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엄마의 꽃밥통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9월27일 14시56분    조회:60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리춘자

1966년도에 아버지가 부대에서 전업하여 돌아오자 정부에서는 한 공장의 책임자로 배치하였다. 책임을 맡은 아버지는 공장의 생산을 일떠세워보려고 새벽에 나가면 저녁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상해, 북경 등 외지 출장도 많았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을 할라, 집안일을 할라, 여러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시킬라… 팽이처럼 분주히 돌아치면서 살아왔다.

어느날 아버지가 상해로 출장간다고 했다. 연길에서 상해로 가자면 그 시기엔 완행렬차를 타고 며칠씩 걸리군 했다. 렬차의 침대표는 비싸다고 살 엄두를 못내고 좌석표마저도 종종 없는 때가 많아서 렬차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갈때도 많았다. 한번은 어쩌다 좌석표를 끊을수 있게 되여 걸상에 앉아 갈수 있게 되였다.

점심때가 되자 렬차 사업일군이 해바라기씨며 얼음과자, 삶은 닭알, 과자 등을 밀차에 싣고 다니면서 팔았다. 함께 간 동료들은 여러가지 간식들을 사느라 바삐 보냈지만 아버지는 창가에 몸을 기대여 눈을 지긋이 감은채 자는척 하였다. 동료들이 아버지에게 점심을 드시지 않는가고 물었고 아버지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연해연뱡 났지만 배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건네주는 빵도 미안하고 쑥스러워 밀쳐 버렸다. 이렇게 하루밤쯤은 참고 지냈으나 이튿날부터는 물로 배를 채우며 다녔다. 출장나가면 단위에서 출장경비를 몇원씩 주는데 아버지는 그 경비를 아껴 살림에 보태려고 그랬던 것이다. 아버지 혼자 로임으로 여러 자식들을 키우고 적잖은 친척들까지 돌봐야 했으므로 우리집은 그 시기 생활형편이 어려웠다. 

그때는 집집마다 찬장우에 꽃대야와 꽃밥통을 얹어 집을 장식했는데 녀성들의 희망과 자랑이기도 하였다. 집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 눈에 보이는 찬장우의 꽃밥통들과 꽃대야는 가정생활의 윤택함과 안주인의 생활솜씨를 가늠하는 표준이기도 했다. 그때 꽃밥통은 상해나 북경같은 큰 도시들에서만 팔았다. 언제부터 꽃밥통이 욕심났던 어머니는 출장가는 아버지에게 번마다 꽃밥통을 부탁하였으나 아버지는 빈손으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다른 집 남자들은 출장갔다 돌아올때면 꽃밥통을 잘 사온다는데 당신은 그것 하나 사오지 못합니까?” 어머니는 늘 아버지에게 지청구를 들이댔다. 아버지 혼자 로임으로 숱한 식솔이 붙어 살아가는 구차한 살림에 배불리 먹기 힘든 상황에 아버지인들 어찌 생각이 없었겠는가?!

아버지는 “그 비싼걸 사서 뭘 하오? 밥이야 아무 그릇에나 담아 먹으면 되지…”라고 에둘러 대시군 했다.

얼마후 아버지는 또 출장가게 되였다. 그런데 이번 출장길에 함께 간 동료 아지미와 아저씨는 일이 끝나자 상점에 가서 꽃밥통 하나씩 사면서 아버지 보고도 하나 사라고 강권하였다. 세분이 똑같은 꽃밥통을 한개씩 사가지고 돌아왔다. 아버지손에서 꽃밥통을 받아 안은 어머니는 소녀처럼 기뻐하시며 아버지가 어쩌다 이렇게 큰 일을 다 하시였다면서 좋아했다. 첫 며칠 어머니는 그 꽃밥통을 보배처럼 애지중지하시며 아까워 쓰지도 않았고 매일 알른알른 닦아서 식장우에 얹어 놓고는 보고 또 보았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한테 “우리 연길에는 이런 꽃밥통을 파는 것이 없습니다. 몇십년을 살아 오면서 이렇게 이쁜 꽃밥통은 처음 봅니다.”하며 자랑하였다.

후에는 꽃밥통에 감자밥이며 옥수수밥을 담아 먹었는데 그 밥통에 밥을 담아 먹으면 맛이 다르다면서 밥통이 밥상에 오르기 바쁘게 굽을 내군했다.  

세월이 흘러 딸들도 다 시집가고 여러가지 형형색색의 밥통같은 식기들을 많이 사들였지만 엄마는그 꽃밥통을 보배처럼 그냥 찬장우에 얹어 두었다. 이사를 하면서 인젠 법랑칠도 다 떨어지고 낡았는데 버리자고 우리가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죽기전까지는 누구도 그 꽃밥통을 다칠 생각을 하지 말라고 우리한테 엄포를 놓았다.

