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훈춘편] [수필]가을의 사색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0월31일 11시19분    조회:34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채화순(훈춘)

파릇파릇 새움이 트는 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썰렁썰렁한 가을이 벌써 다가왔다.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껴본다. 하늘도 끝없이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다. 꿀벌, 나비, 잠자리는 주택단지 화단의 꽃을 찾아 마지막 생명의 짙은 향기를 맡으려는지 나풀나풀 내려 앉는다. 코스모스, 국화, 백일홍은 인젠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훨씬 더 많다. 사명을 다했다고 씨를 잉태하고 영글어가면서 래년을 꿈꾸는 것이 희망차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만물의 성숙을 재촉한다. 추운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봄에 애기눈싹을 틔워서부터 여름내내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펼치며 푸르름을 뽐내느라 공력과 힘이 얼마나 들었을가? 푸르청청하던 나무잎들은 약속이나 한듯 잠간 새에 노랗고 빠알간 옷를 갈아입고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화사한 명절옷차림으로 단장한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단풍도 짧은 운명을 한껏 불태우다 소슬바람에 살랑살랑 깃털처럼 떨어져 내린다. 

봄은 희망으로 넘치는 계절,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활력으로 넘치는 계절, 뜨거운 포옹의 계절이고 가을은 붉게 타는 계절, 방황의 계절, 랑만의 계절이다. 

가을은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무르익히는 환락의 계절이다. 신랑신부의 얼굴엔 행복에 겨운 정이 철철 넘쳐 흐르고 하객들이 축복의 춤노래 환희로 들끓는다. 

가을은 또 익어가는 계절, 수확의 계절, 풍요로운 계절이다. 농부들이 봄에 파종한 곡식들은 여름에 김을 잡고 알뜰살뜰 가꾸며 땀흘린 보람으로 비바람, 땡볕과 폭우를 이겨내고 밭과 논에선 땅이 꺼지게 영근 곡식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기의 흥겨운 동음이 밭과 논을 오가더니 옥수수마대, 벼마대가 하늘높이 척척 쌓여진다. 허리 펴고 농사짓는다더니 얼마나 좋은 세월인가! 

가을은 분망한 계절이다. 언덕에선 둥글둥글 사과배가 가지 휘게 주렁져 만방에 향기를 풍기고 잘 정선된 과일들은 포장되여 사면팔방으로 배송된다. 고추도 말리고 가지도 말리고 무우도 말린다. 사람들은 움에 저장할 배추김치, 깎두기, 채지, 영채김치, 통치미, 파김치, 오이김치, 깨잎김치들을 장만하느라 드바쁘다. 

가을은 추억으로 사색을 불러 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용히 산보하며 걷노라면 옛 추억에 가슴이 쓰려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시절 삼정량이 모자라 보리고개를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신사옷은 언감생심이고 단벌옷도 깁고 기워 원모양 알아볼 수 없던 지난날이 인젠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하루삼시 임금의 수라상이라 영양과잉, 과체중으로 살빼기를 하느라고 야단이다. 철따라 입는 옷들도 옷장에 넘쳐나 옷을 입을 때마다 옷 고르기에 고민이다. 

하지만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기도 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잠간새에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눈물 많은 로파가 되여버린다. 아침노을보다 저녁노을이 더 곱다고들 하더라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가는 가을, 락조를 붓잡아 두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애닯다. 이제 곧 닥쳐올 겨울을 예견하는 듯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차갑고 서러운 눈물을 쏟는다.  

젊어선 기억력도 좋아서 한두번 들은 말이나 한두번 읽은 문장은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더니 지금은 금방 들은 말도 돌아앉으면 깜박깜박할 때가 많다. 랭장고문을 열고도 뭘 가지러 왔던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청춘인데 머리, 얼굴, 몸은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다.

서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노라니 시대의 소용돌이속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나름대로 역경을 이겨내고 파란만장한 삶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여왔다고 자부한다. 인생의 마가을에 동년의 꿈이 꿈틀거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글농사도 남처럼 주렁지지 못하고 알맹이가 별로 없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큰 수술을 받고 여러가지 병마와 싸워가며 나의 두손으로 거둔 열매이니 소중하게 생각한다. 

