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부터 시작해 결혼식, 회갑연까지 소중한 추억이 담긴 비디오테프, 재생되지 않은 채 먼지에 쌓여 잊혀진 존재가 된 비디오테프, 재생할 기계가 없어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비디오테프, 버리지는 못하겠고 기계를 구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비디오테프를 디지털 영상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방구석 어딘가에 ‘잠들어’있던 ‘추억’을 ‘재생’시켜주고 잊혀졌던 옛 추억을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게 복원해주는 가게가 있다.
1980년-1990년대 비디오테프는 영상 록화 매체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 도래와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요즘은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로 사진, 동영상을 촬영하고 포토샵 등이 가능해 추억을 간편하게 저장할 수 있다. 편리함 뒤에 그리움이 뒤따라서일가? 과거의 옛 추억은 보이지 않는 테프에 갇혀버렸고 우리는 그때 그 영상을 더 이상 쉽게 꺼내볼 수 없게 되였으며 테프는 ‘골동품’으로 되여버렸다.
올해 연변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의 <연변음력설문예야회>를 시청하던 김녀사와 가족들은 예전의 영상들을 시청하면서 “이건 1991년 음력설문예야회구나. 벌써 30여년이나 지났구나”, “저기는 연길공원인가요 아니면 청년호인가요? 배를 타는 걸 보니 연길공원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저렇게 생긴 돌다리는 인상이 없고…”, “저곳은 청년호, 청년호에는 정자도 있었지…” 하면서 추억에 잠겨버렸다.
이렇게 추억을 소환하는 대화가 즐겁게 오가던중 김녀사의 어머니가 문뜩 “아, 참! 집에 너의 어릴적 공연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프도 있는데…집에 기계가 없으니 보고 싶어도 못 보겠구나.”라고 하면서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구석 어딘가에 깊이 숨겨놓은 비디오테프를 꺼냈다.
김녀사도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후 수소문 끝에 연길시중관전자과학기술청사 부근의 한 광고미디어회사에서 비디오테프를 디지털 영상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수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그는 “저도 그때 저의 모습을 마주할 생각에 설레이겠지만 특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할 것 같습니다. 과거를 추억하는 어르신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고 기대했다.
가게 사장 리성호는 “첫돌생일, 결혼식, 환갑연 등 가정사가 담긴 비디오테프나 개인 기록용으로 촬영한 비디오테프 기계가 고장났거나 없다면 새로 기계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2010년부터 이 일을 접하게 되였는데 추억 소환을 원하는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어 현재 주로 광고미디어 일을 하면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중입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찾아오는 고객들을 보면 40, 50대가 위주이다. 이 년령대의 사람들은 결혼식 혹은 본인의 돌잔치, 자녀들 유치원 재롱잔치, 부모님 회갑연 등에서 비디오테프 영상 촬영을 많이 한 세대이다. ‘잃어버린 혹은 잊혀진 소중한 추억을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가운데 어떤 손님들은 자신의 돌잔치 영상을 보면서 남부러울 게 없이 유복하게 키워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커졌다고 한다.
리성호 사장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갖고 온 비디오테프를 재생해주다 보면 손님들의 이야기보따리가 구구절절 자연스럽게 열어집니다.”고 하면서 추억에 빠져있는 손님들에게는 그 영상들이 얼마나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시간이였는지를 잘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USB에 저장된 재생 영상을 가족들과 함께 본 후 ‘온 가족이 모여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옛날 영상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소중한 것을 다시 살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등의 기분 좋은 문자를 받으면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면서 “우리 연변은 조선족전통문화가 농후한 지역이지 않습니까? 의뢰한 영상들을 복원하다 보면 많은 영상들이 조선족의 전통이 살아 숨쉬여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또한 제가 영상을 복원하면서 점점 짙어지는 하나의 사명감인 것 같습니다.”고 전했다.
방구석에 ‘잠들어’있는 비디오테프, 하나둘씩 깨워 그때 그 시간을 디지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가?
글·사진 김군 기자/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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