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훈춘편] [수필]가을의 사색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0월31일 11시19분    조회:109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채화순(훈춘)

파릇파릇 새움이 트는 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썰렁썰렁한 가을이 벌써 다가왔다.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껴본다. 하늘도 끝없이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다. 꿀벌, 나비, 잠자리는 주택단지 화단의 꽃을 찾아 마지막 생명의 짙은 향기를 맡으려는지 나풀나풀 내려 앉는다. 코스모스, 국화, 백일홍은 인젠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훨씬 더 많다. 사명을 다했다고 씨를 잉태하고 영글어가면서 래년을 꿈꾸는 것이 희망차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만물의 성숙을 재촉한다. 추운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봄에 애기눈싹을 틔워서부터 여름내내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펼치며 푸르름을 뽐내느라 공력과 힘이 얼마나 들었을가? 푸르청청하던 나무잎들은 약속이나 한듯 잠간 새에 노랗고 빠알간 옷를 갈아입고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화사한 명절옷차림으로 단장한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단풍도 짧은 운명을 한껏 불태우다 소슬바람에 살랑살랑 깃털처럼 떨어져 내린다. 

봄은 희망으로 넘치는 계절,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활력으로 넘치는 계절, 뜨거운 포옹의 계절이고 가을은 붉게 타는 계절, 방황의 계절, 랑만의 계절이다. 

가을은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무르익히는 환락의 계절이다. 신랑신부의 얼굴엔 행복에 겨운 정이 철철 넘쳐 흐르고 하객들이 축복의 춤노래 환희로 들끓는다. 

가을은 또 익어가는 계절, 수확의 계절, 풍요로운 계절이다. 농부들이 봄에 파종한 곡식들은 여름에 김을 잡고 알뜰살뜰 가꾸며 땀흘린 보람으로 비바람, 땡볕과 폭우를 이겨내고 밭과 논에선 땅이 꺼지게 영근 곡식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기의 흥겨운 동음이 밭과 논을 오가더니 옥수수마대, 벼마대가 하늘높이 척척 쌓여진다. 허리 펴고 농사짓는다더니 얼마나 좋은 세월인가! 

가을은 분망한 계절이다. 언덕에선 둥글둥글 사과배가 가지 휘게 주렁져 만방에 향기를 풍기고 잘 정선된 과일들은 포장되여 사면팔방으로 배송된다. 고추도 말리고 가지도 말리고 무우도 말린다. 사람들은 움에 저장할 배추김치, 깎두기, 채지, 영채김치, 통치미, 파김치, 오이김치, 깨잎김치들을 장만하느라 드바쁘다. 

가을은 추억으로 사색을 불러 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용히 산보하며 걷노라면 옛 추억에 가슴이 쓰려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시절 삼정량이 모자라 보리고개를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신사옷은 언감생심이고 단벌옷도 깁고 기워 원모양 알아볼 수 없던 지난날이 인젠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하루삼시 임금의 수라상이라 영양과잉, 과체중으로 살빼기를 하느라고 야단이다. 철따라 입는 옷들도 옷장에 넘쳐나 옷을 입을 때마다 옷 고르기에 고민이다. 

하지만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기도 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잠간새에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눈물 많은 로파가 되여버린다. 아침노을보다 저녁노을이 더 곱다고들 하더라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가는 가을, 락조를 붓잡아 두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애닯다. 이제 곧 닥쳐올 겨울을 예견하는 듯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차갑고 서러운 눈물을 쏟는다.  

젊어선 기억력도 좋아서 한두번 들은 말이나 한두번 읽은 문장은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더니 지금은 금방 들은 말도 돌아앉으면 깜박깜박할 때가 많다. 랭장고문을 열고도 뭘 가지러 왔던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청춘인데 머리, 얼굴, 몸은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다.

서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노라니 시대의 소용돌이속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나름대로 역경을 이겨내고 파란만장한 삶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여왔다고 자부한다. 인생의 마가을에 동년의 꿈이 꿈틀거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글농사도 남처럼 주렁지지 못하고 알맹이가 별로 없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큰 수술을 받고 여러가지 병마와 싸워가며 나의 두손으로 거둔 열매이니 소중하게 생각한다. 

세월의 년륜을 훑어 보니 그래도 지금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배움의 황금시절은 놓쳤지만 삶이 나에게 선물한 귀중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금싸락처럼 아끼련다. 아직까지 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사유가 흐리지 않는 한 이것 또한 운명이 나에게 준 행운으로 감사하며 늦깎이지만 등대와도 같은 책을 부지런히 보면서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야심차게 석양을 물들여 보고 싶다.