세월의 년륜을 훑어 보니 그래도 지금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배움의 황금시절은 놓쳤지만 삶이 나에게 선물한 귀중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금싸락처럼 아끼련다. 아직까지 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사유가 흐리지 않는 한 이것 또한 운명이 나에게 준 행운으로 감사하며 늦깎이지만 등대와도 같은 책을 부지런히 보면서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야심차게 석양을 물들여 보고 싶다.

뭇별이 총총한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과 동무하며 이왕지사의 여울목에서 헤매이는데 너무도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혀 바라보니 탐스러운 한무더기의 들국화가 나를 반긴다. 여느 꽃들과는 달리 쌀쌀한 가을의 찬 바람과 맞서 꾿꾿이 피여나 늦게까지 짙은 향기를 풍기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들국화다.

‘이 예쁜 꽃도 오라지 않으면 된서리에 스러지겠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난다. 나도 인젠 인생의 늦가을을 맞이한 모양이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375
  • 길림성 여러 곳에서 스키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빙설 스포츠산업에도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길림시 송화호스키리조트에서 관광객들이 스키를 타고 있다. /신화사  
  • 2023-01-15
  • 길림성 제14기 인민대표대회 제1차회의에 참석한 인대대표들은 사명을 가슴에 간직하고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채 회의에 참가했다. 성인대 대표들은 앞다투어 인민군중들의 기대와 부탁을 저버리지 않고 포만된 정치열정으로 대회에 참석하며 각종 회의 임무와 요구를 참답게 완수하는 것으로 길림 전면진흥의 새로운 돌파를...
  • 2023-01-15
  • 한국 국방부가 현재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 언론은 관련 작업이 이르면 올해 3월에 완성될 것이며 그때면 ‘사드’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배치 절차를 마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왕문빈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문제 관...
  • 2023-01-15
  • 현재 미국에서 새로운 변이주 XBB.1.5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이미 신규 감염자가 43% 이상에 달해 미국에서 가장 급속히 확산하는 균주로 되였다. 글로벌 인플루엔자 공유 데이터베이스(全球流感共享数据库)의 통계에 따르면 3년간 미국에서 거의 모든 코로나19 변종 균주와 하위 변이가 류행했다. 미국은 왜 바이러스 ...
  • 2023-01-15
  • 음력설을 맞아 북경시는 다채로운 문화관광 행사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북경시문화관광국에 따르면 1월 14일부터 2월 5일까지 북경에서는 대중문화, 무형문화재 전시, 문예공연 및 예술전시회 행사 등 4,000여회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여기에는 북경시 각급 공공문화 써비스 기관이 주최한 음력설장터, 등불축제,...
  • 2023-01-15
  • 보도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은 11일 방위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본에서 영국의 군사력 배치를 허용하게 된다. 보도는 이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왕문빈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태지역은 평화발전의 고지이지 결코 지연정치의 게임장이 아니라고 표시했다....
  • 2023-01-12
  • 서울에서 지역사회 로인들을 대접하는 경로행사를 개최해 법적 명절인 ‘어버이날’을 경축하고 있다. / 시각중국 한국통계청이 앞서 예측한 데 의하면 한국은 2025년에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며 고령자들의 빈곤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코리아타임스》가 1월 8일 보도한 데 의하...
  • 2023-01-12
  • ▣ 빙설관광 인기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하북성, 신강 ▣ 음력설 련휴 다양한 영화 상영, 영화시장 반등 거리마다 풍기는 음식 냄새부터 북적이는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지난 양력설 련휴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 방역 및 경제, 사회 발전이 잘 이뤄지며 소비시장은 점차 그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 2023-01-12
  • 사전에서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①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을 느끼며 흐뭇이 즐거운 상태 ② 좋은 일이 많고 복이 많이 차례 져서 부러운 것 없이 즐겁고 만족한 상태”라고 내리고 있지만 세상에서 행복에 대한 정의가 어찌 한두가지 뿐이랴? 행복이란 객관 상에서 정해진 기준도 있겠지만 주로는 인간 개체가 마음으로 느...
  • 2023-01-12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