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前진로그룹 회장, 베이징서 심장마비 사망]
36세에 진로그룹 회장 취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도… 국세청 '고액 체납자'에 올라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붙여준 이름 '찬삼락'으로 살아… 재외국민 등록도 않고 지내
그룹 해체 이후 해외에서 10년 동안 생활해오던 장진호(63) 전 진로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주중(駐中)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5일 "장 전 회장이 베이징 차오양(朝陽)공원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며 "사망 정황과 관련해 (타살 등)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장 전 회장은 병원 도착 전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 장 전 회장의 사망 정황 등에 대해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유족의 뜻에 따라 사망 이외 다른 사실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전 회장은 주중 한국 대사관에 재외국민 거주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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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하는 고(故)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월간조선 제공
베이징의 한 교민은 "장 전 회장이 중국 게임 업체에 투자도 하고 중국 술인 바이주(白酒) 한국 수출도 시도하는 등 재기하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작년 그의 집을 직접 찾아갔던 한 인사는 "장 전 회장이 살고 있는 집은 전 재벌 총수가 살 정도의 호화 주택은 아니었으나 30~40평형대로 보이는 아파트였다"며 "조선족으로 보이는 운전기사와 가정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로 창업자인 고(故) 장학엽 회장에 이어 1988년 36세에 진로그룹 회장에 취임한 장 전 회장은 소주 사업을 기반으로 음료·백화점·건설 사업 등에 뛰어들어 1996년에는 24개 계열사를 가진 재계 19위 그룹으로 키웠다. 음성꽃동네에 병원을 지어 기증을 할 정도로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의 부작용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다가 외환 위기 직전인 1997년 초부터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 모기업인 진로도 2003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하이트맥주에 매각됐다. 장 전 회장은 2003년 9월 분식 회계를 통해 5500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5년 2월 캄보디아로 출국해 현지에서 주점과 은행 등을 운영했다. 캄보디아 사업 운영에는 진로그룹 회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전 회장은 평소 "내가 쓰는 '찬삼락'이라는 캄보디아 이름은 훈센 총리가 붙여줬으며 그가 젊은 시절 쓰던 이름"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은행을 카자흐스탄에 판 뒤 '찬삼락'이란 이름의 여권을 들고 2006년 중국으로 옮겨왔다.
장 전 회장은 2013년 4월 "옛 회사 임원인 오모씨가 기업 회생을 위해 마련했던 자금 4000억원을 횡령했다"며 오씨를 처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내기도 했다. 그러나 장 전 회장 주변에서는 "(장 전 회장의) 차명 재산 관리를 하느라 이용만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사들도 있다.
장 전 회장은 2013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세금을 너무 많이 물려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그를 고액 세금 체납자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유족은 부인과 2남1녀이다. 베이징 현지에 모인 유족은 5일 화장(火葬)을 했고 유골만 한국에 들여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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