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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이야기22] 자전거에 대한 추억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4월29일 12시00분    조회: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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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승호

Ai생성 이미지-편집자 주

해마다 겨울철이면 항주에서 사는 딸집에서 보낸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공유 자전거들을 볼때마다 어린 시절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나는 자전거를 무척 좋아했다. 누구집 마당에서든, 길가에서든 자전거가 눈에 띄면 꼭 한번 만져봐야 시름이 놓였다. 하지만 농촌에서 자라다 보니 자전거를 쉽게 만날수 없었다. 우리 마을 백여 호 가운데 자전거가 있는 집은 고작 두세 집이였다.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면 마을 조무래기들은 무리를 지어 뒤를 쫓았다.

열세 살 되던 해, 동네 친구 집 자전거로 비로소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아이들은 많은데 자전거는 한 대뿐이라 일여덟 명이 함께 뒤를 따라 다녔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 드디어 자기 차례가 오면 뒤에서 잡아주는 아이의 손길에 의지해 페달을 밟고 올라탔다. 어느 날은 뒤에서 잘못 잡아주는 바람에 넘어져 손발을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내게 처음 찾아온 ‘자유’에 대한 몸부림이였다. 그날의 상쾌한 바람은 지금도 내 얼굴을 스치는 것 같다.

이듬해 여름방학, 길림시에 사는 큰누나네 집에 놀러 갔다가 매형의 자전거를 몰래 타고 나섰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가로등 불빛이 아스팔트 길을 비추었다. 자전거 대들보 사이에 다리를 끼우고 페달을 힘껏 밟으며 날듯이 달렸다. 온 세상을 가진 듯한 기분이였다. 하지만 익숙하지 못한 자전거기술이라 잠간 방심하던 순간 길옆으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두려움에 집 문 앞에 조용히 자전거를 놓아둔 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죄책감과 자유의 환희 사이에서 흔들리던 그날의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젊은 시절, 고향 마을에서 먼 길을 떠날 때면 동갑내기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 타군 했다. 그때는 자전거가 더 이상 희귀품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소중한 재산이였다. 빌릴 때마다 조심스럽게 다루며 그 짧은 자전거려행이 주는 기쁨에 취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껴보는 바람결에는 꿈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실려 있는 듯했다.

1984년, 화룡에서 연길로 전근하며 10리 출근길을 위해 ‘봉황표’ 자전거를 샀다. 나의 첫 자전거였다. 반짝이는 상표, 단단한 안장, 새 자전거 특유의 냄새… 그 순간 나는 어릴 적 부러워하던 자전거의 당당한 주인공이 된 기분이였다. 자전거는 내 두 발이자 나만의 추억을 담는 그릇이 되였다. 하지만 10년 후 그 소중한 동반자는 도난당하고 말았다. 비록 오래된 자전거였지만 빈 자리에 남은 것은 허탈감과 오랜 시간 쌓인 추억의 무게였다.

항주에는 공유 자전거가 도시 구석구석에 가득하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탈 수 있다. 더 이상 자전거 뒤를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무리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길거리에 빼곡히 세워진 수많은 자전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자전거는 이렇게 많지만, 정작 나의 ‘봉황표’처럼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한 자전거는 과연 몇 대나 될까?

어느 날, 공유 자전거를 타고 오랜만에 거리를 달려보았다. 바람은 여전히 내 얼굴을 스쳤지만 그 속에 어릴 적 느꼈던 짜릿함은 없었다. 아마 그 감정은 자전거 자체가 아니라 그 시절 순수하고 간절했던 나의 마음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자전거는 누군가의 소중한 재산이였고 그것을 얻기 위한 려정 자체가 하나의 성장 이야기였다. 동네에 단 몇 대밖에 없던 그 시절에 사람들은 자전거를 통해 ‘간절함’과 ‘공유’의 의미를 몸소 익혔다. 오늘날의 자전거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되였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더 이상 자전거를 두고 추억을 나눌 친구도, 그것을 얻기 위해 마음을 졸였던 간절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가끔 꿈속에서 10대 소년으로 돌아가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뒤를 쫓아다닌다. 꿈속의 바람은 현실의 어떤 바람보다 상쾌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자전거와 함께한 시간은 한 사람의 성장과 추억,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존재였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전거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순환한다. 자전거에 대한 간절함이 사라진 대신 누구나의 것이 된 자전거가 거리에 가득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자전거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달라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 시절 우리는 자전거 뒤를 쫓으며 ‘가짐’의 기쁨을 배웠고 지금은 ‘나눔’의 편리함 속에 살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소중한 가치이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아닐가!

지금의 나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과거로 통하는 시간의 문이자 소유에서 공유로 흘러간 시대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열면 언제나 그곳에 열세 살 그날의 상쾌한 바람과 내 청춘의 첫 자유, 그리고 아직도 가슴 뛰는 간절함이 있는 것 같다. 

태승호 프로필

1957년6월 룡정시에서 출생

1980년 8월 길림림업학원 졸업

2017년 연변주세무국에서 퇴직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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