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훈춘편] [수필]가을의 사색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0월31일 11시19분    조회:111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채화순(훈춘)

파릇파릇 새움이 트는 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썰렁썰렁한 가을이 벌써 다가왔다.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껴본다. 하늘도 끝없이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다. 꿀벌, 나비, 잠자리는 주택단지 화단의 꽃을 찾아 마지막 생명의 짙은 향기를 맡으려는지 나풀나풀 내려 앉는다. 코스모스, 국화, 백일홍은 인젠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훨씬 더 많다. 사명을 다했다고 씨를 잉태하고 영글어가면서 래년을 꿈꾸는 것이 희망차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만물의 성숙을 재촉한다. 추운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봄에 애기눈싹을 틔워서부터 여름내내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펼치며 푸르름을 뽐내느라 공력과 힘이 얼마나 들었을가? 푸르청청하던 나무잎들은 약속이나 한듯 잠간 새에 노랗고 빠알간 옷를 갈아입고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화사한 명절옷차림으로 단장한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단풍도 짧은 운명을 한껏 불태우다 소슬바람에 살랑살랑 깃털처럼 떨어져 내린다. 

봄은 희망으로 넘치는 계절,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활력으로 넘치는 계절, 뜨거운 포옹의 계절이고 가을은 붉게 타는 계절, 방황의 계절, 랑만의 계절이다. 

가을은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무르익히는 환락의 계절이다. 신랑신부의 얼굴엔 행복에 겨운 정이 철철 넘쳐 흐르고 하객들이 축복의 춤노래 환희로 들끓는다. 

가을은 또 익어가는 계절, 수확의 계절, 풍요로운 계절이다. 농부들이 봄에 파종한 곡식들은 여름에 김을 잡고 알뜰살뜰 가꾸며 땀흘린 보람으로 비바람, 땡볕과 폭우를 이겨내고 밭과 논에선 땅이 꺼지게 영근 곡식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기의 흥겨운 동음이 밭과 논을 오가더니 옥수수마대, 벼마대가 하늘높이 척척 쌓여진다. 허리 펴고 농사짓는다더니 얼마나 좋은 세월인가! 

가을은 분망한 계절이다. 언덕에선 둥글둥글 사과배가 가지 휘게 주렁져 만방에 향기를 풍기고 잘 정선된 과일들은 포장되여 사면팔방으로 배송된다. 고추도 말리고 가지도 말리고 무우도 말린다. 사람들은 움에 저장할 배추김치, 깎두기, 채지, 영채김치, 통치미, 파김치, 오이김치, 깨잎김치들을 장만하느라 드바쁘다. 

가을은 추억으로 사색을 불러 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용히 산보하며 걷노라면 옛 추억에 가슴이 쓰려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시절 삼정량이 모자라 보리고개를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신사옷은 언감생심이고 단벌옷도 깁고 기워 원모양 알아볼 수 없던 지난날이 인젠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하루삼시 임금의 수라상이라 영양과잉, 과체중으로 살빼기를 하느라고 야단이다. 철따라 입는 옷들도 옷장에 넘쳐나 옷을 입을 때마다 옷 고르기에 고민이다. 

하지만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기도 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잠간새에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눈물 많은 로파가 되여버린다. 아침노을보다 저녁노을이 더 곱다고들 하더라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가는 가을, 락조를 붓잡아 두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애닯다. 이제 곧 닥쳐올 겨울을 예견하는 듯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차갑고 서러운 눈물을 쏟는다.  

젊어선 기억력도 좋아서 한두번 들은 말이나 한두번 읽은 문장은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더니 지금은 금방 들은 말도 돌아앉으면 깜박깜박할 때가 많다. 랭장고문을 열고도 뭘 가지러 왔던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청춘인데 머리, 얼굴, 몸은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다.

서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노라니 시대의 소용돌이속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나름대로 역경을 이겨내고 파란만장한 삶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여왔다고 자부한다. 인생의 마가을에 동년의 꿈이 꿈틀거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글농사도 남처럼 주렁지지 못하고 알맹이가 별로 없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큰 수술을 받고 여러가지 병마와 싸워가며 나의 두손으로 거둔 열매이니 소중하게 생각한다. 

세월의 년륜을 훑어 보니 그래도 지금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배움의 황금시절은 놓쳤지만 삶이 나에게 선물한 귀중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금싸락처럼 아끼련다. 아직까지 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사유가 흐리지 않는 한 이것 또한 운명이 나에게 준 행운으로 감사하며 늦깎이지만 등대와도 같은 책을 부지런히 보면서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야심차게 석양을 물들여 보고 싶다.

