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
사나운 꿈들을 투레질해 털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달려왔습니까
마라손 선수처럼 달려왔습니까
숨은 턱까지 올리 받쳐도
가을이 추켜 든 채색의 기발
잎새에 빛무늬 찰랑입니다
노란잎 하나 빨간잎 또 하나
내 빈손에 올려 놓고 보니
감동의 바람을 불러오는 전갈입니다
수양버들 초록의 실타래처럼
하나도 아니 헝클어지고 잘 풀린 꿈이
오늘은 내 손에서 반갑게 웃습니다
여름은 연초록의 봄을 성장시키고
가을은 진록의 여름을 성숙시켜
한동안 나는 황금의 무게를 봅니다
하늘의 사랑 땅의 사랑이
한시에 무르익는 귀한 이때에
한잎의 단풍이 떨어져 내립니다
바다기슭은 엄마의 젖가슴
바다기슭은 엄마의 젖가슴이다
보라, 저기 멀리서부터 엄마의 젖냄새를 맡고
배고픈 아이들이 하얗게 몰려온다
다투듯 기슭에 와서는 저마다 미친듯이
젖꼭지를 물고 죽죽 빨아댄다
기슭은 대견한듯 품에 안고
어린 것들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 듬으며 애무한다
비스듬히 누워 젖을 먹이는 바다기슭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배 부르게 먹일 수 있는가
두 손으로 움켜쥐고 미친듯 매달려 빨아 대다가
배 부른 아이들 하나 둘 젖꼭지에서 물러나
노긋한 잠을 청한다
이윽고 찰싹찰싹 볼기를 두드리는 소리
배 부른 바다아이들을 잠 재우는 자장가 소리
3월의 노래
해마다 구수한 이야기 떼놓고
시원한 결말을 맺지 못한채
또 올해 새 이야기 꺼내는
3월이여,너는 이야기주머니
한겨울 말없이 침묵을 지키다가
한시에 이야기가 터져나온 3월
누가 사회하나 대자연의 웅변대회
너도 나도 빠질세라 말곁을 다누나
싹들은 하얀 입으로
풀들은 파란 입으로
물들은 말간 목청으로
새들은 고운 목청으로
못다한 너의 이야기 있어
내 너를 더 기다리게 되는가
피 토하는 두견새 부름에 앞서
논머리를 서성이는 나그네
나도 한번 본때를 보여야지
비늘져 번져가는 흙살의 리듬으로
말없이 뿌리박는 벼모의 선률로
지평선으로 비껴가는 나의 꿈으로
올해는 멋있는 에필로그 있겠지!
나의 고백
미움도 괴로움도
안으로 안으로 접고
오직 사랑으로
어린 싹을 가꾸며
다스려온 나의 동산에
동백꽃이 곱습니다
때로는 지쳐서
주저앉고 싶어도
굳센 몸 바로하여
다시 걸으며
한 세월 꽃피운 보람
한결 빛이 부십니다
먼 후날 그 누가
내 인생을 걸러보고
청죽마냥 곧게 선 삶을
나무람해도 좋습니다
따스한 님의 손끝에
새 하늘이 열립니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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