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1992∼1993년 동남아시아에서 의도적으로 위안부 피해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데 이어 같은 시기에 인도네시아 작가의 위안부 서적 출간을 로비와 압력으로 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일본 외교문서를 인용한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3년 인도네시아 작가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1925∼2006) 씨가 일본군 위안부들이 겪은 고초를 기록한 책을 출간하려 하자 당시 주인도네시아 공사를 지낸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사무차장이 인도네시아 관계자를 만나 우려를 표시했다.
다카스 사무차장은 그해 8월20일 이뤄진 인도네시아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프라무댜 씨의 활동이 소개된 검색하기">마이니치(每日)신문 기사를 내보이며 위안부 관련 서적이 출간되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기사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이기도 했던 프라무댜 씨가 자바 섬에서 140㎞가량 떨어진 섬에서 전쟁 중에 많은 소녀가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것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카스 사무차장이 "관련된 자료가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됐을 때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관계에 끼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하자 인도네시아 관계자가 "종군 위안부 문제로 인해 우호적인 일본-인도네시아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다뤄야 할 일"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아사히는 외교문서에 작가와 인도네시아 측 관계자 이름 부분이 검게 칠해져 있으나 프라무댜 씨에 관한 언급인 것으로 보이며 당국이 그의 활동을 감시하고 과거 작품의 발행을 금지하는 등 압력을 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가 당시 검색하기">수하르토 독재 정권이 자행한 표현의 자유 탄압에 일본이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하고서 2001년 출판됐고 일본에서는 2004년에 '일본군에게 버림받은 소녀들'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됐다.
다카스 사무차장은 이와 관련해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반응했으며 외교 문서에 관해서는 "간담회에서 내 생각을 말한 것에 관해 상대가 그렇게 반응했다는 것이므로 압력을 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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