한 다리시군요. 너무 근심마십시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리고는 인차 수리에 달라붙었다.잠간후 물뽐프가 다시 돌아갔다. 이쯤 해도 고맙겠는데 그는 또 삽을 쥐더니 밑에서 파올린 흙을 저쪽으로 옮겨갔다. 인차 그의 바지가랭이에 흙이  범벅되였다.

저녁 7시까지 애를 써서야 터진 수도관을 찾아서 수리했다. 일이 끝나후 분단이는 그를 ‘양고기 구이점’으로 안내했다. 조바심하고 있을때 도와준 일이 너무 고마웠던 것이다. 남자는 박동수라고 부르며 A시에서 살고있는데 몇년전에 일본에 간 안해의 배신을 당했다는 것도 알았다. 둘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고충까지도 털게 되였다. 그 남자는 친구의 알선으로 돈벌러 래일 꼭 대련에 가야하는데 이 마을로 친구가 진 빚을 받으러 왔더니 어디론가 줄행랑을 놓았다는 것이였다. 로비조차 없단다.

“지금 대련으로 가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서 기차표를 살수 없네요.  이곳에 아는 사람은 없고…”

그 남자 말에 분단이는 저도 몰래 얼굴이 찡그러졌다. 방금전의 고마움이 구중천에 날아났다.

(나더러 돈을 내놓으라는게 뻔하지 않는가! 오늘 수고한 보답이라도 받겠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불쾌해났다.

“래일은 꼭 떠나야겠는데 ... 분단씨 2백원만 선대해줄수 없을가요?인제 대련에 가면 인차 부쳐보낼게요.” 남자가 사정하는 표정이 딱해보였다.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백원짜리 두장을 꺼냈다.

“이거 너무 죄송합니다. 보아하니 분단씨도 넉넉치는 않으실텐데...”

그렇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떠나간 동수는 도착해서 고맙다는 전화가 한번 온후로는 아예 종무소식이였다. 몇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빈 번호라고 나왔다.  처음에 그녀는 동수를 많이 욕했다. 몇년전에 남편이 돈벌이한다고 친구와 합작해 공장을 꾸렸지만 밑지고 나앉는 바람에 지금은 빚을 갚느라고 일전 한푼 보내주지 않아 저소득으로 살고 있는 그녀에게 2백원은 적은 돈이 아니였다. 그보다 장애인이라고 자신을 업수이 여기고 또 얼렁뚱땅 속여넘긴것 같은 동수의 몰상식한 처사가 더욱 저주스러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미움과 저주는 조금씩 사라졌다. 그런데 바로 사흘전에 동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직도 원래의 아빠트에 살고있고 옛날 전화번호를 쓰는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이튿날 아침일찍 그녀는 5 천원을 가지고 려관으로 향했다. 어제 동수가 그녀에게 갚아준 돈과 형제들이 살림에 보태라고 준 돈까지 합쳤다. 병치료에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었다. 그까짓 2백원때문에 먼길을 달려온 동수의 인정도 고맙지만 자신이 좋은 사람을 오해하고 원망했던 속좁은 처사가 더욱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한발 늦었다.둥수는 아침일찍 떠나갔다. 정적이 깃든 텅빈 려관방만이 분단이를 맞아주고 있었다.

동녘하늘에 걸려있는 구름쪼각사이로 갓 떠오른 아침해살이 내리 꼰지고 있었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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