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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안을 위해 마련된 ‘특별 텐트’ 안에서 리비아 사태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백악관 제공 |
[한겨레]
소음 발생장치 내장…외부선 안보여
숙소 근처 방에 설치 민감 사안 논의
의원·군 지휘관 등도 유사 예방조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 참모들은 외국 지도자들에게 줄 선물과 함께, 캠핑에 어울릴 법한 물건을 꼭 챙긴다. 바로 텐트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방국을 방문할 때도 텐트는 필수품이다. 대통령이 묵는 방에서 가까운 방에 설치되는 이 보안 텐트는 도청 방지용 소음 발생 장비가 내장돼 있고 바깥에서는 내부를 볼 수도 없게 돼 있다. 기밀서류 검토나 참모들과의 민감한 대화는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미국 안보당국은 의원이나 외교관, 정책결정권자, 미군 지휘관 등도 외국에서 이와 유사한 예방조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뉴욕타임스>는 10일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등은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으나 수십명의 전·현직 관리들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국외 방문에서 상대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취하는 몇몇 조처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중남미를 방문했을 때 이 보안 텐트를 사용하는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및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텐트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는 텐트에서 참모들과 함께 리비아 공습 문제를 논의하는 게 포착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특수 암호처리가 된 블랙베리를 휴대한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보안 문제 때문에 국외 순방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냉전 시대에는 주로 숙소의 벽이나 조명장치 등에 감시 장비가 설치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고위층들은 자신들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숙소를 향해 발사되는 무선신호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고위층들이 언제부터 국외 방문 때 보안 텐트를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안보 당국자들은 조지 테닛 전 중앙정보국장(1997∼2004년)이 이런 장비를 규칙적으로 사용한 첫번째 고위 관리였던 것으로 증언한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특사 자격으로 중동에 장기간 머물면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수시로 만나곤 했는데 첨단 첩보 능력을 갖춘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도청당하기 않기 위해 특별히 조심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대신 숙소를 잡아주겠다고 얘기하면 달갑지 않게 여겼다.
1993년부터 3년간 중앙정보국 국장을 지냈던 제임스 울시는 자신이 국장으로 일할 때에는 외국에 나갈 때 암호화된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때는 미국이 기술적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90년대 말 테닛 국장 시절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미국 관리의 국외 방문에서 도청방지 텐트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휴대나 설치, 철거 작업도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위급 아래 단계에서는 텐트 대신 전화부스와 같은 소규모 장비가 활용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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