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훈춘편] [수필]가을의 사색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0월31일 11시19분    조회:29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채화순(훈춘)

파릇파릇 새움이 트는 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썰렁썰렁한 가을이 벌써 다가왔다.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껴본다. 하늘도 끝없이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다. 꿀벌, 나비, 잠자리는 주택단지 화단의 꽃을 찾아 마지막 생명의 짙은 향기를 맡으려는지 나풀나풀 내려 앉는다. 코스모스, 국화, 백일홍은 인젠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훨씬 더 많다. 사명을 다했다고 씨를 잉태하고 영글어가면서 래년을 꿈꾸는 것이 희망차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만물의 성숙을 재촉한다. 추운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봄에 애기눈싹을 틔워서부터 여름내내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펼치며 푸르름을 뽐내느라 공력과 힘이 얼마나 들었을가? 푸르청청하던 나무잎들은 약속이나 한듯 잠간 새에 노랗고 빠알간 옷를 갈아입고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화사한 명절옷차림으로 단장한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단풍도 짧은 운명을 한껏 불태우다 소슬바람에 살랑살랑 깃털처럼 떨어져 내린다. 

봄은 희망으로 넘치는 계절,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활력으로 넘치는 계절, 뜨거운 포옹의 계절이고 가을은 붉게 타는 계절, 방황의 계절, 랑만의 계절이다. 

가을은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무르익히는 환락의 계절이다. 신랑신부의 얼굴엔 행복에 겨운 정이 철철 넘쳐 흐르고 하객들이 축복의 춤노래 환희로 들끓는다. 

가을은 또 익어가는 계절, 수확의 계절, 풍요로운 계절이다. 농부들이 봄에 파종한 곡식들은 여름에 김을 잡고 알뜰살뜰 가꾸며 땀흘린 보람으로 비바람, 땡볕과 폭우를 이겨내고 밭과 논에선 땅이 꺼지게 영근 곡식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기의 흥겨운 동음이 밭과 논을 오가더니 옥수수마대, 벼마대가 하늘높이 척척 쌓여진다. 허리 펴고 농사짓는다더니 얼마나 좋은 세월인가! 

가을은 분망한 계절이다. 언덕에선 둥글둥글 사과배가 가지 휘게 주렁져 만방에 향기를 풍기고 잘 정선된 과일들은 포장되여 사면팔방으로 배송된다. 고추도 말리고 가지도 말리고 무우도 말린다. 사람들은 움에 저장할 배추김치, 깎두기, 채지, 영채김치, 통치미, 파김치, 오이김치, 깨잎김치들을 장만하느라 드바쁘다. 

가을은 추억으로 사색을 불러 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용히 산보하며 걷노라면 옛 추억에 가슴이 쓰려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시절 삼정량이 모자라 보리고개를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신사옷은 언감생심이고 단벌옷도 깁고 기워 원모양 알아볼 수 없던 지난날이 인젠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하루삼시 임금의 수라상이라 영양과잉, 과체중으로 살빼기를 하느라고 야단이다. 철따라 입는 옷들도 옷장에 넘쳐나 옷을 입을 때마다 옷 고르기에 고민이다. 

하지만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기도 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잠간새에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눈물 많은 로파가 되여버린다. 아침노을보다 저녁노을이 더 곱다고들 하더라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가는 가을, 락조를 붓잡아 두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애닯다. 이제 곧 닥쳐올 겨울을 예견하는 듯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차갑고 서러운 눈물을 쏟는다.  

젊어선 기억력도 좋아서 한두번 들은 말이나 한두번 읽은 문장은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더니 지금은 금방 들은 말도 돌아앉으면 깜박깜박할 때가 많다. 랭장고문을 열고도 뭘 가지러 왔던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청춘인데 머리, 얼굴, 몸은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다.

서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노라니 시대의 소용돌이속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나름대로 역경을 이겨내고 파란만장한 삶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여왔다고 자부한다. 인생의 마가을에 동년의 꿈이 꿈틀거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글농사도 남처럼 주렁지지 못하고 알맹이가 별로 없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큰 수술을 받고 여러가지 병마와 싸워가며 나의 두손으로 거둔 열매이니 소중하게 생각한다. 

세월의 년륜을 훑어 보니 그래도 지금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배움의 황금시절은 놓쳤지만 삶이 나에게 선물한 귀중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금싸락처럼 아끼련다. 아직까지 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사유가 흐리지 않는 한 이것 또한 운명이 나에게 준 행운으로 감사하며 늦깎이지만 등대와도 같은 책을 부지런히 보면서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야심차게 석양을 물들여 보고 싶다.

