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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생활을 즐기는 도담한 녀강자- 최기자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9월25일 15시24분    조회: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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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이란 시간을 들여 《로년생활 교육선집》(老年生活教育选本)과 《로년 정신생활 건강가이드》(老年人精神生活健康指南)를 다 읽었다. 참으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점도 적지 않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장장 4년 동안 나는 땅땅한 교육 교수 리론책만 읽은 적이 있다.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교육 리론을 한책 한책 독파하니 얻는 것이 있었다. 읽을 때의 재미는 적었지만 읽은 후의 소득은 쏠쏠했다. 그때의 그 경험이 있어서일가 이번에 이 두 책을 읽을 때는 읽을 때도 재미있었고 읽은 후에도 소득이 많았다.

이 두 책을 읽은 후의 감수를 한마디로 귀납해서 대답하라면 나는 “취미생활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대답할 것이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그 어느 단계에도 취미생활은 다 중요했다. 하지만 로년 시기에 취미생활은 더욱 중요한 의의를 가지게 된다. 중약을 지을 때 보면 감초는 많은 처방에 들어간다. 하기에 “약국의 감초”라는 속담도 생겨난 것이리라. 로인들의 정신질병을 고치는 데에도 취미생활은 ‘치료약’으로 등장하고 로년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취미생활은 ‘예방약’으로 등장한다.

몇년전에 북경의 기차역 대합실에서 한 아줌마가 뜨개를 뜨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감촉이 아주 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싱그러운 모습이였다. 그런데 요사이에는 남자가 뜨개를 뜨는 모습이 위챗에 올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해석에 의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로년 기에 뜨개를 뜨게 되면 마음의 평온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손운동을 하게 되여 치매예방에 좋다고 한다.

세상이 좋기는 좋다. 이전에 녀성분들의 전문 분야나 다름없었던 뜨개 령역에 남성분이 참여하여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득 나의 머리에 혜성처럼 우렷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분이 바로 최기자선생님이였다. 그는 조선어문 학자와 녀류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낚시 령역에 뛰여든 녀강자로 사람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뜨개가 녀성들의 전문 령역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낚시는 남성들의 전문 령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강심장을 지닌 최기자선생은 이 령역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것은 세속에 대한 적라라한 도전이였는바 사실 그 어느 낚시시합에서 모든 남성선수들을 제치고 단연 우승을 따낸 적도 있다.

 책을 놓지 않는 최기자선생님

최기자 선생은 1947년생으로서 나와는 년상의 띠동갑이다. 그는 연변1중을 졸업하고 연집공사에 지식청년으로 하향하였고 그 후 신풍대대에 있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농사일에도 참여하다가 신풍학교의 교원으로 초빙되여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연변사범학교에서 1년반 동안 학습하게 되며 1978부터 1983까지 5년 동안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공부를 다 끝내고 졸업을 하게 된다.

최선생님의 초중교원 생애는 사실 1978년 8월부터 이미 시작된다. 말하자면 교편을 잡고 교원생활을 하는 한편 시간을 내서 함수공부를 마친 것이다. 남자몸으로도 힘겨웠을 함수공부를 두 자식을 거느린 그가 끝마쳤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그 시기를 회억하면서 남편과 시어머니의 대폭적인 지지와 방조가 없었더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였다고 말한다.

우리는 1987년 년말에 교육출판사에서 조직한 행사모임에서 처음 만나게 되였다. 그 후 귀동냥으로 최선생이 바로 한시기 우리가 즐겨 불렀던 〈풍년모를 어서 내세〉라는 노래의 작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흥겨웁던 그 노래 가사가 지금도 방불히 귀가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듯하다.

인민공사 넓은 벌에 붉은기 휘날리고

우렁찬 노래소리 산천을 뒤흔드누나

뜨락또르 써레 놓고 이양기가 모를 내니

성수난 사원네들 일손을 다그치네

남녀로소 일떠나서 철을 맞춰 모를 내세

……

이 노래는 1973년도에 만들어지고 1974년 2월에 연변인민방송국 매주일가에 나가면서 인츰 대폭적인 인기를 얻어 빠른 속도로 멀리 퍼져나가게 된다.

