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엄마의 꽃밥통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9월27일 14시56분    조회:61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리춘자

1966년도에 아버지가 부대에서 전업하여 돌아오자 정부에서는 한 공장의 책임자로 배치하였다. 책임을 맡은 아버지는 공장의 생산을 일떠세워보려고 새벽에 나가면 저녁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상해, 북경 등 외지 출장도 많았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을 할라, 집안일을 할라, 여러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시킬라… 팽이처럼 분주히 돌아치면서 살아왔다.

어느날 아버지가 상해로 출장간다고 했다. 연길에서 상해로 가자면 그 시기엔 완행렬차를 타고 며칠씩 걸리군 했다. 렬차의 침대표는 비싸다고 살 엄두를 못내고 좌석표마저도 종종 없는 때가 많아서 렬차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갈때도 많았다. 한번은 어쩌다 좌석표를 끊을수 있게 되여 걸상에 앉아 갈수 있게 되였다.

점심때가 되자 렬차 사업일군이 해바라기씨며 얼음과자, 삶은 닭알, 과자 등을 밀차에 싣고 다니면서 팔았다. 함께 간 동료들은 여러가지 간식들을 사느라 바삐 보냈지만 아버지는 창가에 몸을 기대여 눈을 지긋이 감은채 자는척 하였다. 동료들이 아버지에게 점심을 드시지 않는가고 물었고 아버지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연해연뱡 났지만 배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건네주는 빵도 미안하고 쑥스러워 밀쳐 버렸다. 이렇게 하루밤쯤은 참고 지냈으나 이튿날부터는 물로 배를 채우며 다녔다. 출장나가면 단위에서 출장경비를 몇원씩 주는데 아버지는 그 경비를 아껴 살림에 보태려고 그랬던 것이다. 아버지 혼자 로임으로 여러 자식들을 키우고 적잖은 친척들까지 돌봐야 했으므로 우리집은 그 시기 생활형편이 어려웠다. 

그때는 집집마다 찬장우에 꽃대야와 꽃밥통을 얹어 집을 장식했는데 녀성들의 희망과 자랑이기도 하였다. 집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 눈에 보이는 찬장우의 꽃밥통들과 꽃대야는 가정생활의 윤택함과 안주인의 생활솜씨를 가늠하는 표준이기도 했다. 그때 꽃밥통은 상해나 북경같은 큰 도시들에서만 팔았다. 언제부터 꽃밥통이 욕심났던 어머니는 출장가는 아버지에게 번마다 꽃밥통을 부탁하였으나 아버지는 빈손으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다른 집 남자들은 출장갔다 돌아올때면 꽃밥통을 잘 사온다는데 당신은 그것 하나 사오지 못합니까?” 어머니는 늘 아버지에게 지청구를 들이댔다. 아버지 혼자 로임으로 숱한 식솔이 붙어 살아가는 구차한 살림에 배불리 먹기 힘든 상황에 아버지인들 어찌 생각이 없었겠는가?!

아버지는 “그 비싼걸 사서 뭘 하오? 밥이야 아무 그릇에나 담아 먹으면 되지…”라고 에둘러 대시군 했다.

얼마후 아버지는 또 출장가게 되였다. 그런데 이번 출장길에 함께 간 동료 아지미와 아저씨는 일이 끝나자 상점에 가서 꽃밥통 하나씩 사면서 아버지 보고도 하나 사라고 강권하였다. 세분이 똑같은 꽃밥통을 한개씩 사가지고 돌아왔다. 아버지손에서 꽃밥통을 받아 안은 어머니는 소녀처럼 기뻐하시며 아버지가 어쩌다 이렇게 큰 일을 다 하시였다면서 좋아했다. 첫 며칠 어머니는 그 꽃밥통을 보배처럼 애지중지하시며 아까워 쓰지도 않았고 매일 알른알른 닦아서 식장우에 얹어 놓고는 보고 또 보았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한테 “우리 연길에는 이런 꽃밥통을 파는 것이 없습니다. 몇십년을 살아 오면서 이렇게 이쁜 꽃밥통은 처음 봅니다.”하며 자랑하였다.

후에는 꽃밥통에 감자밥이며 옥수수밥을 담아 먹었는데 그 밥통에 밥을 담아 먹으면 맛이 다르다면서 밥통이 밥상에 오르기 바쁘게 굽을 내군했다.  

세월이 흘러 딸들도 다 시집가고 여러가지 형형색색의 밥통같은 식기들을 많이 사들였지만 엄마는그 꽃밥통을 보배처럼 그냥 찬장우에 얹어 두었다. 이사를 하면서 인젠 법랑칠도 다 떨어지고 낡았는데 버리자고 우리가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죽기전까지는 누구도 그 꽃밥통을 다칠 생각을 하지 말라고 우리한테 엄포를 놓았다.