뭇별이 총총한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과 동무하며 이왕지사의 여울목에서 헤매이는데 너무도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혀 바라보니 탐스러운 한무더기의 들국화가 나를 반긴다. 여느 꽃들과는 달리 쌀쌀한 가을의 찬 바람과 맞서 꾿꾿이 피여나 늦게까지 짙은 향기를 풍기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들국화다.

‘이 예쁜 꽃도 오라지 않으면 된서리에 스러지겠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난다. 나도 인젠 인생의 늦가을을 맞이한 모양이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373
  •   연변주조선어문사업판공실 정봉숙(뒤줄 왼쪽 다섯번째) 주임과 장신사회구역 남려화(뒤줄 왼쪽 네번째) 서기 등 쌍방 관계자들과 ‘작은 소원’을 이룬 주민들. 9월 9일 오전,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어문사업판공실 주임 정봉숙, 당조 성원이며 부주임 허경숙, 정소림 등 일행 10명은 연길시 건공가두 장신...
  • 2022-09-13
  • 9월 12일 제1회 중국청소년축구리그(남자고중년령단 U17세조) 전국총결승 예선경기 결승전과 순위전 경기가 연길시 의란진 구룡촌에 위치한 연변조선족자치주시범성종합실천기지에서 결속되였다. 최광일 감독이 지휘하는 연변체육운동학교U17세팀은 5위/6위전 경기에서 3대2,로 장춘희도축구구락부팀을 이기고 최종 5위로 ...
  • 2022-09-13
  • “인터넷 병원이 너무 편리해요. 저는 매달 장춘에 있는 길림대학중일련합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는데 길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사흘이나 걸렸어요. 이제는 휴대폰으로 진찰을 받을 수 있고 약도 집으로 배달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백성시에 거주하는 갑상선환자 장녀사는 주변의 친척과 친구들도 인터넷 병원...
  • 2022-09-13
  • 추석이 지나고 가을의 정취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고 국부적으로 비를 동반하기에 주의해서 옷을 추가해야 한다. 이번 주말(18일)부터는 기온이 점차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의 변화는 단풍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가을이 다가왔다. 그럼, 가을 관광은...
  • 2022-09-13
  • 9월 12일, 연변작가협회가 주관하고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가 주최한 ‘새시기 소설창작 혁신과 탐구’ 연구세미나가 룡정시문화관 5층 회의실에서 개최되였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소설창작위원회 주임 리승국은 개막사에서 “중국작가협회 제10기 전국대표대회에서 한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한 강...
  • 2022-09-13
  •      9월 11일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 일행은 회장 김숙의 인솔하에 본 협회 부회장인 리란의 영길현 찰로하 을 방문했다.         협회 일행이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은 록색농업, 축산업, 현대농업관광산업을 위주로 양로산업까지 다각도로 사업...
  • 2022-09-13
  • 조선족기업가들은 중한교류 30년의 참여자 견증자 개척자 “조선족기업가들은 중화민족 우수한 기업가중의 일부분” 조선족기업가 30명이야기ㅡ《무지개를 수놓는 사람들》출간      중한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중한관계 발전에 기여한 조선족기업가 30명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무지개를 수놓...
  • 2022-09-13
  • 핵산 검측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예방통제의 중요한 수단이다. 대중들은 전염병예방통제조치의 실시를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핵산 검측 시 방호 요구를 준수해야 하고 아래 방호점들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1.핵산 검측 전에는 미리 ‘길상코드’나 신분증을 준비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는 인원은 기타 유효증명서를 준...
  • 2022-09-12
  • 수시로 볼 수 있는 맑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이미 장춘 시민들의 생활에서 ‘새로운 상태’로 되였다. 9월 6일 당일, 장춘시의 공기질 지수(AQI)는 33으로 공기질 등급은 우량에 달했고 PM 2.5의 일평균 농도는 8㎍/㎥로 환경 공기질 1급 기준에 도달했다. 전 성 9개 시, 주의 공기질 등급은 모두 우량이며 PM2.5의 일평...
  • 2022-09-12
  • 9월 11일, 연변작가협회 산문창작위원회 소속 40여명 회원들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주년 경축행사 일환으로 연길시 조양천진 태흥홍색마을과 화룡시 동성진 광동촌을 찾아 문학탐방을 진행하였다. 연변작가협회 당조서기 최문덕, 상무부주석 리혜숙, 부주석들인 채운산, 리승국, 김선화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
  • 2022-09-12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