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을 추천한다.
어느날 밤, 인생 막판에 몰린 세명의 백수 청년, 빈집을 털러 갔다가 변변한 물건도 건지지 못한 채 도망쳐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서 오래전에 페업한 가게로 피신한다. 한적한 언덕 우에 마치 그들을 기다려온 것처럼 고즈넉하게 서있는 낡은 잡화점. 간판에는 <나미야 잡화점>이라고 씌여져 있다.
그런데 이때, 시공간이 출렁 뒤틀리더니 잡화점 우편함으로 상담 편지가 들어온다. 믿을 수 없게도 30여년전의 과거에서 온 편지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회답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세 청년은 고민한다. “우리 같은 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돈도 없지, 가방끈 짧지, 배경도 없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아니, 몇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결국 세 청년은 얼떨결에 고민에 대한 상담을 해주며 과거의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물론 젊은 청년들의 답장은 어설프기도 하고 엄청 악필이였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누군가에는 위로와 기적이 되였고 그들은 다시 감사의 편지를 보내온다. 그런 상황이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세 청년.
“아니, 웃기지 않냐? 우리 얘기를 자기 좋을대로 해석해버렸잖아. 그러고는 결과가 잘 나왔다고 우리한테 감사하고 있어. ‘깊은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며...’라고 하잖아. 그런데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우리에게.”“아무튼 잘됐어. 결과가 잘 나왔다니... 게다가 나는 정말 즐거웠어.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준 거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한번도 없었던 일이야.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도 우리에게 상담하기를 잘했다고 하니까 정말 기분 좋다.”
그런데 왜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상담 편지가 날아들가? 40년전, 이곳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가게를 드나드는 아이들에게 장난삼아 고민상담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공부는 하기 싫은데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요”“세배돈을 많이 받고 싶어요.” 이런 장난기 가득한 상담을 했는데 차츰 내용이 진지해진 것이다.
모든 편지에 열심히 답장한 나미야 할아버지. 그렇게 여러해 세월이 흐르고 년로하신 나미야 할아버지에게는 마음의 짐이 생긴다. 바로 자신의 답장이 정말로 옳은 답이였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낸 무수한 답장이 각 상담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혹시 자신의 충고대로 했다가 불행해진 경우는 없었는지.
마음 고생을 하던 할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얘기한다. 자신이 죽은 뒤 32년후 제사날이 다가오면 공고문을 내달라는 것. “모월 모일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창구가 부활합니다. 예전에 상담편지를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그때처럼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주십시오.”
그렇게 되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2년후, 상담자들이 시간을 맞춰 감사편지를 우편함에 넣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시공간이 출렁이면서, 그 편지들이 몇십년전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전달이 된다.
그 감사편지들을 보면서 할아버지는 얘기한다.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리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
한편, 세 청년은 시공간의 뒤틀림을 체크하기 위해서 백지 편지를 우편함에 넣었는데 그걸 받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열심히 답변해주는 장면이 소설의 고조가 된다.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리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로 시작하는 할아버지의 답장을 읽은 세 청년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개과천선하기로 결정한다.
소설을 읽으면 복선들이 너무 정교해서 감탄이 나온다. 인물들이 이렇게 저렇게 얽혀있고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지레대가 되는 신기한 기적을 연출한다.
혼자서 이루어낸 성공이라는 건 없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는다. 세월을 건너뛰여 우리 모두는 언제 어디에서 서로 얽히는 것인지, 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써보낸 답장은 결국 시공간을 뛰여넘어 나에게로 돌아오는 게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더불어 나도 누군가에게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위챗계정 <책수다> 운영자 김령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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