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때 그시절, 영길조1중-모교의 추억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1월5일 12시07분    조회:41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30년전, 내가 다니던 길림시 영길조1중은 동쪽으로는 푸르청청한 나무들이 뒤덮인 산이 버티고 서 있었고 그 밑으로는 이름모를 하천이 제방뚝 안에서 출렁이며 흐르고 있었다. 그 하천을 따라 백양나무가 지칠줄 모르는 병사들마냥 씩씩하게 줄지어 서 있었고 하천 옆으로 우리 학교 건물이 다소곳이 포개고 앉아 학생들을 반기고 있었다.

스승들은 정성껏 가르치고 제자들은 고심히 배우는 풍토가 봄날에 가득 피는 진달래향처럼 진하게 감도는 교정안에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이팔청춘의 남아들이 있었으니 다소 따분한 교정에 활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때 학교에는 초중과 고중을 합쳐 천여명의 기숙사생들이 있었는데 지금으로 봐도 규모가 작지는 않았다. 기숙생들이 매년 로동절과 국경절이면 시골 집으로 내려갔다가 계절을 바꾸는 옷가지들을 챙기고 엄마가 싸주는 떡이며 고추볶음 같은 먹거리들, 그리고 소량의 현금을 가지고 학교로 복귀한다.

이럴 때면 학교를 일찍 그만둔 퇴학생들이나 사회불량배들이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거나 녀학생들을 놀래키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손해를 본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농촌에서 현성으로 올라온 외지학생들이 대부분인지라 무섭고 분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늘은 재수없게 불량배들을 만나지 말자 하는 요행심리로 조심조심 학교 밖을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은 오래동안 해결되지 않고 학생들 마음속에 불안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었다.

손해를 보고 주눅이 든 학생들이 점점 많아졌다. 일약 지역 안전문제로 대두가 되기도 했다. 분노는 야금야금 커지고 반항의 불씨는 그들의 가슴에 소리없이 지펴졌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저녁 밥 먹을 시간이였던 것 같다. 4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니 넓은 운동장에 학생들의 발걸음이 다급해지고 모두가 대문쪽으로 소용돌이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손에는 닥치는 대로 돌멩이나 벽돌장, 몽둥이 등을 들고 와~ 하는 소리와 함께 한곳을 향해 던지고 때리고 차고...... 있었다.

이른바 사회불량배들과 우리 학생들 사이에 사상 최대 규모 싸움이 일어났던 것이다. 싸움은 순식간에 일어났고 마침 지나가던 교원들이 계셔서 어떻게 제지가 됐는지 서로 많은 상처를 내고 각자 병원으로 빠르게 호송되였다.

싸움의 원인은 사회불량배들이 학교 대문앞에서 한 학생의 돈을 빼앗았고 또 지나가는 녀학생들을 겁탈하려 하자 손해를 본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으로 뛰여 들어왔던 것이다. 그렇게 따라 들어온 사회불량배들이 의리있는 학생들과 예상치 않게 맞닥뜨렸고 분개한 나머지 큰목소리로 제지를 하자 시큰둥하니 칼을 꺼내들고 겁을 주었단다.

그리하여 싸움이 시작되였고 여러 학생들이 빠르게 지원을 했다. 그중에서도 의리파 친구들이 주도가 되여 사회불량배들을 호되게 부수었다. 불량배들은 평소 고분고분하던 학생들이 분노한 얼굴로 구름떼처럼 몰려오니 겁을 먹고 뿔뿔히 도망쳐갔다. 칼을 지참하고 학교에 쳐들어온 죄가 무서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그쪽에서 피를 줄줄 흘릴 정도로 많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누구도 감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주요 참여학생들에게 너무 큰 행정처분은 내리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손해를 본 학생들을 지켜주기 위해 정의롭게 싸웠다는 명분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현명한 선생님들이 참으로 고마운 대목이다.

그 후, 서너번 깐죽거리는 사회불량배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여럿이 같이 힘을 합쳐 끝까지 쫓아가서 대치를 했더니 점차 겁탈하거나 돈을 빼앗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 사람은 건드리기 쉬워도 탄탄하게 뭉친 학생들은 두려웠던 것이다.

그 덕분에 고중을 다니는 내내 많은 학생들은 그런 무서운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안온하게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학교에 찾아와서 책임을 물으려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큰 사건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마무리가 되였다.