우리 온집 식솔이 몇십년을 동반해온 꽃밥통, 아버지와 어머니의 잊지 못할 추억이 깃들어있는 물건이여서인지 우리도 그것을 주방의 제일 꼭대기에 보배처럼 모셔 올려놓고있다. 어머니의 사랑과 고생이 담긴 그 밥통안에는 출장길에 아버지가 돈을 아끼느라 굶으면서 꼬르륵하고 배고픔을 느꼈던 그 시절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기때문이다.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275
  • 9월 27일,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경축하고 로인들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생활과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정신풍모를 전시하기 위해 장춘시조선족로인협회가 주최하고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이 주관하는 장춘시조선족로인협회 창립 37주년 문예공연이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 3층 극장에서 펼쳐졌다. 행사에는...
  • 2024-09-27
  • 9월 24일, 아침의 가을바람이 시원하고 가을이 짙어져가는 가운데 훈춘시촬영가협회의 촬영가들이 작은 변경도시 훈춘시 가을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며 기쁨 가득한 촬영 려행을 시작했다. 그들은 훈춘 경신습지에 도착했다. 경신습지 룡산호반의 아침은 새벽안개가 자욱하여 환상적인 선경을 방불캐 했다. 호수우...
  • 2024-09-27
  • 태승호소란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적해 보이는 도시의 구석진 곳곳에서 무심코 들려오는 소리 하나하나가 가끔씩 나의 마음속의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 때가 있다. 특히 이따금씩 들려오는 노크소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속에서의 간단한 충돌이 아니라 시공을 가로 지르는 사신마냥 나를 이끌고 지난날의 기억과 앞...
  • 2024-09-27
  • 송미자 내 창문 카텐을 열때면풍경소리 귀맛 돋군다  자유롭게 흔들며 울리는 바람의 멜로디풍경소리로 뇌리를 씻었나 보다씻기운 뇌는 망각으로 투명해졌는가  쌀 씻는것도 잊고 마른 쌀을 솥에 앉혔다 전원을 눌렀다 밥이 될가 쌀이 될가 다행이 주말이다 더...
  • 2024-09-27
  • 안부길활짝 피여나 예쁘던 꽃이 어느덧 락화하니 세월의 무상함에 허전함을 금할수 없으나 락화가 암시하는 철리에 인생을 반추해 본다.떨어진 꽃잎은 고아한 본색을 잃지 않았다.우리는 종점까지 초심을 간직해야 한다.초심은 생명을 연장하는 인력이다.초심을 잃으면 생명은 낭떠러지에 추락된다.초심은 행복의 원천이다....
  • 2024-09-27
  • 문정산다는게크고 작은 유혹이들쑥날쑥 피여난 꽃밭 거니는 일이다한 송이 꺾으면또 한 송이 꺾고 싶다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자꾸 꺾어보겠다고발버둥친다고개 들어보니어느새 날이 저무는데석양 아래 아직도꽃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우리라는 이름으로 우리라는 이름으로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
  • 2024-09-27
  • 리춘자1966년도에 아버지가 부대에서 전업하여 돌아오자 정부에서는 한 공장의 책임자로 배치하였다. 책임을 맡은 아버지는 공장의 생산을 일떠세워보려고 새벽에 나가면 저녁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상해, 북경 등 외지 출장도 많았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을 할라, 집안일을 할라, 여러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
  • 2024-09-27
  • 황금가을, 백성시 진래현 진래진 곽씨촌의 수수밭이 붉게 물들고 수수밭 너머에 줄 이어선 풍력발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 지면서 사람을 도취시키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길림’ 화폭을 이루었다. /길림일보 编辑:안상근
  • 2024-09-27
  • 9월 26일 오전, 중국인권발전기금회 공익기부 및 현장 무료진찰행사가 연변에서 있었다. 행사는 사회 각계의 힘을 모아 연변인민에게 따뜻함과 건강을 선물하고 연변인민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하도록 조력하는 데 취지를 두었다. 중공중앙 선전부 인권발전및교류쎈터 주임이며 중국인권발전기금회 부리사장 겸 비서...
  • 2024-09-27
  • [여러 민족 단결분진해 한마음으로 중국꿈 구축-룡정편]교육의 균형 발전과 민족단결의촉진 강화14일, ‘여러 민족 단결분진해 한마음으로 중국꿈 구축하자’ 집중조사연구 취재팀은 민족단결의 새로운 기상으로 차넘치는 룡정시룡정실험소학교를 찾았다. 교정에 들어서니 중화민족공동체의식 확고히 수립 선전표어와 ...
  • 2024-09-26
‹처음  이전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