뭇별이 총총한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과 동무하며 이왕지사의 여울목에서 헤매이는데 너무도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혀 바라보니 탐스러운 한무더기의 들국화가 나를 반긴다. 여느 꽃들과는 달리 쌀쌀한 가을의 찬 바람과 맞서 꾿꾿이 피여나 늦게까지 짙은 향기를 풍기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들국화다.

‘이 예쁜 꽃도 오라지 않으면 된서리에 스러지겠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난다. 나도 인젠 인생의 늦가을을 맞이한 모양이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98
  •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당지부와 길림성술문화박물관당지부 민족단결 주제활동 전개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전승, 고양하고 민족단결진보 교육을 강화하며 민족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증강하고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기 위하여 2024년 11월 6일,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당지부와 길림성술문화박물관당지부는...
  • 2024-11-13
  • 10일까지 6일간 진행된 제7회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우리성은  별도‘G331 길림성구간’부스를 설치하고  G331 운곡촌 디지털 플래트홈 홍보 마케팅 계렬 생방송활동을 진행해  G331 길림성 구간 연선의 풍경과 물산을 집중적으로 전시하였다. '중국 북부 도로의 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
  • 2024-11-12
  • 11월 10일 오후 4시, 구원항공이 운항한 AQ1359 항공편이 연길조양천국제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하면서 연길에서 녕파를 경유하여 귀양에 이르는 왕복 항공편이 정식 개통되였다.이 항선은 매주 월, 수, 금, 일요일에 운항하며 보잉 738기종으로 비행한다. 비행시간은 오전 9시 25분에 귀양 룡동보공항에서 리륙하여 12시 정각...
  • 2024-11-12
  • 조선족곱돌솥제작기예 성급무형문화유산 대표적 전승인 개숭군돌솥을 제작하고있는 조선족곱돌솥제작기예 성급무형문화유산 대표적 전승인 개숭군‘곱돌그릇’ 하면 밥상우에서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입맛 당기는 곱돌장사귀가 따뜻한 향수와 추억처럼 떠오른다.화룡시의 수필가 최진옥은 <곱돌그릇>이라는 수필에서 ...
  • 2024-11-12
  • 지난 6월, 룡정시생태환경감측소 부소장 박염은 제2회 ‘길림 좋은 사람, 가장 아름다운 기층 환경보호인' 칭호를 수여받았는데 이는 연변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사람이다.환경감측인으로서 반드시 끊임없이 배워야 환경의 질을 개선하는 데 튼튼한 기술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박염은 학습만이 자신의 능력과...
  • 2024-11-12
  • 오늘날, 위챗은 사람들 사이 가장 많이 쓰이는 의사소통 도구중의 하나로 되였다. 따라서 민사소송 증거에서 위챗기록의 분량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데 어떻게 위챗기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가?어떻게 위챗증거를 제출할가?1. 량측의 개인정보화면을 제출한다. 개인정보화면에는 프로필 사진, 닉네임, 위챗계좌, 지역...
  • 2024-11-12
  •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는 아이들최근 연길시 북산가두 단길사회구역과 연길시공안국 북산파출소에서는 련합으로 연길시 북흥소학교에 진입해 평안 성장 관련 활동을 전개했다.이번 활동은 학교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학생들의 패거리 사건 발생을 방지하고 감소시키며 청소년들의 심신건강과 안전을 담보하는 것을 취지로 하...
  • 2024-11-12
  • [‘6대 민생 제고 행동 실시, 50항 구체적 임무 시달’ 계렬보도 연길편]도심 속 힐링 공간, 로동보장, 교육혜민, 양로봉사, 생활보장… 연길시는 근년래 하나하나의 민생실사들로 시민들의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만족감을 충족시키고 있다. 일전 연변민생실사 집중취재팀은 연길시의 이러한 민생실사현장을 찾아 추진 상황에...
  • 2024-11-11
  • 일전 사천성 면양시에서 '제12회 중국(면양)과학기술도시 국제과학기술박람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의 전시면적은 2만5,000평방메터로 '고정밀 첨단' 제품 1,000여개가 전시되였다.제12회 중국(면양)과학기술도시 국제과학기술박람회에 전시된 고정익 무인기.'제12회 중국(면양)과학기술도시 국제과학기...
  • 2024-11-11
‹처음  이전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