‘격정시대’의 작가이며 우리 문단의 로신이라 불리는 김학철선생이 말씀하시길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에 외면을 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고 하셨다.

불의에 선뜻 맞선 그들은 정녕 용기가 있었다. 학생들이  해코지 당하는 것을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담거리는 며칠 입에 오르내리다가 떠나가는 기차의 경적소리처럼 점점 귀전에서 희미해져갔다.   

30년후, 동창모임 자리에 동석한 한 후배가 감개무량해서 연신 술잔을 들었다.

‘형님네는 정말 전설이예요. 우리가 학교 다니는 내내 형님네 영웅스토리를 외웠다니까요. 형님들 덕분에 우리는 허리를 펴고 사람답게 아주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어요.’

강산이 변해도 세번이 변했을 무렵, 흰 서리가 귀밑에 흠뻑 내린 중년이 다 되여 후배에게 듣는 이야기인지라 감전이 된 것처럼 소스라쳤다.

1969년에 설립된 나의 모교 영길조1중은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우리 민족의 대이동과 더불어 학생 래원과 교사 대오가 점점 줄어들었다. 서서히  비여가는 학교는 세월과 싸워보려고 오래동안 버티고 서 있었으나  반세기 동안의 민족교육의 력사사명을 다 하고 아쉽게 페교상태가 되였다.

학교는 아쉽게 없어졌지만 그곳에 머물렀던 모든 이들의 가슴에 청춘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심어놓았다.

불의에 용감하게 맞서는 용기와 뭉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묵직한 도리를 가슴에 새겨주어 지혜롭게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게 인도해주었다.

/김영분


编辑:유경봉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394
  • 10월 28일, 길림대학제1병원 소남호지하주차장이 정식으로 운영되면서 매주 월요일마다 무조건 막히던 신민대로가 유난히 넓고 원활해 보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주차난 문제와 주변 교통체증도 크게 완화시키고 있다.길림대학제1병원 소남호지하주차장은 모두 신민대로와 만보거리 쌍방향 출입구...
  • 2024-10-31
  • 신용 정보를 공유하여 기업의 융자를 돕는 플래트홈전국중소기업 및 령세기업 자금흐름 신용정보 공유 플래트홈(中小微企业资金流信息平台)이 10월 25일에 개통되여 시운행을 시작했다.해당 플래트홈은 주로 중소기업 및 령세기업과 개인 공상업자 등 경영주체를 위해 봉사한다. 중소기업 및  령세기업이 금융기구에 융...
  • 2024-10-31
  • 최근에 발표한 〈2024 틱톡 풍년절 보고〉에 따르면 올해들어 8월까지 농산물 판매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50개 현 중 23개현이 서부의 사천, 운남, 귀주, 감숙, 청해, 신강, 내몽고 7개 성에 분포돼 있다. 그중 청해성 옥수장족자치주 잡다현은 농산물 전자상거래의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현역으로서 판매액이 지난 동기보...
  • 2024-10-31
  • 료원에 전국 최대 양말업단지 있다...년간  양말 35억컬레 생산, 샌산액 120억원근 100년의 방직업 력사를 가지고 있는 료원시는 ‘중국 면양말의 고향 ’, ‘중국 양말업 명도시’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료원시 양말업단지는 전국에서 가장 큰 면양말 생산기지이고 세계적으로 사슬이 가장 완벽하고 전문적으...
  • 2024-10-31
  • 연변팀과 광주팀간의 경기 한 장면.11월 3일 오후 2시 30분, 연길시전민건강중심체육장을 비롯한 8개 경기장에서 2024중국축구갑급련맹경기 페막전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은 지난 6월 30일, 원정에서 0:2로 패했던 불산남사팀을 불러들여 자웅을 겨루게 된다. 현재 5승14무10패로 29점을 기록하...
  • 2024-10-31
  •                                                                                      ...
  • 2024-10-31
  •                                                                                      ...
  • 2024-10-31
  • [유기자의 법률도우미](8)재한조선족 임금과 퇴직금 체불한 한국 고용주 형사처벌한국 법무법인 재유 대림분사무소측에 따르면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동안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근로자는 법적 조치를 통해 한국 정부로부터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다.”국적에 상관없이 한국의 법적 절차를...
  • 2024-10-30
‹처음  이전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