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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정성을 떠난 효란 없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9월8일 14시27분    조회: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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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숙

효(孝)라는 글자는 참 무겁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일년에 한번 찾아뵙는 명절 인사로 충분할지 모르나, 또 누군가에게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마주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전부다. 나의 문우 전영실에게 효는 분명 후자였다.

영실이는 12년 전부터 몸져 누우신 어머니를 모시고있다. 그저 누워 계신 것이 아니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매끼마다 입에 맞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드려야 했다. 어머니께서는 때때로 온몸이 굳어 손길이 필요하셨지만 영실이는 단 한번도 “바쁘다”거나 “힘들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당연한 일처럼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얼마 전, 올해 97주세이신 어머니의 손이 퉁퉁 붓는 일이 있었다. 영실이는 사진을 찍어 내게 보여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고 온종일 병원을 뛰어다니며 의사를 집에 모셔 와 주사를 맞히고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다행히 부기가 조금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녀의 안도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런 일이 어찌 한두 번이였을가?! 십년 넘게 어머니께 손길을 드린다는 것이, 혈육이라도 희생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일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영실이의 효는 단순히 병간호에 그치지 않았다. 한때는 어머니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했다. 어머니의 눈빛이 조금이라도 반짝일 때면 영실이는 온몸으로 기쁨을 드리려고 애썼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내게 보여주며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군 했다. 

“엄마가 좋아하셔. 그거면 됐어.”

그 짧은 말 속에는 힘든 간병 속에서도 어머니의 미소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녀가 차려드리는 식사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영양소를 하나하나 계산하고 소화가 잘 되도록 조리하며 어머니의 입맛이 조금이라도 돌아오도록 온갖 정성을 쏟아부었다. 또한 누워 계신 어머니께 욕창이라도 생길까 봐 수시로 목욕을 시키고 깨끗이 거두어 드렸다. 그 손길 하나하나에 온기가 깃들어 있었기에 어머니는 딸의 사랑을 독차지하신 복 받은 부모님이셨다. 노래와 춤, 영양 가득한 식사, 어머니의 미용사로서의 역할, 세심한 간호까지... 영실이는 어머니의 삶 속에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채워 주었다.

영실이도 일찍이 훌륭한 어머니 손에서 자라며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영실이의 어머니는 19살에 일터에서 모범을 보여 인민대표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고 37살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지만 다섯 남매를 훌륭히 키워내면서도 사업에서 성과를 내여 이름을 날렸다. 영실이의 어머니는 연길시아동옷공장의 창시자였다. 8급 재단사로서 동북3성 어린이양복 전시회에 참가하여 2등의 영예를 따낸 적도 있었고 그 사적은 사진과 함께 신문에 번듯이 실리기도 했다.

영실이의 어머니는 시대를 읽는 안목도 뛰여났다. 당의 11기 3차 전원회의가 열린 후, 정부에서 개인 공상업을 허용하자 가장 먼저 영업허가증을 내고 20명의 일군을 둔 복장공장을 꾸렸다. 영실이 어머니의 옷가게는 동북3성 시장을 주름잡았고 옷이 만들어지기 바쁘게 팔려나갔다. 당시 서시장에 석재단사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도매상들이 줄을 서서 들어왔고 미처 만들기도 바쁘게 다투어 사갔다. 영실이의 어머니는 장사에 분망하면서도 자식 뒤바라지를 한시도 늦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식들도 훌륭히 사회에서 활약하는 일군들로 성장했다.

이렇듯 훌륭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감을 언제나 기쁘게 여기는 영실이는 한시라도 어머니를 알뜰히 보살펴 드리는 것을 락으로 삼았다. 남들은 그저 ‘효녀’라 부르지만, 나는 그 말이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진다. 효는 한 번의 큰 행동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손길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영실이는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손길에는 식사를 차려드리고 깨끗이 입히는 것뿐 아니라 함께 웃고 노래하며 순간의 기쁨을 나누는 일도 포함되여 있었다.

명절에 부모님께 문안드리고 용돈을 드리며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것도 좋은 효도다. 그러나 영실이의 효는 특히 달랐다. 그것은 하루하루의 몸부림이였고 불편함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였으며 ‘낳아주신 은혜’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갚아가는 과정이였다.

얼마 전, 영실이의 아들이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는 걸 보고 양로원을 권했지만 영실이는 단호히 사절했다.

“내 손으로 돌보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해.”

그 한마디에 그녀의 모든 삶이 담겨 있었다. 말은 쉽지만, 누구든 하라면 그렇게 다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영실이는 오늘도 어머니의 곁에서 정성껏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노래를 틀어드리고 때로는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함께 리듬을 타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어머니의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물들인다.

정성을 떠난 효란 없다. 정성은 시간이고 손길이고 인내이다. 영실이가 보여준 효는 그 모든 것이였다. 그녀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혹시라도 시간이 미치지 못할 때는 반드시 도우미를 구해 보살핌의 빈틈을 메웠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영실이의 눈빛은 항상 맑고 따뜻했다. 그 맑음은 오직 정성으로만 빚어낼 수 있는 빛이였다.

이제 마을 사람들도 그녀를 ‘효녀’라 부르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영실이는 그저 웃을 뿐이다. 자신이 무언가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 하나하나, 어머니를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그 손길에서 나는 효의 진짜 얼굴을 보았다. 정성은 위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영실이에게는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일상이였다. 그 일상을 영실이는 십 년 넘게,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정성을 떠난 효란 없다. 그리고 정성이 깃든 자리에는 반드시 온기가 남는다. 오늘도 영실이의 손길이 닿는 그곳에는 어머니의 미소가 피여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엄마된 마음으로 정성껏 효를 실천하는 영실이의 헌신과 효의 가치가 더욱 생생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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