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지천명의 나이에 늦깍이로 스케트를 배우며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12월28일 11시31분    조회:322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못 타보았던 스케트를 반백의 나이가 다 돼서 늦깍이로 배우고 또 애들처럼 즐기게 될 줄은 정말 생각 못했다. 해마다 립동이 지나 강이 얼어붙을 즈음이면 연길시의 연집하와 부르하통하 합수목에 자그마한 빙장이 세워지군 했다.

단위와 가까운 곳인지라 늘 그곳을 지나치다 넋 나간듯 그 자리에서 박힌채 스케트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가 일쑤였다. 저런 멋진 모습을 가리켜 ‘물찬 제비 같다'고 하는 것일가, 몸매가 아주 미끈하고 생기가 감돌아 보기 좋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내가 부러움을 가지는 건 단지 그 사람들의 보기좋은 몸매뿐만은 아니였다. 온몸을 옹송그리게 만드는 강추위와 차가운 칼바람에도 훅훅 열기가 감도는 건장하고 활동적인 모습으로 이 겨울을 뜨겁게 불태운다는 그 사람들의 멋진 생활방식때문이였다.

그 무렵, 나는 건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난데없는 큰 병으로 대수술까지 받고 나니 건강회복에 대한 추구와 집념이 더 간절해졌다. 의사가 권고하는 하루 만보의 걷기운동만으로는 항상 량이 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냘퍼지고 힘도 빠져 작은 바람에도 휘청일 것 같은 허약한 다리에 근육도 만들어주고 힘도 붙여주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두들 스케트를 타면 다리근육단련에 좋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스케트에 대한 기억은 전혀 자신이 없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였던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다들 생활형편들이 넉넉치 못했다. 구두가 붙어있는 수십원짜리 고급 스케트는 물론, 한컬레에 18원씩 하던 스케트 날만 사려고 해도 어려운 가정형편에는 한참 고민해야 할 때였다. 한주일에 한 두번씩 학교에서 체육시간이면 스케트운동을 조직하기도 했으나 스케트가 없는 학생들은 멀거니 남들이 타는 걸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우리 집에도 할머니가 70년대초 조선에 갔다 오면서 갖고 온 구두가 달린 스케트가 있긴 했다. 큰 삼촌에 이어 삼촌까지 신물나게 타다가 물려준 아주 오래된 스케트였다. 가죽구두가 달리긴 했으나 너무 커서 작은 내 발에는 헐거운 상태였다. 스케트는 발에 꼭 맞아야 타기 편한데 큰 스케트에 작은 발을 맞추자고 하니 부득불 신속에 헝겊이며 솜뭉텅이를 가득 쑤셔넣고 신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발에 맞지도 않는 스케트를 체육시간에 한번 들고 갔다가 그냥 서는 일조차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렵던지 스케트타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고 체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재간으로는 그걸 도무지 탈 수가 없어서 그 후로는 스케트련습을 아예 포기했다. 동네 같은 또래들이 스케트를 타는 것이 너무 부러웠고 스케트 잘 타는 이웃집 형님이 영웅처럼 거룩하게 느껴졌던 기억도 있다. 아마 그때가 1984년도의 추억이였던 것 같다.

그로부터 30여년 세월이 훌쩍 지나 지천명의 나이가 다 돼서 내가 스케트를 타기 위해 몸부림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처음에 나는 어릴 때도 못배운 스케트를 행동거지가 굼떠진 어른이 되여 배운다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옛말에 되고 안되고는 실천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잖은가? 아직 시도도 안해보고 나는 안되오 하고 두손 바짝 들기에 내가 너무 비겁하고 나약한 투지라고 자신을 윽박질러도 보았다. 또 황차 튼튼한 건강을 찾으려는 일념으로 생각만하고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니 저으기 신심과 용기도 생겨났다.

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반드시 스케트를 타야 한다는 전에 없는 오기와 각오로 스케트 타기를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첫 스케트 타던 날을 잊을수 없다. 발목힘이 약해 변변히 설 수 조차 없었다. 겨우 섰다 싶으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접지르듯 발목이 기울어지기가 일쑤였다. 내 마음처럼 안되는 스케트 타기에 차거운 얼음바닥에 퍼더버리고 주저앉아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다시 시작할수 없으며 다시 시작하지 못한다면 내가 환상하고 꿈꾸던 건강은 영원히 나에게로 오지 않을것이였다. 우리의 모든 노력해야 하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런저런 저애가 있기 마련이고 그 어려움과 곤난을 회피하지 않고 맞받아 나가면서 도전하고 정복해내는 자세가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전제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서기를 할수 있을가 싶었을때는 움직이기만 하면 균형을 잃고 자빠지기가 일쑤였다. 첫날 얼음강판에 엉덩방아를 얼마나 찧었는지 모른다. 온몸이 쿡쿡 쑤시고 아팠으나 기어이 일어나 재시도하기를 거듭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더니 자꾸 넘어지면서 차츰 넘어지지 않기 위한 요령도 장악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즈음 스케트장에 우람한 몸집을 한 60대 로인이 매일같이 나와 스케트를 타고 있었다. 초면이 구면으로 되고 풋 면목이 익을 무렵 로인과 쉴참에 빙장옆 간이의자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인은 스케트를 타지 못하더라도 빙장에 나와 스케트신을 신고 서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인은 퇴직후 60이 넘어서 스케트운동을 시작했으니 나보다 더 늦게 시작한 셈이라고 했다. 운동을 시작하기전에는 고혈압이다, 당뇨다 많은 병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매우 건강하다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로인은 올해 67세인데 스케트운동한지 이젠 5년에 난다고 말했다. 겨울철 운동으로는 스케트운동만한 것도 없다고 로인은 격려해주었다.

