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때 그 이야기32] 시어머님의 '불호령'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6월1일 16시30분    조회:92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정금련

 류수같은 세월이 흘러 이젠 나도 일흔의 문턱에 들어섰건만, 오늘도 시어머니처럼 손발이 분주해진다.

손수 반찬을 지지고 볶고 설 차림상을 차렸지만 손주들은 둬저가락 뜨네 마네 하고는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든다. 텅 빈 듯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노라니 야속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때 그 시절 시어머님의 '불호령'이 못내 그리워진다.

매년 설명절을 즐겁게 쇠고 나면 시어머님은 '불호령'을 내리시군 했다.

"모두 와서 함께 메주를 써야겠다." 하시면서 아침 일찍 우리 형제들을 모두 부르신다. 어머님은 "초닷새, 초엿새 메주가 달고 맛있다." 고 하시면서 콩을 정선하기 시작하셨다. 그때는 갓 시집 와서 어쩌다 휴식하는 명절인데 하필이면 명절에 귀찮게 메주를 하시는지 참 시어머님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어명'이라 별수없이 따르기로 맘 먹고 집을 나설수밖에 없었다.

문을 떼고 들어서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눈굽이 젖어 들었다. 새벽 3시부터 시아버님은 불을 때고 시어머님은 두 가마에 콩을 안치고 여덟 시가 되기도 전에 삶은 콩을 손절구로 모두 찧어 놓으셨기때문이다.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벌써 다 해놓으셨네요. 어머님, 제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사죄하면 시어머님은 “빨리 올라 오오. 함께 빚으면 되오.” 하시면서 무랍없이 환하게 웃으셨다.

우리는 모여서 금방 뭉겨 놓은 메주를 둥글게 빚어 벼짚을 깔고 올려놓고, 또 묵은 장 한 소래에 햇 메주를 버무려 '오누이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서 대물림한 나무 소쿠리에다 벼짚을 펴고 청국장을 띄우기도 했다.

그때 우린 뜨끈 뜨끈한 가마목에서 청국장에 명태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국물 한 그릇에 옥수수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그 맛이 또한 천하별미였다. 

저녁밥을 맛나게 먹은 우리 형제들은 윷판으로 옮겨 즐겁게 놀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에 시어머님은 없는 살림에도 어느새 오누이장이며 마른 산나물이며를 꽁꽁 싸서 보따리를 여러개 만드시군 했다... 

 시어머님은 항상 우리에게 "한끼 못 먹은 티는 나지 안아도 없고 못 사는 티는 난 다" 고 하면서 아껴 드시고 아껴 쓰면서도 항상 우리들에게 휴일만 되면 "오늘은 두부를 앗을테니 함께 하자" "오늘은 순대를 함께 만들어 먹어보자"... 이런 저런 각가지 '불호령'을 내리시였고 우리는 또 시어머님의 이런 제안을 항상 '가풍'으로 받아들이면서 장장 25년을 내내 이어 왔다. 이렇게 시어머니가 항상 자식들에게 일솜씨를 모름지기 배워주고 이끌어주니 형제들의 정도 더욱 두터워 졌다.

 그런데 그 잊지 못할 '불호령' 중 마지막 '불호령'이 내 마음속의 마지막 여한으로 남아 지울래야 지울수 없는 평생의 후회로 남아있다.

그날, 무역 물자를 싣고 먼 길을 갔다 집에 오는 길에 시댁에 잠간 들렸더니 시어머님의 '불호령'이 또 시작되였다.

"래일 집에 오너라. 감자국수를 푸짐히 사왔으니 형제들이 모여 함께 먹자." 라고 하셨다. 그날 따라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열 몇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터라 몸이 피곤했다. 그래서 싫은 마음에 시어머님께 "감기 기운이 있어 좀 쉬겠습니다."라고 외면했고 시어머님도 그렇게 하라고 선선히 대답해주시였다. 그후 며칠 뒤에 외국 출장을 떠나게 되였다.

그런데 출장을 나온지 스무날만에 부고가 날아 올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시어머님이 심장병으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단다. 청천벽력이 가슴을 쳤다. 자식들을 보고 싶어서 또 맛있는 것 을 주려고 오라고 했던 그 한마디, 시어머니의 그 마지막 '불호령'을 끝내 지키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워졌고 그 후회는 가슴 한구석에 영원한 흑점으로 남아있다.

세월이 지나니 시어미니의 자식들을 향한 '불호령' 의 날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의 날들이였음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불호령'속에 깃든 시어머님의 참뜻을 떠올리기만 해도 목이 메여 눈시울이 젖어든다. 비록 세상은 변해가고 가마목에서 지지고 볶던 그 미량풍속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그 옛날 따뜻했던 시어머님의 인정보꾸레미를 풀어 그리운 마음을 되새기며 달래보군 한다.

