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여성 60여명, 자동차 몰며 운전 허용 캠페인
여성들의 차량 운전이 사실상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26일(이하 현지 시각) 여성 60여명이 자동차를 몰며 운전 허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권에서도 보수적으로 율법을 해석하는 국가이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한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 성직자들은 "여성 운전은 집 밖에서 남녀의 만남을 금하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며, 결혼 생활 파탄, 출산율 저하, 간통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해왔다. 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여성 운전을 막는 법 조항은 없지만, 여성에게 운전면허 자체가 발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캠페인을 주도한 아지자 유세프 킹사우드대 교수 등은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을 것을 염려해 국제면허증을 소지한 여성에게만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며 "전국의 여성들이 운전 인증 동영상 13편, 문자메시지 약 50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두 아이를 둔 은행원 메이 알스웨이안(32)은 "집 근처 식료품 가게에 차를 몰고 다녀왔다. 처벌받을 각오도 했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자랑스럽고 행복했다"고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밝혔다.
이번 캠페인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내무부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움직임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수도 리야드 경찰 당국도 26일 "여성 운전자 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고, 제다 지역에서는 운전한 여성 2명이 경찰에 구금됐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운전 요구 시위는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0년 여성 운전 허용 요구 시위에 참여한 여성 50명은 모두 여권을 압수당하고 해고됐다. 2011년 6월에는 마날 알셰리프라는 여성이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유튜브에 올려 체포되자, 여성 40여명이 운전을 하며 동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양모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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