인생에는 영원히 너무 늦었다는 말이 없는 것 같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 기실은 가장 빠르다는 말이 맞는 말임을 실천을 통해 증명해보일수 있기때문이다. 스케트타기에 대한 집념과 간절한 소망이 내게는 그만큼 동력과 힘이 되여주었던 것 같다.

한번 안되면 두번, 두번 안되면 세번...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스케트운동에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랐다. 변변히 서기도 힘들었던 첫날부터 시작해 조금씩 조금씩 목적을 향한 몸부림은 얼마 안지나 씽씽 달리는 스릴넘치는 스케트운동의 매력까지 느낄수 있게 했다.

‘늦도적이 밤 새는줄 모른다'더니 아마 그해겨울 연길시내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스케트를 탄 사람은 나일 것이다. 3.8절을 전후해 기온이 올라가면서 빙장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부르하통하에 만들어놓았던 스케트장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아침 일찍 나가면 밤새 얼어붙었던 빙장의 얼음이 얼어 있어서 기온이 오르는 한낮이 되기전까지는 스케트를 탈수 있었다. 그 짬시간도 나는 놓치지 않고 스케트를 탔다.

스케트운동을 시작한지는 이제 겨우 몇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케트타기를 하는 겨울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다. 날이 감에 따라 튼튼해져가는 두다리로 소중한 건강을 조금씩 조금씩 챙긴것외에도 많은 부대적인 수확들도 챙긴것 같다. 스케트로 질주하면서 느껴보는 우리 삶의 찬란한 속도와 스릴의 즐거움, 그리고 자칫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면 아차 실수로 이어지는 신중한 인생자세, 항상 포기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면서 끈기있는 노력과 향상의 추구로 이루어내는 행복한 삶의 조건과 법칙들도 배웠다...

이제 또 하늘땅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다. 요 몇년사이는 전염병때문에 스케트타기를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린듯 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춘하추동이지만 올해의 겨울은 더 기대된다.

/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97
  •   매하구시의 동북불야성 관광레저거리(자료사진) 매하구시의 동북불야성 관광레저거리가 최근에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제2진 국가급 관광레저거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문화관광부 사이트의 소식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관광업종 표준인 《관광레저거리 등급 획분》(LB/T 082—2021)에 따라 관련 성(자치구, 직할...
  • 2023-03-03
  • 경진기(京津冀) 협동 발전이 9년만에 주목할 만한 성적표를 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진기 총 경제 규모는 2013년의 1.8배에 달하는 수치인 10조원을 넘어섰다. 2월 21일 경진기 해상 관문으로 불리는 천진항 사물인터넷 기반 컨테이너 부두의 일각/신화사
  • 2023-03-02
  •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개월 련속 확장세를 보였다. 국가통계국 써비스업조사쎈터, 중국물류구매련합회(CFLP)가 2월 1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월 PMI는 52.6으로 전월 대비 2.5%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2월 28일 광서좡족자치주 류주시 류강구의 한 에어컨...
  • 2023-03-02
  • ▩ 최근 주말 관광 열풍 지속, 배달 음식 주문 증가 ▩ 1선 도시의 ‘관광붐’ 빠른 경제 회복의 신호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행자 전용 거리중의 하나인 광동성 광주시의 북경로 상권에 다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2월 19일 저녁 광주시의 북경로 상권에 위치한 조산소고기집이 손님들로 가득찼다. /신화사
  • 2023-03-02
  • 금사강 간류 구간에 설치된 백학탄댐 수력발전소. (2022년 11월 5일 드론 촬영) /신화사 2021년 10월 18일에 찍은 녕하회족자치구 보풍 농업―태양광 일체화 태양광발전소. /신화사 ◇품질 높인 중국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는 ‘고품질 발전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첫번째 과제'라...
  • 2023-03-02
  • “‘우리 앞에는 약팀이 없다’라는 각오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곤명과 옥계에서 1, 2차 동계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봉길감독이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어려서부터 축구인생을 시작하여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선수시절을 거쳐 눈부신 활약으로 프로팀에 입단하고 국가대표팀에까지 발탁되는 화...
  • 2023-03-02
  • 105만원의 체불 로동 보수! 139명의 여러 지역 농민공! 800여일의 임금 독촉 과정! 7일만에 원만히 심리 종결! 법정에서 판결을 선고하고 즉시 집행함으로써 농민공들의 피땀으로 번 돈을 돌려주고 ‘로임’근심을 해소해주었다. 이상의 수자는 연변주중급인민법원이 농민공들의 권익수호를 위해 내놓은 만족스러운 답안지이...
  • 2023-03-01
  • 국무원 판공청은 일전에 〈중의약 진흥발전 중대공정 실시방안〉(이하 〈방안〉이라 략함)을 발표, ‘14.5’기간 중의약 발전에 대한 지원 강도를 한층 더 높이고 중의약의 진흥발전을 적극 추동하게 된다. 〈방안〉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중의약의 발전 조건을 적극 개선하며 중의약의 특색 우세를 발휘하고 중의약의 질...
  • 2023-03-01
  • 한국에서 역내 전면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이 발효된 지 1년이 됐다. 한국 관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한국은 주로 대중국·일본을 대상으로 RCEP 활용 무역이 이뤄졌다. RCEP은 중·한·일 3국의 경제·무역 협력에 큰 힘이 됐다. 한국 관세청이 2월 1일 RCEP 발효 1주년을 맞아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
  • 2023-03-01
  •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2차 북경에서 거행      중앙정치국이 회의 주재   중앙위원회 총서기 습근평이 중요한 연설 전원회의는 습근평이 중앙정치국의 위탁을 받고 한 사업보고를 청취,토론하였으며 중앙정치국이 당내외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반복적으로 예비토의하고 협상한 기초에서 ...
  • 2023-03-0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