그때 시어머님의 그 '불호령'은 나를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으려 했던 웃세대 어른들의 사려깊은 사랑이였음을... 이제 나는 그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내 손주들에게 그 '아름다웠던 불호령' 을 맘껏 이야기해주려 한다. 시부모님의 그 뜨거웠던 마음의 참사랑을 말이다. 이제는 그 참사랑을 내가 이어받아 후세대들에게 위대하고 아름다운 참사랑을 전하련다. 

아,ㅡ 그립고 그리운 잊지 못할 시어머님의 '불호령'이여!


정금련 

연변시조협회 회원

1978년부터 연길시조양천공소합작사 직원

1998년부터 무역사업에 종사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098
  • ◎박정자구비쳐 온 오랜세월흐르고 흘러내려가야하로 흘러드네풀빛은 가슴으로 흘러들고가야하의 몽돌은 둥글어져 흔적 남기였네한 민족의 넋을 담은신비한 몽돌지울래야 지울 수 없네 가야하 강변에 자리잡은저 바위 우뚝 솟아우리민족의 력사 지켜가고 있네가야하의 물살은 아리랑 노래 부르며영원하리고향...
  • 2026-06-03
  • ◎도옥베란다에 참새소리해살과 뛰놀고등에 너의 따뜻한 손 오면검은 새 까욱대는 먼 타국의 하늘도고맙다텀벙텀벙 기여오는해덩어리 같은 원영이포동포동한 손가락마디 내 얼굴에 대이면덧없는 세상웬지 작년에 떠나신울 엄마 환한 얼굴 떠올라뭉클한 가슴에아하, 가을 하늘은 깊다생과 사 오가는...
  • 2026-06-03
  • ◎김선녀지난해 7월, 북경과 한국에서 살고있는 두 딸이 부모님 결혼 60주년 회혼례를 이채로운 축복연으로 베풀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적 있다. 나는 금년 아버지 생신은 자녀들이 부담될가봐 조용히 넘어가길 당부했지만 큰딸네가 기어이 우리를 북경에 모셔갔다.음력 3월13일, 아버지 90세 생신날이 되자 큰딸과 사...
  • 2026-06-03
  • 5월 31일, 2026년 ‘동북리그’(동북지역도시축구리그) 장춘 경기구역 제2라운드 경기가 장춘올림픽공원경기장에서 열렸다. 장춘팀과 대련팀의 맞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경기장 안팎은 축구 열기와 장춘의 도시 매력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 되였다.경기장 내에서는 응원 함성이 이어졌고 경기장 밖에 마련된 장춘 문화관광 ...
  • 2026-06-03
  • 최근 상무부에 따르면 소비진작 특별행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올해 1월—4월 소비품 이구환신, 경품성 령수증, 출국시 세금환급 등 정책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시장이 안정적으로 운행되고 새롭고 량호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소비품 이구환신정책은 친환경·지능형 제품의 판매성장을...
  • 2026-06-02
  • ―길림연삼농업과학기술유한회사 연변에 새로운 기술, 종자 자원 꾸준히 수송길림연삼농업과학기술유한회사 돈화시 인삼재배기지에서는 일군들이 2인 1조로 나눠 바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올해 인삼 12헥타르를 이식하고 15헥타르의 씨를 파종할 계획입니다.” 이 회사 총경리 등사룡은 가지런히 배렬된 모판을 가리키...
  • 2026-06-02
  • 백산시조선족학교 아이들이 푸짐한 명절 선물을 안겨준 백산방대그룹 당원과 청년자원봉사자들에게 경례를 올리고 있다.5월 28일, ‘6.1’ 국제아동절을 며칠 앞두고 백산시조선족학교 등 백산시 여러 학교와 복리원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이날, 백산방대그룹당위 10여명 당원과 청년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명절의...
  • 2026-06-02
  • 6.1 국제 아동절 맞아 연길시 건공가두에서는 길림성 원지 토지계획측량설계유한회사와 함께 위문활동을 진행했다. 그들은 5개 사회구역의 생활이 어려운 학생가정에 각각 조학금 500원과 쌀, 기름, 밀가루, 생활용품을 전달했다.연화사화구역에 거주하는 장모 학생은 부모가 리혼하여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의 어...
  • 2026-06-02
  • ‘동북초상·환취신민(东北超爽·欢聚新民)’ 주제행사가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장춘 신민거리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깊은 문화적 내포, 청춘의 활기, 첨단 과학기술의 매력이 온정 넘치는 일상의 정취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여름축제를 만들어냈다.다채로운 공연이 잇달아 펼쳐지면서 대...
  • 2026-06-02
  • 5월 31일, 제6회 희도음악제(禧都音乐节)가 장춘동북아국제박람중심 P4 주차장에서 진행되였다. 동북 3성에서 유일하게 2023년 '최우수 음악제 브랜드상'을 수상한 대표음악 축제인 이번 행사는 '도시 휴일 파티'를 주제로 공연과 세련된 휴식 공간, 특색 소비를 결합한 몰입형 체험 공간을 선보였다.무대에...
  • 2026-06-02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