뭇별이 총총한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과 동무하며 이왕지사의 여울목에서 헤매이는데 너무도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혀 바라보니 탐스러운 한무더기의 들국화가 나를 반긴다. 여느 꽃들과는 달리 쌀쌀한 가을의 찬 바람과 맞서 꾿꾿이 피여나 늦게까지 짙은 향기를 풍기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들국화다.

‘이 예쁜 꽃도 오라지 않으면 된서리에 스러지겠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난다. 나도 인젠 인생의 늦가을을 맞이한 모양이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02
  • 11월 8일, ‘북국 춘성에서 빙설천지를 만긱’(北国春城 娱雪天地)을 주제로 한 장춘시 2024-2025 빙설시즌 관련 소식공개회가 장춘에서 열렸다.소식공개회에 따르면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즐겁고, 편안하게 려행할 수 있도록 빙설시즌 작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장춘시의 여러 부문과 단위들은 일찍 시작하고 계획했으며 ...
  • 2024-11-10
  • 분과포럼 ‘사회가치의 화페화 측량: 글로벌 추세와 다양화’ 한 장면 /북경대학교육기금회최근 2024북경포럼이 개최돼 세계 30여개 국가(지역)에서 온 500여 명의 전문가와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북경포럼은 중국 북경대학과 한국 SK그룹이 2004년부터 공동 개최하고 있는 국제학술포럼으로 지난 20년간 문명대화를 추...
  • 2024-11-09
  • 공화당이 상원 장악트럼프가 현지 시간으로 6일 새벽 플로리다주 팜비치(棕榈滩)회의중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텔레비죤방송넷6일, 미국 여러 매체의 추산과 보도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인단은 이미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초과했다.또 공화당은 상원(총...
  • 2024-11-09
  • 외교부 대변인이 6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대변인은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이 이미 발표됐다.”라며 중국측의 론평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미국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신화넷 编...
  • 2024-11-09
  • 대학교의 우수한 인재들이 새시대 강군사업에 뛰여들게 하기 위해 일전 중앙군사위원회 정치사업부는 2024년 하반기 군대 군(경찰)관 직접 선발모집 사업을 포치했다.군대 관련 정책에 따라 직접 선발모집 대상은 주로 ‘쌍일류’ 건설대학 및 건설학과의 리과, 공과 본기 졸업생중에서 선발하며 군대 건설에 시급히 부족한...
  • 2024-11-09
  • 농업농촌부 판공청의〈2022년에 건설을 비준한 국가현대농업산업단지 실적평가사업을 전개할데 관한 통지〉(농업판공규 (2024) 17호) 의 요구에 따라 산업단지가 소재된 인민정부의 신청, 성급 농업농촌부문, 재정부문의 심사 추천과  전문가팀 심사 등 절차를 거쳐 일전 농업농촌부는 2024년 실적 평가를 통과한 52개...
  • 2024-11-08
  • 고품질 발전 현역행· ‘흐름량’을 ‘보유량’으로 바꾸어 문화관광시장 다채롭게근년래 연길은 ‘보물도시’로 불리우며 독특한 조선족풍정으로 빈번히 검색리스트에 올라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오늘날 연길시의 ‘먹고 마시며 놀고 즐기며 쇼핑하는’산업사슬이 전면적이고 쾌속적으로 발전하면서 현역...
  • 2024-11-08
  • [로병사의 이야기](5)조선전쟁 정전후 후방에서의 ‘특무잡이능수’ 정수암—총상을 입은채 특무를 잡은 참전로병사 정수암을 만나보다최근, 연길에서는 색바랜 중국인민지원군 차림을 한 할아버지 한분이 전동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활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의 가슴과 목에는 군공메달과 기념휘장을 가득 달려...
  • 2024-11-08
  • 7일, 연변주정무중심에서 열린 2024—2025 연변빙설관광시즌 가동 소식공개회에 따르면 연변은 100여가지 다양한 겨울 스포츠 및 문화행사를 개최하게 된다.알아본 데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50가지 미식 소개’, ‘100가지 관광 기념품 선정’, ‘6가지 테마관광 코스 개발’, ‘7가지 보장’ 특별행동을 펼쳐 ‘100일 난...
  • 2024-11-08
  • 길림대학 인삼의약산업 사회실천기지 백산시에서 현판  최근년간 백산시는 인삼의약산업의 발전을 긴밀히 둘러싸고 과학기술혁신을 선도로, 산업의 전환발전과 업그레이드를 주선으로 인삼재배, 가공, 연구개발, 판매 등 각 단계의 협동발전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 올들어 백산시는 인삼 완전산업사슬 발전 ‘...
  • 2024-11-08
‹처음  이전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