1988년 8월에 그는 《중국조선어문》 잡지사에 전근되여 부주필로 사업하다가 2002년 1월에 년령이 되여 퇴직을 하게 되며 퇴직하자마자 2002년 2월부터 연변대학 조선―한국학 학원 초빙 강사로 2011년 4월까지 장장 10년간 사업하게 된다. 그는 연변작가협회 회원이고 연변시인협회 회원이다. 이외에도 그는 녀류 시회 초대회장을 력임하였고 어머니수필회 회장을 력임하였다. 그는 퇴직 후 지금까지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줄곧 낚시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가 퇴직한 지 이미 20년 세월이 흘렀다. 그의 이 20년 동안의 생활을 돌이켜보면서 함께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는 연변대학에서 초빙교수로 10년 동안 사업하는데 이는 자기 본업의 연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업으로 가정의 경제 상황도 좀 나아졌을 터이지만 그의 삶 자체가 풍요로워지고 다양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건강상태가 따라가는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한다는 것은 더없이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만들면서 절실히 느낀 바이지만 해방 후 우리 중국의 조선족 시인으로 리욱, 김철, 김성휘, 리상각 등 남성 시인들은 많았지만 녀성 시인들은 적었다. 이런 력사 실정을 감안한다면 최기자선생은 제1대의 녀류 시인으로 되기에 추호의 손색이 없다. 그는 퇴직한 후 연길시 녀류 시회 초대회장을 력임하고 어머니수필회 회장을 력임하게 되는데 이는 그의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인 기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능력이 따라가야 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인정이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회장을 력임하면서 몸이 좀 고달팠을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인 기여는 상당했으리라 생각되면서 최선생의 삶의 가치도 커지고 행복지수도 커졌을 것이라 믿어진다. 최선생은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시어머니를 9년 동안이나 모셨는데 이 방면의 내용은 편폭의 제한으로 여기서는 줄인다.

 

낚시에 전념하고 있는 최기자선생님

최선생의 고기와의 인연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시작된다. 그의 아버지가 일하다가 손이 상하면서부터 집의 경제 생활이 곤경을 맞게 된다. 그리하여 그의 아버지는 고기잡이를 시작하게 되고 7남매중 둘째로 태여난 최선생이 고기다래끼를 들고 아버지의 뒤를 따라 함께 고기잡이에 나서게 된다. 열살 푼하던 시절부터 고기잡이에 나서야 했으니 그것도 어린 녀자의 몸으로 절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든다”고 최선생님도 그리하여 일찍 철이 들었으리라.

최선생은 반두로 고기 잡는 방법은 아버지에게서 배웠고 낚시로 고기 낚는 방법은 동료들한테서 배웠다. 원래 성격이 괄괄하고 외향적인 최선생은 동료들과 함께 겁도 없이 낚시하러 다니다 보니 낚시를 차츰 배우게 되고 나중에는 낚시의 매력에 매료되였다. 하지만 세속의 편견은 무서웠고 사람들의 입은 사나웠다. 녀자의 몸으로 남정네들을 따라 낚시하러 다니는 그를 두고 말썽도 많았다. 하지만 최선생은 끔쩍도 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의 즐거움을 고수해왔다. 그는 녀강자였고 생활의 강자였다.

그는 지금도 낚시하러 즐겨 다니는데 그는 낚시로 고기만을 낚아올리는 것이 아니고 ‘시’도 낚고 ‘수필’도 낚는다. 그는 수필집과 시집, 가사집도 내게 되며 수많은 영예의 꽃다발을 받아안게 되고 텔레비에도 몇번 오른다. 독자들을 감동시킨 금쪽처럼 귀중한 그의 시와 수필은 많지만 아래에 그의 시 〈주검에는 모기가 없다〉의 발취문과 수필 〈기다림의 미학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의 발취문 만을 간단히 감상해보도록 하자.

“…앙큼하게 도사렸던 모기떼들이 / 벼려든 독침 빼물고 달려든다 / 손부채 풀부채로 막아보지만 / 찰나에 내 령지 여러 바닥에 / 상처를 내는 모기 / 언녕 발밑에 버려진 죽어 말라버린 물고기에게는 / 한마리도 달려들지 않는 모기때들 // 아픔도 외로움도 / 기다림도 설레임도 / 분함도 억울함도 / 피가 살았을 때의 일이 아니던가? / 저 죽어 말라버린 물고기처럼 / 우리 몸이 이승에 살지 않는다면 / 건드려줄 모기라도 있을가? / 이렇게 물리고 뜯기여 아프며 / 이렇게 뿌리치고 감내하며 / 인생을 낚고 세월에 낚이며 / 피로 사는구나. / 주검엔 모기가 없다”

 

큰 고기를 낚아올린 그 기쁨 한없어라

“낚시군은 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려야 한다.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물속의 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이 얼마나 느긋하고 간절하고 애가 타는가? 그 느긋함과 간절함의 크기에 따라 이뤄진 결과가 더 희한하고 벅차고 달콤한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도 기다림인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일이 확실하고 확정적이지 않듯이 우리 삶 역시 불확실하고 불확정적이다. 모든 것을 확실하게 확정적으로 이루기 위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시간과 기회와 조건을 기다려야 한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복하다. 하지만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멋지다. 자기의 취미생활을 위해 세속에 도전장을 던진 최선생은 멋지다. 그의 도전정신은 우리들이 본받을 바이다. 그는 녀강자로서, 아니 생활의 강자로서 우리들에게 도전정신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나는 낚시를 즐기지 않지만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 도전정신이 아주 강한 스파스 그레이 하클의 ‘독한 명언’을 선물한다.

“만약 낚시가 일에 방해된다면 일을 포기하라.”

신기덕/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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