우리 온집 식솔이 몇십년을 동반해온 꽃밥통, 아버지와 어머니의 잊지 못할 추억이 깃들어있는 물건이여서인지 우리도 그것을 주방의 제일 꼭대기에 보배처럼 모셔 올려놓고있다. 어머니의 사랑과 고생이 담긴 그 밥통안에는 출장길에 아버지가 돈을 아끼느라 굶으면서 꼬르륵하고 배고픔을 느꼈던 그 시절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기때문이다.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275
  • 일전 문화관광부에서 85갈래의 향촌관광 정품로선을 추천한 가운데 ‘백산송수’로선이 연변을 경유하게 된다.‘백산송수’로선은 장춘 정월담에서 정우애인마을, 송화강생태관광풍경구, 금강목옥촌, 장백산 서쪽 풍경구, 장백산 북쪽 풍경구, 장백산자연박물관, 도문국문생태원, 광동촌, 연변대학 왕홍벽, 연길서시장으로 ...
  • 2024-10-14
  • “따뜻한 삼계탕 드시고 가세요.” 가게 주인 범해연은 삼계탕 한사발을 손님에게 건네면서 “탕을 무료로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의 한 시장은 아직 아침 8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사진제공: 연변문화관광)“관광객들이 즐겁게 먹고 더우기는 안심...
  • 2024-10-14
  • 국경절 련휴기간 길림성 장춘시와 훈춘시를 이어주는 도시간 철도인 장(춘)-훈(춘)고속철도는 티켓 구하기가 힘들었다. 해당 로선은 전체 길이가 471킬로메터이고 관광객들이 송화호풍경명승구, 라법산국가삼림공원, 교하홍엽곡, 장백산풍경구, 중국조선족민속원, 방천풍경구 등 길림성의 유명한 풍경구를 찾을 때 우선적으...
  • 2024-10-14
  • ▅ 태승호ㅡ창산(苍山)의 정기를 받으러 가다2023년 11월 5일, 나는 안해와 함께 운남성의 대리로 가는 려행길에 올랐다. 오후 1시 30분에 항주공항에서 리륙하여 대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시 50분이 넘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서니 해가 아직 지지 않았고 하늘이 짙게 푸르러 쾌적한 날씨였다.우리 부부가 숙...
  • 2024-10-14
  • - 안도현 석문진 경성촌, 여러 민족 촌민이 함께 써내려가는‘향촌 일기’가을빛이 완연한 천고마비의 계절, 황금벼파도를 힘차게 헤가르며 벼밭을 가로 지르는 수확기안으로 한해동안 애써 가꾼 벼이삭들이 일사불란하게 말려 들어간다. 본격적인 가을걷이가 시작된 이 곳, 안도현 석문진 경성촌은 요즘 ‘수확의 기쁨’으...
  • 2024-10-14
  • ---연변작가협회 (장춘)지역창작위원회, 20차 당대회 정신 학습 관철 좌담회 및 《장백산》작품 연구토론회 개최10월 13일, 연변작가협회가 주최하고 연변작가협회 (장춘) 지역창작위원회와 장백산잡지사가 공동으로 주관한 연변작가협회 외지창작위원회 20차 당대회정신 학습관철좌담회 및 2023-2024년《장백산》작품 연구...
  • 2024-10-14
  • 최근, 중국중소도시발전지수 연구과제팀과 국신중소도시지수연구원이 《광명일보》에 ‘2024년 중국 중소도시 고품질 발전지수 연구성과’를 발표한 가운데 매하구시가 도합 4개의 전국 100강 현시 순위표에 선정되는 기꺼운 성적을 거두었다.첫째, 종합실력 100강 현시 순위 82위에 선정되였다. 동북3성에서는 료녕성 와방...
  • 2024-10-14
  • 최근, 룡정시인민법원 집행법관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하루에 두건의 민간 대출 분쟁을 성공적으로 조정했으며 분쟁의 당사자는 전부 현장에서 현금으로 빚진 돈을 돌려줬다. 료해에 따르면 두 사건중 한건은 가족 간 민간대출 분쟁이고 다른 한건은 이웃 간의 민간대출 분쟁으로 전부 지인간의 대출로 밝혀졌다. ...
  • 2024-10-14
  • “법관님, 이 사건을 해결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최근 화룡시인민법원 투도법정은 한차례 리혼분쟁 사건을 심리하여 쌍방 당사자와 미성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였다. 당사자 김모는 담당법관에게 감사기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김모와 정모는 자유련애로 2004년 민정부문에 혼인신고를 하고 ...
  • 2024-10-14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